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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성 Aug 02. 2020

시_마음의 마을

두 번째 시집 

  마음의 마을




  나는 오래전부터 그를 알고 있었다

  그는 두 손을 붙여 공간을 만들고 그 안으로 빛이 들어오는 것을 보며 기뻐했다 나는 그게 아둔한 감각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상하게도 그를 우러러보았다

  그리고 그는 자주 고개를 들었다 흐릿하게 푸른 형체가 보일 때 아직 무엇인가 남아 있다고 믿었다 이를 테면 희망 같은 거

  그는 밤이 되면 나에게 자신의 얇고 작은 업적들을 이야기해주었다 그러나 기념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어쩌면 자신이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나는 그를 믿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하늘을 빚는 소리를 상상해볼 수는 있었다  

  나는 그의 팔을 잡고 손바닥에 동그라미를 그려주곤 했다 그는 주먹을 쥐지 않았다

  어두워질까 봐

  밤이 오지 않으면 뜨거운 오후가 계속된다

  나는 그가 떠날 것을 알았다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지만 물은 소리를 내며 흘렀고 그것은 나와 무관한 일이었다



: 5년 쯤 전에 쓴 시인데, 다시 고쳐적으면서, 참 좋다고 느꼈다. 이런 시를 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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