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다음으로 기억나는 것은
안방에서 큰 소리로 다투던 어른들 사이에서
악을 쓰며 소리치던 여자의 목소리다.
울먹이거나 기죽어서 변명하지 않고
목이 쉬어 터질 정도로 큰 소리로 소리쳤었다.
너무 어려서 그랬나
아무리 떠올려봐도 무슨 내용인지는 기억이 안 난다.
거실에서 흐느끼며 아이보다 더 떨리는 몸으로
작은 아이의 어깨를 감싸던 할머니의 냄새
그리고 아주 밝은 날씨와 반대로 어둡던 안방
실제로 안방은 빛이 잘 들지 않기도 했고
꼭 다른 세상인 것처럼 어두워서
할머니가 꼭 붙들고 있지 않았어도
절대 그 방으로는 스스로 걸어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하나 둘 번갈아가면서 교대하듯 방으로 들어가
여자에게 온갖 비난을 퍼붓고 욕지거리를 했다.
그 모든 순서를 차례로 받아내면서도 여자는 버텼다.
그리고 모든 어른들이 나왔을 무렵
슬쩍 안을 들여다봤을 때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눈을 한 악마를 봤다.
꼭 붉게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악을 쓰느라 핏줄이 터진 걸 지도 모르고
눈물을 쏟아 눈이 붉어진 걸 지도 모르지만
아이는 어린 마음에도 자신이 이 모든 일의
원흉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귀신을 보듯 놀랐으리라
그리고 희미하게 들리던 한 마디
‘너 때문이야.’
그때였다.
아이가 평생 못 지울 저주에 걸린 날.
여자를 그 지경으로 만든 건 결국
한때는 여자의 인생을 역전시켜 줄 복권이었으나
결국 마지못해 낳아버린 악몽 같은 아이였으니
여자와 아이에겐 이미 정해져 있던 결과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