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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성 Jul 22. 2015

축구 '앱' 왕 이동준

'오늘의 축구'를 만들다.




얌 스튜디오 이동준 대표


이우성의 좋아서 하는 인터뷰


해외 축구를 즐겨 보는 사람은 알겠지만 경기 시간과 날짜가 자주 헷갈린다. 한국 시간으론 새벽에 경기할 때가 많으니까, 오늘인지 내일인지 계산이 안 되는 거다. 물론 내가 셈을 못해서 그러겠지만. 그것 말고도 궁금한 건 많다. 예를 들어 해설을 누가 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시낭송 할 때 배경음악이 중요한 것과 비슷한 이치랄까. 그런데 이런 정보들이 안 헷갈리게 나와 있는 데가 없다. 클릭을 몇 번 해서 일일이 찾아봐야 한다.              

2012년 1월에 ‘오늘의 해외축구’가 출시됐다. 애플리케이션이다. 며칠 몇 시 어떤 채널에서 중계하는지, 해설위원이 누군지, 각 팀 순위가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다. 주절주절 읊는 게 아니다. 간결하다. 읽어볼 만한 기사의 링크, 하이라이트 영상의 링크도 걸려 있다. 늦지 않았다. 축구팬들은 이 애플리케이션 만든 사람한테 상을 줘야 한다.              

“애플리케이션을 만들려고 회사를 그만두고 나왔어요. 뭘 만들까 고민하다가, 축구 볼 때 불편한 게 뭔지 생각하게 된 거죠. 제가 축구를 좋아하거든요.” 이동준이 말했다. 그는 얌 스튜디오의 대표다. 이름이 귀엽다. 7월의 첫번째 일요일 이동준은 한 스포츠 브랜드의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성수동에 와 있었다. 일요일에 일하는 직원들은 안쓰럽지만 일요일에 일하는 대표는 보기 좋았다. 그는 영상과 사진을 찍고 짧은 글을 다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든다. 간결함은 그가 만드는 애플리케이션의 특징이다. 그는 오늘의 해외축구를 확장시켰다. 오늘의 K리그가 생겼고, 각각의 에스엔에스(SNS) 채널도 개설됐다. 오늘의 축구는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로도 만들어졌다. 경기에 관한 간단한 정보를 제공하던 애플리케이션이 복합적인 축구 커뮤니티로 성장한 것이다. 이 매체들의 가입자 수와 ‘친구’를 합하면 200만명에 이른다. 무서운 숫자다. 사람이 많다는 건 어찌 됐건 무섭다. 긍정 혹은 부정에 관한 판단이 아니다.                           

“2011년 11월에 퇴사했어요.” 그는 엔씨소프트에 다니고 있었다. “연봉도 높았고, 능력도 인정받았어요. 그런데 재밌진 않았어요. 그 전엔 다음커뮤니케이션에 다녔는데, 거기서 배운 걸 소모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동준은 아이티 회사를 다니며 만난 사람들 몇 명과 사업을 구상했다. “제가 믿는 친구들이에요. 모두 7명이서 시작을 했어요. 그 친구들은 회사를 그만둔 건 아니고, 어떻게 보면 투잡을 한 거죠. 그중 한 명은 지금 제 아내예요.” 이어서 멋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영화 <쇼생크 탈출> 봤죠? 팀 로빈스가 먼저 탈출해서 모건 프리먼한테 비행기 티켓을 보내잖아요. 아무도 없는 환상적인 섬에 가서 기다리고 있는 거죠. 
저도 그런 마음이에요. 친구들이 언젠가 이 섬으로 올 거라고 믿어요. 기다리는 거예요.”              

이동준의 말을 듣고 내가 느낀 감정은 우정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궁극적으로는 “당신은 왜 이 일을 해요?”라고 물어야 했다. 그런데 그런 질문은 인터뷰가 끝날 때쯤 해야 멋있는 법이니까, 다른 걸 먼저 물었다. “당신의 섬으로 들어와서, 당신 밑에서 일해야 하는 거예요?” 우문이다. “아니요. 동등한 위치에서 일해야죠. 종류가 다른 애플리케이션을 열 개 이상 만드는 게 저와 친구들의 목표예요. 오늘의 농구, 오늘의 신발, 이런 방식으로 확장해 나갈 건데, 중요한 건, 일상에서 소소하게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이어야 한다는 거예요. ‘오늘의 운세’라고 들어봤죠? 어떤 사람들은 그것도 우리가 만든 건 줄 알더라고요.”                                                              



이동준과 친구들은 ‘오늘의 출퇴근’이라는 애플리케이션도 만들었다. 출퇴근 시간과 경로만 입력해 놓으면 대중교통편과 도착 시간, 지역의 날씨 등을 체크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 어쩌고 하면서 공공정보를 개방하겠다고 했단 말이에요. 예를 들면 기상 정보, 대중교통 시간 같은 것들을 개인이나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겠다는 거였죠.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개발하라는 취지였어요.” 몰랐다. 이 정부가 미워도 이런 건 박수 쳐줄 만하지 않나? 


“탁상공론이에요. 횟수를 제한해놨어요. 하루에 많아야 만 번만 열람할 수 있도록 해놨어요.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사람 중에 딱 5천명만 출퇴근 때 한 번씩 그 정보를 볼 수 있다는 거예요.”              

장난해? 하루에 5천명만 이용해야 한다면 애플리케이션을 왜 만들어? 여담이지만 정보는 국가의 권력이다. 메르스 사태 때도 그랬지만 정보를 공개하면 힘은 국민에게 간다. 국가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다.              

“큰 공부가 됐어요. 저는 단순히 10개 이상의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게 목표가 아니라, 다양한 커뮤니티가 생기는 계기를 만들 거예요. 모두가 발언권을 갖게 되는 거죠.” 이동준이 말했다. “그 애플리케이션 그리고 그 커뮤니티를 서로 연동시킬 수도 있을 텐데.” 내가 말했다. 내 말은 ‘힘’에 대한 것이었다. 사람들의 숫자, 그 무서운 것에 관한 것이었다.              

“언젠가… 결국엔 정치에 관해 누구나 일상적으로 말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게 목표예요.” 성향에 관한 게 아니었다. 모두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즉 평등에 관한 것이다. “정치는 굉장히 어려워요. 국가에서 자료를 공개한다고 해도, 일반 사람들은 봐도 뭐가 뭔지 잘 몰라요.” 그걸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만든다면 국민 한명 한명이 입장을 갖게 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이 공약을 얼마나 어떻게 지켰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면 유권자들이 당이나 정치 성향에만 함몰돼서 투표하는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이동준을 만나서 축구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정치라니? 나는 그가 현대판 민주투사처럼 보였다. 광장에서의 시위만이 의미가 있는 게 아니니까.              

“이런 일들을 왜 해요?” 드디어 물었다. 그가 대답했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행복해지면 좋겠어요.” 희망, 나는 이 단어를 떠올렸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함께’라는 개념이에요. 지금 하고 있는 취재만 해도 그래요. 축구를 좋아하면서 영상도 잘 찍는 젊은 친구들이 있어요. 저는 그들에게 도움을 받아요. 같이 일하는 거예요. 협업이죠. 그런데 많은 기업들이 일을 준다고 생각해요. 갑과 을의 개념이 등장하죠. 그러니까 시너지가 안 생기는 거예요. 그런 일을 창의적으로 하려는 사람이 있겠어요?” 인터뷰가 끝났다. 이동준은 젊은 친구들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들은 이동준의 낙원에 초대받은 걸까? 언젠가 우리 모두가 그가 보내는 초대장을 받게 될까? 함께, 잘 사는 게 가능한 것일까?              






한겨레 esc

2015.07.08.  

사진 박미향 

인터뷰 이우성



: 이동준은 친척들에게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인터뷰 때문에. 출마하는 거 아니냐며. 

: 그가 출마하면 나는 그를 뽑을 것이다. 그는 멍청한 보수당 지지자가 아니니까. 멍청한 야당 지지자도 아니지만. 

: 이동준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멋진 일이지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모자르다고 생각한다. 그는 더 멋진 일을 할 것이다. 거듭 나는 그의 지지자다. 

: 그에게 넘겨야 할 글이 하나 있는데... 안 쓰고... 나는 이러고 있다. 

: 이동준은 저 사진이 너무 해맑아서 싫지만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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