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우성 Jun 23. 2015

우리랑 살아요

할머니...

할머니가 엄마 집에 있기 싫다고 하셨을 때 

엄마와 나는 무너졌어요. 

할머니는 이제 혼자 살 수 없어요. 


두 달 전에 제가 혼자 설렁탕을 사서 할머니 댁에 갔을 때 

할머니는 꽃처럼 웃었어요. 그리고 마당의 꽃을 보며 말했어요. 

"꽃은 피고 지고, 또 피지. 하지만 사람은 아니야." 

그 순간 저는 할머니가 예전의 할머니처럼 보였어요. 


할머니, 제가 가고 나서, 엄마가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엄마가 할머니에게 말했어요. "우성이가 설렁탕 사 왔지?" 

할머니가 대답했어요. "아니. 안 왔어." 


하지만 할머니, 다 잊어도, 그 꽃처럼 웃던 짧은 순간, 기뻐하셨던 거 저는 알아요. 


할머니, 이제 할머니는 혼자 살 수 없어요. 

엄마가 매일 할머니에게 갈 수도 없어요. 엄마는 서울에 살고 할머니는 수원에 사니까요. 

그리고 엄마도... 너무 우울해해요. 


"집에 데려다줘." 오늘 아침에 할머니가 엄마에게 말하셨어요. 

엄마가 저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우성아, 할머니 모셔다 드리자." 


할머니, 엄마 집에 있던 최근 며칠이... 기억 나요?  

"나랑 살아, 엄마. 수원에는 이제 아무도 없잖아." 엄마가 울먹이면서 이야기한 거... 는... 


할머니

지나온 모든 삶이 지워진, 할머니. 

"누가 나를 높은 데서 밀어 버렸으면 좋겠어"라고 본능으로 말하는 할머니. 


오늘 할머니를 수원 집에 모셔다 드리고 돌아오면서 

저는 울지 않았어요. 엄마가 울면 나는 엄마를 지켜야 하니까요. 

할머니도 제가 지켜야 하고... 

엄마는 할머니랑 나를 지키고... 


할머니, 어쩜 좋아요? 엄마랑 나는 어떡해야 해요? 

할머니... 


그런데 할머니, 고마운 게 두 가지 있어요.

아직 우리 옆에 살아 계신 거, 그리고 모든 걸 다 잊었지만 엄마와 나를 잊지 않은 거, 

고마워요. 



작가의 이전글 고백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