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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성 Nov 12. 2015

멍청한 서울 재생

서울은 무엇을 어떻게 재생하려는 것일까? 



서울국세청 남대문 별관에서 11월 8일까지 서울 건축문화제가 열린다. 그런데 남대문 별관은 올해 5월과 6월에 걸쳐 헐렸다. 이 건물은 일본이 조선총독부 체신국청사로 지었다. 무너뜨릴 명분이 있었다. 건물을 이루던 기둥을 몇 개 남겨두었다. 여전히 두껍고 완강하다. 그런데 꼭 헐어야 했을까? 그것만이 방법이었을까? 서울시가 근래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재생’이라는 단어와는 어울리는 결정일까? 

헐린 건물 위에 가설건축물이 세워졌고 그 안에서 서울건축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건물 외부를 둘러보면 할 말이 없어진다. 가설건물이라고는 해도 서울시가 ‘건축문화제’라는 행사를 치를 장소로 적당한지 의문이다. 품격을 논할 정도도 안 된다. 아름답지 않고, 당위도 없다. 행사를 위해 구색이나 맞춰 지은 임시 건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내부에서 열리는 전시는 심각한 수준을 넘어 선다. 모두 10개의 작은 주제로 전시가 열리고 있는데 현장에서 준 도면을 봐도 그 각각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이렇게 적으면 무례한데, 대충 처박아 놨다. 볼만한 게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서울시에서 발주하고 관리할 건축 프로젝트 중에서 100억 이상의 비용이 드는 대형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서울메타시티 2.0’이라든가 ‘서울시 건축상’ 수상 작품들은 궁금했다. 그런데 아이패드 몇 개 가져다 놓고 보려면 보고 말려면  말아,라는 식으로 꾸몄다. 으뜸은 ‘아름다운 건물 찾기’다. 시민들이 서울에서 아름다운 건물을 추천했다. 선정된 건물을 가로세로 30cm 정도 되는 크기로 사진 한 장씩을 인화해 벽에 붙였다. 아, 여기에도 아이패드가 있었다. 이럴 거면 갤럭시 텝도 가져다 놓지. 

10개의 작은 주제 중 하나는 ‘2014 올해의 건축가: 조성룡 전’이다. 건축가 조성룡은 작년에 제정된 올해의 건축가 상의 첫 수상자다. 2014년 혹은 그 전해인 2013년의 업적으로 상을 준 건지, 그동안의 여러 작품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상을 준 건지 명확하지 않다. 어찌됐건 조성룡은 훌륭한 건축가고 마땅히 상을 받았다. 그런데 그런 건축가에게 전시 공간으로 내준 게 고작 서너 평이다(이보다 더 큰지 더 작은지 모르겠고 알고 싶지도 않다). 사진 몇 개 걸으라는 의미인가? 이쯤 되면 이 원로 건축가를 욕보이려는 속셈이 아닌가 의심까지 든다. 

그러나 조성룡은 자신이 왜 수상자인지를 명백하게 증명한다. 그는 이 작은 공간을 열린 교실로 만든다. 전시명은 ‘건축과 민주주의 1’이다. 그는 아파트에 질문을 던진다. 조성룡의 첫 공공 프로젝트이자 입신작은 1983년 작 아시아 선수촌 아파트였다. 이 아파트는 86 아시안 게임을 위해 지어졌다. 그는 이 아파트를 통해 집의 가치, 더불어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실현하고자 했다. 아파트가 그런 것이었나? 몰개성, 단절의 상징이 아니라? 

영화감독 정재은이 아시아 선수촌 아파트에서 기록한 세 편의 영상, 건축 사진가 김재경이 서울의 사라져 가는 동네와 삶, 아파트 단지를 기록한 슬라이드 쇼를 관람할 수 있다. 전시 기간 중 매주 일요일에는 건축평론가 이종건, 문화평론가 조병준, 문학평론가 함돈균, 그리고 조성룡 본인이 차례로 강연을 펼친다. 서울건축문화제의 주제가 도시 재생인데, 재생에 대해 질문을 던진 건 이 전시뿐이다. 이 전시는 선유도 공원에서 겨울 혹은 봄에 열릴 조성룡 전시의 일부다. 그러니까 혹시 놓치더라고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서울시를 위한 변명을 하겠다. 서울시는 국제적 규모의 ‘서울도시건축국제비엔날레’를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꿈이 커서 좋겠다. 2017년에 서울도시건축국제비엔날레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러니까 이번 건축문화제는 일종의 실험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서울건축문화제 총감독님께서 전시 팸플릿에 적어 놓으셨다. 그렇다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반성할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엉뚱한 일이 반복적으로 재생되면 안 되니까. 


<아레나 옴므+>, 11월


: 이렇게 하고 있는데도,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건, 건축계의 '줄 서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축구만 '인맥 축구'하는 게 아니라... 

: 시민들의 무관심과 무지가  한몫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우리가 똑똑해져야 한다. 일단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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