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주

식도감

by 한글작가 이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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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두시. 잠이 오지 않았다. 냉장고로 가 포도주를 꺼냈다.

마침 KBS2에서 셜록을 방영하고 있어 채널을 맞추고 포도주를 한 잔 따랐다.

알코올과 친하지 않은 내가 그나마 찾는 술이 포도주라 냉장고에는 꼭 한 병씩 있다.

웃겼다. 내가 이 시간에 술을 마시고 있다니.

안주 없이 술을 마셔보기는 처음이었고, 안주 없이 술을 마셔보고 싶은 것도 처음이었다.


얇은 유리잔 위로 농염한 붉은 빛이 차올랐다.

잔을 입으로 갖다 댔다. 술은 입안에서 묵직한 단맛을 내더니 진한 포도향을 터뜨렸고, 그 뒤로는 씁쓸한 알코올을 남겼다. 목으로 넘기니 시큰함이 코끝을 때렸고, 혀끝은 알딸딸한지 ‘한 모금 더!’를 외쳤다. 그리고 한 잔 더!

아, 술병은 이렇게 비워가는구나....

새벽 2시 47분.

셜록은 그만의 추리로 사건을 풀어가고 나는 나만의 속도로 술잔을 비워갔다.

조명으로 진득해진 와인 잔을 사이에 두고 그를 만났던 그 밤을, 나는 기억한다.



셜록! 그 매력은 역시 랩처럼 읊어내는 완벽한 추리와 추리를 뱉어내는 저 관능적인 입술이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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