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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미 Jun 19. 2021

나의 월급 독립을 위하여!

7일 독서 : N잡하는 허대리의 월급 독립 스쿨 1

오늘은 큰 아이가 등교 수업을 하는 날이라 사무실 출근을 하는 날이었다. 지난주 폭풍 같이 휘몰아쳤던 전시회 준비를 마치고 이틀 정도 숨을 고르고 있었던 찰나였는데 어김없이 또 새롭고 막막한 일이 내게 왔다. 내가 이 곳을 떠나지 않는 한 이 고통은 끝나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니고 있는 이유는 작고 귀여운 월급이 아직은 필요해서 그렇다. 더럽고 치사하고 아니꼽지만 그래도 30일을 버티면 나에게 고정적인 수입이 들어오니까 말이다.


회사에서 내가 소환되는 회의는 늘 이케저케 뭔가 하다가 정말 더 이상은 안돼서 '디자인으로 어떻게 좀 해봐!' 하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마감 기한도 매우 촉박한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디자인이 마치 만능 치트키가 되는 모양인 줄 안다. 개발자들은 다들 포지션 나눠서 하면서 왜 디자이너는 모두 다 해야 하는 거지? 불만이 쌓이고 쌓여서 최근의 나는 더 이상 견디기 힘든 상황까지 와 버렸다.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나는 아직 월급에서 독립하지 못한 월급쟁이에 불과하다.



이런 날엔 그저 내가 좋아하는 야곱(야채곱창)에 맥주 한 캔 벌컥벌컥 들이키며 소확행을 하는 수밖에 없다. 덤으로 아이들을 한 번씩 꽈악 껴안는 것도 굉장히 좋은 에너지 충전 방법이다. 남편에게는 기습 백허그! 그리고 함께 술잔 부딪히며 잡담하는 시간을 가지면 기분이 훨씬 나아진다. 아, 그리고 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카톡 수다도 빼놓을 수가 없다. 이것이 회사에서 소진되는 에너지를 충전하는 나만의 방법들이다.


그런데... 정말 나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행복하게 즐겁게만 살다가도 부족한 시간이 아닐까? 우리 아이들 자람이 한 해 한 해 아깝고 또 아까운데, 연로한 부모님들 신세를 져가며 언제까지 이렇게 월급만 바라보며 살아야 하는 걸까?월급에서 자유로울 방법은 장말 사업 밖에 없는 걸까?


나는 정말 사업을 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않았다. 작게 봉재 업을 하는 부모님을 곁에서 보고 자란 터라 사업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사업을 하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런 나에게 작년부터 매우 솔깃한 키워드가 보이고 있다. 그것은 바로 "디지털 노마드", "N잡러"다.


뭐든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작년 8월부터 디지털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디지털 자산을 축적하기 위해서 말이다. 차곡차곡 쌓다 보니 이제 앞으로 내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실력을 가진 애 둘 엄마일 뿐이다. 내가 인정받는 것은 회사 안에서 일 뿐이지 바깥에서는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나를 주저앉게 만들고 있다. 나와 가까운 나를 오래 보아온 주변에서는 저마다 나의 능력에 대해 칭찬 일색인데 말이다.



꿈꿔온 삶의 방식이 있는가?
그렇다면 지금 시작하라.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
- 팀 페리스 -



프롤로그에서 20대로 돌아가면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묻는 질문에 저자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나의 대답도 저자와 같다. 절대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대답은 같지만 이유는 다르다. 저자처럼 지금의 내가 진짜 나의 일을 찾았기 때문이 아니라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지금의 나만큼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삶은 힘들고 고단함의 연속이지만 과거의 나는 절대 알 수 없는 삶의 희로애락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래서 7일 독서에 참여하게 되었다. 나도 N잡하면서 월급으로부터 독립하고 싶어서 말이다. 매일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출퇴근의 일상이 지겨워졌다. 예전에는 그렇게 소중한 나의 월급이었고 나의 일터였는데, 이제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아 졌다. 아이들의 자람을 한껏 바라보고 싶고 나의 남편이 짊어진 무거운 가장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어 졌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충족하면서도 내가 원하는 커피빈 커피를 부담 갖지 않고 마시고 싶어 졌다. 내가 원하는 자기 계발 프로그램을 듣고 싶은 만큼 마음껏 듣고 싶어 졌다.



눈을 위가 아닌 아래로 돌리세요.
스스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어쩌면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 p.69



꾸준함이 특별함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평범하지만 꾸준함의 힘으로 하고 싶은 일은 하고야 마는 내가 '지식 창업'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2교시까지 읽었어도 여전히 '나는 별거 없네, 나는 콘텐츠가 없네' 하는 생각과 마음뿐이지만 책을 사며 받은 부록 <N잡하는 허대리의 월급 독립 플래너>를 채우며 나만의 지식 창업을 하는 날이 조만간 오기를 기대해 본다.





*읽은 책

http://www.yes24.com/Product/Goods/90686903?OzSran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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