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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성 Feb 15. 2016

사진가 송곳

마음을 찍는다

: 오래 전에 한 인터뷰인데, 송곳 사진을 보고 문득  생각났다. 어떻게 사진에 마음이 담길까...  신기하다. 사진도 글도, 중요한 건 결인데, 그걸 어떻게 담을 수 있는 걸까.

~~


한겨레 esc 2014. 11. 20.


언제였더라, 잡지를 넘기다 사진을 한장 보고 슬퍼서 좋았던 적이 있다. 차분하고 바르게 대상의 마음을 찍으려고 한 사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가 이름을 찾아보니 송곳이었다. 안쓰러웠다. 요즘 누가 이렇게 찍어, 혼잣말도 했다. 그렇다, 그렇게 찍지 않는다. 광고나 화보를 보면 화려하고 멋있는 사진뿐이다. 겉을 찍으니까. 진짜는 안에 있다. 그러니까 마음을 찍는 게 진짜다. 하지만 진짜가 대우받지 못하는 시대 아닌가.


송곳은 성이 송이고 이름이 이곳, 저곳 하는 장소의 곳이다. 10년이나 이 이름을 썼는데 유명하지 않고, 스튜디오도 없이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찍는다. 그가 대상의 마음을 발견하며 그것을 통해 진짜 찾고 싶어 하는 건 자신의 얼굴이다. 송곳은 단절된 무엇을 찍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연결된 무엇을 찍는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겨울이 맨얼굴을 자꾸 드러내는 어느 아침, 그런 사진가를 거의 나만 알고 있다는 사실이 기쁘고 아쉬워서 전자우편으로 질문을 보냈다. 송곳이 보낸 답 메일이 그의 사진을 닮아서 그대로 싣는다.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은 거야?


"무언가의 과정을 기록하는 사진도 좋고, 그 결과물을 설명하는 사진도 좋아요. 소규모 영화 포스터나 스틸, 앨범 재킷 같은 거요. 다른 사람들의 작업에 한가지 더하는 그런 사진이요. 그리고 사진 찍힌 대상이 그 사진을 마음에 들어 하면 더 좋아요. 왕창 보정해서 멋진 사진 말고 자신도 못 본 그 사람의 모습을 내가 사진으로 표현한 것 말이지요. 나는 내 사진을 믿고 싶어요. 사진으로 기죽지 않고 싶어요."


-이태원에 살면서 화려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데 평범하다고 느껴?


"저는 이태원에서도 늘 조용한 동네에서만 살았어요. 처음에는 해방촌에서 살았는데 남산타워가 크게 보여서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때에도 주변에 멋있는 언니 오빠들이 몇몇 살았지만 지금처럼 많은 젊은 사람들이 각자의 취향을 내세워 무언가 하는 때는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주변을 둘러보니 새로운 공간들로 꽉 차 있더라고요. 거기다가 나는 여전한데 재주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싶었는지 어떤 때에는 좀 묘한 기분도 들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냥 다 대단하다 싶어요. 저는 정말 너무 평범하죠. 동네 목욕탕에 할머니들이랑 섞여 앉아 있어도 위화감 하나 안 드는 그런 사람이니까요."


-누가 제일 멋있고 대단해 보여?


"우리 아빠. 아빠는 한 회사에 30년 넘게 다니고 계신데요, 저는 정말 한살 한살 나이 먹어갈 때마다 아빠가 제일 멋있고 대단하게 보여요. 사람들은 아빠가 임원 정도 되나 보다라고 생각하는데 정말 평범한 회사원이시거든요. 아빠 스스로는 그게 멋있는 건지 모르시는 거 같아요. 아빠가 얼마나 성실하게 살아오셨는지 알고 있으니까 36년차 회사원이라는 사실이 더 멋있어요."


-광고, 연예인이나 모델 화보 같은 패션 사진이 주목받는 시대잖아. 화려하고 보정도 많이 한 사진 말이야. 그런 시대에 사진가로 살면서 어떤 고민을 해? 송곳은 커다란 조명도 없이, 카메라가방만 달랑 들고 다니잖아.


"나는 내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진짜 멋있는 사진 보면 부러워요. 나도 저런 작업을 하고 싶다고 느끼기도 해요. 하지만 유행처럼 비슷한 게 많아요. '너는 무슨 사진을 찍고 있어'라고 물으면 참 어려워요. 사람 위주로 찍지만 그 모습을 찍는 건 아니에요."


-요즘은 누구나 사진을 찍잖아. 사진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금의 사진은 쉽게 찍히고 쓰이고 지워지는 느낌이 크지만 그런 와중에도 여전히 사진이 가진 힘은 기록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여러 순간의 기록들이 모여 있을 때 힘이 엄청나요. 저는 아직도 가끔 싸이월드 미니홈피 구경하거든요. 십년쯤 된 사진들 보면서 할머니처럼 옛날 생각 하고, 어떤 날엔 조금씩 울기도 하고 그래요. 기록으로 남은 사진들을 보면서 행복했던 순간도 떠올릴 테고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를 찾거나 잊지 말아야 할 사건들도 떠올리겠지요."


이우성 시인


송곳의 본명은 송지은이다. 1985년생이다.www.songgot.com에서 그녀의 사진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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