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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나미에 Aug 01. 2020

10. 횡성_번외

빵지 순례의 종막

  사실 요즘 전국에 이름난 빵집은 인터넷 쇼핑과 배달의 발달로 전국 어디서나 간편하게 주문해서 받아볼 수 있다. 찐빵도 마찬가지이고 단팥빵, 튀김소보로도 편하게 집에서 맛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점 혹은 원조를 직접 찾아가서 맛보는 이유는 단순히 빵을 맛보는 것에서 나아가 오래된 빵집이 가지고 있는 세월의 흔적과 고유한 지역성, 그곳에서만 이루어지는 특별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어디 어디에서만 맛볼 수 있는 빵, 이 빵 하면 여기지, 하는 수식어들이 그 지역에서만 할 수 있는 유일한 체험으로 만들어준다. 전국을 돌며 유명하다는 빵집에 가보았지만, 어느 빵집이 가장 내 취향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원했던 건 빵집들이 처음 시작된, 그 지역에 가야 갈 수 있는 본점에서 빵을 직접 맛보았다는 특별한 체험과 기억이었다. 

전주 초코파이, 광주 나비파이

  빵지 순례를 끝내고 시간이 흐른 지금 생각해보면 오래된 맛집들은 오랜 세월 동안 그 도시에 터를 잡고 시민들에게 익숙한 맛을 선사해왔을 것이다. 최근 몇 년간 SNS의 발달로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것일 뿐. 나에게는 남포동의 B&C제과점이 그렇다. 아주 어렸을 적부터 할머니 집에 갈 때면 빵과 케이크를 샀던 빵집이 어느 순간 부산의 대표 빵집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해지면서 갑자기 꼭 먹어보아야 할 인기 있는 빵이 생기고 수십 년 동안 있던 자리를 벗어나 이전하여 새단장을 하고 여러 지점이 생겼다. 그런 장면은 나의 어릴 적 추억을 빼앗아가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대구 삼송베이커리 (2015)
대구 삼송베이커리 (2015)

  최근 목포의 코롬방제과도 그렇듯이 다른 전국 5대 빵집들도 마찬가지로 전국에서 사람이 몰려들어 본래의 모습에서 규모를 확장하거나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가격은 오름세이고, 매일 줄을 서야 하니 오랫동안 빵집을 찾았던 그 지역의 사람들은 지금의 변화가 그리 달가울 것 같지는 않다. 대구에서만 맛볼 수 있던 삼송빵집의 마약 옥수수빵을 이제는 어디서나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외지인들에게는 좋을 수도 있지만 지역성을 잃어버린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빵지 순례를 그만둔 것은 이러한 변화 때문이다. 더 이상 그 지역, 그 집만의 빵이 아니기에 빵지 순례를 했던 그때를 추억으로만 남겨두기로 했다. 


통영 오미사꿀빵, 경주 황남빵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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