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결혼 선언을 했을 때, 고등학교 친구 중 하나는 이 결정이 꽤나 놀랍다고 했다. 항상 의외의 선택을 하고 반골 기질을 가진 내가 무리 중 만혼 혹은 비혼을 할 거라고 생각했단다.
요즘 문득 드는 생각은 너 나 할 것 없이 하지 않는 결혼이라 반시류를 올라타 결혼을 한 게 아닌가 싶다. 같은 결로 사랑의 완성이 왜 결혼이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고리타분해지기 시작하는 30대이기도 하다.
물론 완전히 끝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완성을 향해가는 과정이라고도 생각하고, 사랑의 승화된 모습인 책임이라고도 생각한다.
찬란하고 아름다운 모습의 사랑은 누구나 하고 싶어 하지만 무겁고, 귀찮은 책임은 누구나 꺼리는 것이기에 그 책임마저도 숭고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사랑의 다음 단계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결혼은 사랑의 종착역인 것이다. 책임은 지루한 감내를 수반한다. 사랑은 카카오-설탕이 각각 50프로 들어간 우리가 흔히 먹는 달달한 초콜릿이지만, 결혼은 카카오 99프로의 초콜릿인 것이다. 쓰지만 진정한 초콜릿이라고 할 수 있는 진짜배기.
결혼은 인위적 간섭이 없다면 인생 끝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나는 노부부가 정답게 손 잡고 걸어가거나 같은 길을 걸어가는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다.
여느 연예인의 호화 결혼식보다 더 동경해 마지않는 한 폭이다. 그들이 같이 서 있는 그 사이 시공간에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감정과 결실, 인내가 서려있나. 단시간에는 꿈도 못 꿀 천근만근의 사랑이다.
그게 사랑이 전 인류에 주는 감동이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는 가질 수 없는 것.
그를 가지기 위해 나는 결혼했다.
글 쓴 후 또 드는 생각,
나는 어렸을 때부터 고생길 선택하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듯.
99프로 초콜릿은 카카오가 더 많이 들어있지만 우리는 보통 50프로의 달달한 초콜릿을 주로 먹는다.
그래도 역시 미련보단 후회가 낫다고 급히 마무리를 지어본다. 깔깔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