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미 Jul 21. 2022

뿔난 아이와 대화하기


오후 9시면 잠자리 준비를 시작한다. 가방을 챙기고 샤워를 하고 개운하게 잠들 준비를 하는 우리 가족끼리의 약속된 시간이다. 그런데 둘째가 볼멘소리를 하며 내게 왔다.


“엄마.! 나 게임 얼마 못했는데!”

“그래? 그렇지만 지금은 9시가 넘었고 잘 준비를 할 시간이잖아. 그건 너도 알지?”

“응 알아. 근데 게임하고 싶어”

“그래? 그럼 내일 학교 다녀와서 학습지 끝내고 하자.”

“잉… 지금 하고 싶은데!!”

“오늘 너 낮에 뭐하고 놀았지? 친구들이랑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았잖아?”

“응.”

“엄마가 5시 15분까지 들어오랬는데 네가 몇 시에 왔지?”

“6시 38분..”

“얼마나 늦은 거지?”

“1시간 정도..”

“친구들이랑 놀 때 너 시간 맞춰 가려는 거 친구들이 막았어? 아님 네가 더 놀고 싶어서 놀았어?”

“내가 더 놀고 싶었어”

“엄마랑 약속한 시간에 네가 왔으면 게임을 더 할 수 있었을 거야. 그런데 넌 친구들이랑 더 놀고 싶어서 신나게 놀다가 왔네. 오늘은 이미 9시가 넘어서 어쩔 수가 없어. 내일 학교 다녀와서 학습지 끝내고 나가서 놀지, 집에서 게임을 할지는 네가 결정하면 되는 거야”

“(억울한 표정으로 울먹이며) 이이잉… 끄잉..”

아이는 억울한 표정으로 울먹이며 내 옆에 서 있었다. 아이의 등을 토닥이며 물었다.

“왜~ 일찍 와서 게임할 걸, 후회돼서 그래?”

“끄윽끄윽…”

아이는 울먹거리며 고개만 끄덕였다.

“친구들과 나가서 놀 건지, 안 나가고 게임을 할 건지는 네가 선택해야 하는 거야.”

“끄이익.. 끄윽”

“엄마가 달래줄까? 아니면 혼자 있게 둘까?”

아이는 내 다리에 매달려 울다가 이불속으로 쏙 들어갔다. 나는 아무런 말도 않은 채 그저 자리에 앉아 내 할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첫째가 방에 들어왔다.


“엄마, 동생 왜 그래??”

“응~ 네가 어릴 때 그랬던 거처럼 둘 다 하고 싶은데 못해서 속상해하고 있어”

“아.. 맞아 나도 그랬는데, 지금은 안 그래! 동생 괜찮아? 형이 사탕 줄까? 아.. 아니다 너무 늦었지.”


서툰 솜씨로 동생을 달래려는 형의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가만히 아이들을 두고 내 할 일을 하고 있었더니 뾰로통하던 아이는 옷을 훌훌 벗고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스스로 진정하고 잘 준비를 하는 아이의 모습이 기특했다. 그리고 큰 소리 내지 않고 아이들과 대화한 나도 기특하다. :)




이미지 출처 : https://unsplash.com/photos/sxzuj6npVGU?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





매거진의 이전글 감정에 좋고 나쁨은 없단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