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아이는 어른들의 손에 이끌려
엄마와 함께 갔던 곳으로 향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미 다들 눈치채고 있었던걸 지도 모른다
그저 한 다리 건너 일이니 들춰낼 이유가 없었다던가
차에서 내렸고 익숙한 골목길이 보였다
“저기 있잖아. 시계. “
짧은 손가락이 향하는 곳에 아이가 말한
가게가 보였고 그 이후로는 기억이 흐리다.
낮에도 사람이 드나드는 술집
하얀색 벽에 줄지어진 술병
붉은색 높은 의자
어디 있냐, 모른다 언성이 높아지는 어른들
”여기 맞아? “
”애기야, 너 대체 뭘 봤다는 거니? “
일제히 아이를 향한 무서운 눈동자들
결국 아이는 온통 하얀 가게 안쪽을 보며 말했다
”저거 벽 아니야. 열리는 거야. “
그러자 벽이 스르르 옆으로 밀렸다
손잡이 없는 미닫이문
그 문을 열자 보이는 어둡고 쾌쾌한 방
여자가 드나들던 노름판이 나타났다
아이는 조금 기뻤다
거짓말쟁이가 될 뻔했는데 다행이다 하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그저 어른들이 잘했다, 똑똑하네 하니까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그렇게 아이가 먼저 여자를 버렸다
여자가 마지못해 잡고 있던 부모자식의 연을
아이가 끊어내 주었을 때
여자는 과연 어떤 마음이었을까
기뻤을까
후련했을까
조금은 후회도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