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다짐
2009년에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을 어디에서 했더라, 아, 광화문 프레스센터. 출근해서 일 하다 갔다. 아무렇지 않은 날이었다. 프레스센터 1층에 시상식 장소를 알리는 배너가 놓여 있었다. 내 이름도 적혀 있었다. 신기하지 않았다.
시가 참 좋다. 소설이나 동화나 희곡보다 단상에 먼저 올라간다. 당연히 이름도 먼저 불러준다. 첫 번째 수상자가 된다. 상패를 받았다. 사진을 찍었다. 수상 소감을 하려고 비로소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사람이 많았다. 저 뒤에 우르르 모여 있는 사람은 내 후배들이었다. 눈물이 났다. 그냥 뭐 아무 이유 없이 주룩주룩 쏟아져서 소감을 말할 수 없었다. 울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너는 오늘의 수상자고, 첫 번째로 수상 소감을 말하는 사람이고, 이 시간과 이 자리는 오롯이 너를 위한 거니 뭘 하든 상관없어,라고 누군가 또박또박 말해주었나? 마치 그런 것처럼 내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 당선을 하면 최소한 한 번은 이런 기회를 주는구나, 이게 상금이나 상패보다, 시인이라는 명예보다 큰 상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시상식에 몇 번 가보았지만, 아무도 나처럼 많이 울지 않았다. 내가 젤 많이 울었다. 그렇게 울 일이었어? 당연히 아니지. 정말 말도 안 되게 꺼이꺼이 계속 울었으니까. 그 순간을 떠올리면 확실해지는 것이다. 이 순간,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 그래서 왜 그렇게 울었어?
- 아직 다 안 울었어.
(나 이제 그 얘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