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래공수거

by 미나미

어느 방송에서 들은 이야기였는데
외롭게 자란 외동아이는 짐 싸는 버릇이 있다고 한다
미취학 외동아이가 가방에 뭘 자꾸 담으려 하고
집안의 물건을 엉뚱한 곳에 숨겨두거나 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나는 그랬다
그래서 성인이 된 후에는 수시로 짐을 싸서
정처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살다 가끔은
집으로 들어가고, 그러다 또 별거 아닌 일로 나가고
어디든 갈 곳이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 그랬던 건지
어딜 가도 안정되지 못해서 그랬던 건진 잘 모르겠다

오늘도 짐을 싸며 물건을 한가득 버리고 왔다
점점 남겨둘 물건과 버릴 물건들의 구분이 어렵다
모든 게 무의미해 그냥 다 버리고 훌훌 털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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