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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미 Jun 27. 2022

감정에 좋고 나쁨은 없단다.

나의 내면에 사는 어린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



아이야, 감정은 좋고 나쁨이 없단다.
네가 느끼는 그 감정들을 부정하려 애쓰지 않아도 돼.



어린 시절의 나는 투덜거리는 말을 하지 않는 아이였다. 싫은 것도 티 내지 않았고 불편한 말을 들어도 어른들 앞이라면 그저 웃어넘기는 아이였다.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몰라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서 그랬다. 착하다는 말을 참 많이 듣고 자랐고 잘 웃는 모습이 예쁘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착한 아이로 있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게 했다. 그래서일까 학교에서 힘든 일이 있어도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하기 어려웠다. 유일하게 내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은 일기장이었다. 말보다 글이 편한 이유는 내향적인 기질에서 발현된 것일 수 있지만 말을 하기보다 글로 드러내는 행동을 오랫동안 해서 그런 것 같다.


이런 내가 엄마가 되니 낯선 감정들을 마주하게 됐다. 불편함을 표현하는 아이의 투덜거림이 너무나 듣기 싫은 거다. 부정적인 감정을 쏟아내며 괴로워하는 아이를 다독이고 보듬어주지 못하고 그 부정적인 감정 표현에 휩쓸려 소리를 지르고 마는 것이다. 그만 좀 하라며. 내 안에 잠들어 있는 폭력적인 자아를 발견한 순간이었다. 이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아이들과 부딪히는 순간마다 그동안 억눌렀던 부정적 감정과 폭력적인 생각과 말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처음에는 참았다. 나는 원래 참는 걸 잘하니까. 그런데 문제는 아이와 엄마인 나는 헤어질 수가 없다는 것이다. 다른 관계는 내가 그냥 참고 그 관계에서 멀어지거나 끊으면 되었는데, 아이는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이 아주 큰 문제였다. 이대로는 나도 아이도 행복해질 수 없을 것 같았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고 편안하게 키울 수 있다는 건 알겠는데 어떻게 하면 엄마가 행복해지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엄마들이 있으니까. 그들의 경험담이 참고는 될지언정 내 것이 될 수는 없었다. 내가 가진 문제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 필요했다. 엄마이기 전에 '나'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 인문학에 관심을 두고 심리학과 정신분석학 관련 책을 읽으며 감정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 지금은 공부한 내용을 실행하는 것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중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실행하는 순간이다. 아이들에게 공감하며 나의 내면에 두고 온 어린아이에게 함께 공감하는 것. 아이들과 함께 자라는 엄마가 되는 것이 내 육아 철학의 기본 바탕이다.


3일 간 아이들에게 공감하며 고생한 나를 다독이는 오늘, 나의 내면에 자라고 있는 어린아이에게 전한다.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도 된다고.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한다고 나쁜 사람이 되는 건 아니라고. 착한 아이에 너무 갇혀있지 말라고. 훗날 너의 아이들에게도 꼭 이렇게 말해주라고.




이미지 출처

https://unsplash.com/photos/zYdYz7JlevE?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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