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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미 Aug 19. 2023

커리어가 되는 글쓰기라, 솔깃한데?


입사 후 2년이 지났을 무렵 웹에이전시나 다른 IT회사로의 이직을 고민했었다. 그 이유는 2년이란 시간 동안 디자인 실력이 늘었는지 알 수 없었고, 아직 배울 것이 많은데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는 환경이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무 강도가 센 에이전시를 다시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른 IT회사를 가자니 어떤 곳을 가야 할지, 내가 한 프로젝트 경험을 어필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장황하게 썼지만 간단히 말해서 겁이 났다. 그렇게 우물쭈물하던 틈에 결혼을 하고 첫째를 낳으면서 이직을 하지 않기로 결심하고야 만다. 지나고 보니 이는 이직 시장에 나가기 두려웠던 나의 도피처였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19년, 나는 입사 10주년을 맞이했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었다. 둘째 낳고 복직한 지 2년 남짓 된 시기였다.


두 번째 복직 때만 해도 이 회사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와 재택근무라는 환경 변화와 동료들의 연이은 퇴사로 정신적 충격을 받으면서 10년 간 견고했던 생각이 와르르 무너졌다. 그제야 경력 관리에 무심했던 대가를 치르고 있음을 깨달았다. 두 번째도 같은 선택을 한다고 누구도 내게 뭐라 하지 않을 것이고 신경도 쓰지 않을 거다. 그러나 내가 같은 선택을 원하지 않았다. 변하고 싶었고 그럴 수 있다면 뭐든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이 간절함이 <커리어가 되는 글쓰기>란 게시물을 발견하게 이끌었다고 믿는다.


2020년 7월 19일 오후 9시, 설레는 마음으로 라이브 톡에 참여했다. 이 날의 연사는 오지수 님과 이진선 님으로 각자 글을 쓰게 된 동기와 어떤 글쓰기로 자기만의 콘텐츠를 발굴하고 커리어로 연결시킬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두 연사가 공통적으로 말한 글쓰기의 필요성에 대해 적어보자면 아래와 같다.


글쓰기가 필요한 이유
1. 드러내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2. 커리어가 되는 글쓰기란 나를 위한 글이 아닌 남을 위한 글이어야 한다.
3. 일단 시작을 해야 하고, 시작하고 나서는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이브 톡이 끝난 뒤 홀리듯 <한달 자기발견>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나를 드러내는 글쓰기, 커리어가 되는 글쓰기를 하고 싶어졌다. 매일 글을 쓴다는 것이 꾸준히 쓴다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시작을 해야 지속도 가능하다 했으니 나를 믿고 도전하기로 한다.


<한달 자기발견>은 이진선 님이 직접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이름 그대로 '나를 발견하는 질문에 매일 답하는 것'이다. 30일 동안 주말도 쉬지 않았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나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할 기회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깊이 있는 질문에 답을 하느라 진땀을 뺐다. 뒤죽박죽 섞이고 어디에 감춰진지 알 수 없는 퍼즐 조각을 하나씩 꺼내 온전히 맞추듯 어렵고 힘든 한 달이었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완주를 해냈다.


한달 자기발견 인증 페이퍼 (29/30, 은메달)


프로그램이 종료된 후 완주 수료증을 받으며 느낀 성취감은 이전에 느낀 성취감과 달랐다. 그간의 성취감은 가짜 성취감이라 느껴질 만큼 강렬하고 짜릿했다. 마치 다시 태어난 것만 같았다. 그 어느 때보다 에너지가 넘치고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다시 그림을 그리고 생각에만 그쳤던 <회사생활 가이드> 제작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생애 첫 사이드 프로젝트였다.



사진: UnsplashNick Morri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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