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우성 Jun 30. 2020

정말 시에 관한 이야기_처음

오늘의다짐

언제인지 기억은 안 난다. 대학 다닐 때였겠지. 의정부 방향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 있었다. 오후였고 앉았고 사람이 많았다. 햇살이 지하철 안에서 여유롭게 모여 있었다.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된 나희덕 시집을 읽고 있었다. 좋아서 나도 모르게 작게 소리 내어 읽고 있었다. 아, 좋다는 건 이런 거구나, 시인이 된다는 건 이렇게 좋은 문장을 쓰는 거구나. 그런데 좋은 거랑 슬픈 거가 왜 이렇게 닮았을까? 나는 그런 시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내가 어떤 시를 쓰고 싶어 하는지 알았다. 시집 제목이 기억 안 난다. 당연히 시 제목도 기억 안 난다. 그러니 어떤 시를 쓰고 싶어 한 건지도 기억 안 난다. 나는 그걸 찾고 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기억이 안 나지만 내가 그것을 잊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미세한 감정, 언어의 상태가 몸에 남아 있다. 그러니 써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정말 시에 대한 이야기_부끄럽지 않겠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