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방탄소년단에 빚지고 산다.

by 한글작가 이미나

지난 설이었다. 이렇게 먹다간 제이홉 체중(59kg)을 앞서겠다 싶었다. 섬뜩했다.

몸을 일으켜 헬스장으로 갔다. 평소대로 하자. 근력운동 30분-유산소운동 60분을 계획하며 GX존으로 향했다. 어? 멀리 텔레비전에서 익숙한 형상이 보였다. 다가갔다. 방탄소년단이었다. 그대로 러닝머신 위에 올랐다.

프로그램 정체는 ‘All about BTS’. 데뷔부터 2018년까지 방탄소년단 출연 영상을 편집해 시기별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다. 내가 보기 시작한 때는 2부 중반이었다.


아육대를 평정한 금빛소년단

복면가왕을 녹여버린 전정국

듀엣가요제를 집어삼킨 랩몬스터

이런 명곡이! <Am I wrong> <21세기 소녀>

첫 1위에 감격한 소년들의 여린 눈물까지.

방탄소년단을 모르던 시절, 그들이 쌓아놓은 기록이 차례로 흘렀다.


image.png?type=w1 아육대 방탄소년단
image.png?type=w1 복면가왕 정국
image.png?type=w1 방탄소년단 2집 WINGS 수록곡 <21세기 소녀>

행복했다. 금요일 저녁 칼퇴근 뒤 집으로 향하는 그 기분.

열심히 걷고 열심히 웃었다. 90분이 순식간에 흘렀다. 슬슬 마무리할까.

그때 마침 이어질 프로그램이 자막으로 나왔다.

All about BTS 2부 – 21: 30 All about BTS 3부...


이럴 수가. 3부가 남았단다. 3부라 함은 2017년부터 현재까지 모습으로, BTS가 세계 정상 아이돌(IDOL)이 되어 나를 홀리고 당신을 홀리고, 전 세계를 홀려버린 무대를 이어나간 시기다. 놓칠 수 없었다. 놓치면 안 되었다. 정지 버튼을 누르려던 손가락을 거두었다. 낮추었던 속력도 다시 높였다. 곧이어 3부가 시작했다.

<fake love> 연습 영상

빌보드 컴백 무대

빌보드 무대 뒷이야기

BTS 컴백쇼 하이라이트 릴(highlight reel)

MGA 2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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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빌보드 컴백 무대

https://www.youtube.com/watch?v=vXGumDiEhag


image.png?type=w1 BTS 컴백쇼

무너지는 체력을 추스르며 그들에게 집중했다. 러닝머신은 100분을 넘기고도 50분을 더 채우고 있었다.

허벅지가 아리고 종아리가 떨렸다. 3시간을 넘겼다. 운동인지 노동인지 헷갈렸다. 정신력으로 버티며 마지막

순서<멜론뮤직어워드2018>까지 챙겨봤다. 3시간 40분 만에 나는 러닝머신에서 내려 왔다.

스트레칭할 여력은 없었다. 다리를 끌며 집으로 돌아왔다.


“7시에 운동 나간 애가 밤 11시가 다 돼서 들어오노?”

언니가 물었다.

“방탄소년단 특집 방송하는데 도중에 끌 수가 있어야지...”

나는 답했다.

언니는 무식하다 했고 친구는 존경스럽다 했다.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종아리만 아팠다.

다음날 아침.

다리 근육통이 나를 깨웠다. 체중 잴 시간이다. 호흡을 뱉고 체중계 위로 올라섰다.

...

58kg

휴, 다행이다. 나는 제이홉보다 가볍다. 자존심은 지켰다. 살찌기 쉬운 명절에 500g도 불지 않다니, 스스로 대견했다. 네 시간에 달하는 운동 덕이다. 아니, 네 시간을 버티게 해준 방탄소년단 덕분이다.

아아, 난 운동마저 방탄소년단에게 빚지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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