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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나뵈뵈 Nov 19. 2024

아찔했던 순간 1

- 아이고, 하마터면...

하마터면 아들들과 '이산가족'이 될 뻔하였다.

한 번은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둘째 아들과,

또 한 번은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첫째 아들과...


그것도 아들들의 불찰이 아닌 엄마의 불찰로...


지난 토요일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이 집에 방문 오셔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이 일화를 얘기하게 되었다.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돌이켜 생각하니 참 '아찔했던 순간'이었다. 둘째 아들 이야기만 했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비슷한 일이 첫째 아들과도 한 번 더 있었다.




<아찔했던 순간, 그 첫 번째>


그러니까 그때가 우리가 중국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첫 해였다. 

바로 2012년. 그리고 10월. 중국의 국경절 연휴의 어느 날.


"얘들아, 오늘은 북경에서 손님이 오셔. 다 같이 전철역으로 마중 나갈 거예요. 4번 버스 타고 중간에 '신운리(新云里)'에서 내려 모임 참석하고 집으로 돌아올 거예요."

 

"어머, 어서 오세요. 시내에서 여기까지 꽤 멀죠? 고생 많으셨어요. 저쪽으로 건너가서 버스 타요."


버스 안은 북적북적, 자리는 이미 빈자리 없이  고 서 있는 사람들로 가득한데 손님 가족  네 명, 우리 가족 다섯 명까지 더해졌다.


"저희 다음 정류장에서 내릴게요."


"아이고, 사람 많다. 시아츠어(下车), 시아츠어(下车)!" 앞을 막아 선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나오면서 내린다고 외치며 겨우 우리가 내려야  정류장에서 하차.


"어? 여보, Timothy 어디 있죠? 어머, 얘 못 내렸나 봐요. 어떡해?..."  

머릿속이 하얘졌다.

어떡해... 어떡해... 우리 빨리 그다음 버스 타서 종점까지 가봐요.

중국말도 서툰데, 경찰서에는 어떻게 신고하나...

아... 우리 아들. 버스 안에서 얼마나 불안할까...

오, 주 예수님. Timothy를 지켜 주세요.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주예수님'을 연신 부르며, 다음에 도착한 4번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갔다. 텅 빈 여러 대의 버스가 서 있는 데,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학교 중국어 선생님께 전화 걸어, 자초지종을 알려 드리니 선생님께서 그 버스 종점의 직원과 통화해 보시고 경찰서에도 신고해 주신다고 하셨다. 확인 후 다시 전화하신 선생님 말씀, 종점에서 버스에 타 있거나 내린 아이는 없었다고 하더란다...


허헝... 이 중국에 와서 아들을 잃어버린다고?

아이들 유괴 사건 많다고 중국 가는 것 염려하셨던 애들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이 사실을 아시면?

오, 주 예수님!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 주세요.


"여보, 일단 집으로 갑시다. 혹시 집에 있을지도 모르겠어." 남편이 이렇게 말해 다시 버스를 타고 집 앞 정류장에 내렸다. 아파트 입구 쪽문을 열고 들어섰는데, 우리 동 앞마당에 Timothy가 서 있었다. 얼마나 서 있었던 걸까? 열쇠가 없어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Timothy!! "

여기 있네! 어떻게 집에 와 있니? 어떻게 집 정류장에서 내릴 생각을 했니?

너무 미안해. 너 못 챙기고 내려서 정말 미안해. 놀랐지? 많이 놀랐지?

우린 네가 어디서 내릴지 모르고 종점까지 갔을 거라 생각했어. 그래서 종점까지 다녀왔어.


어린 아들을 안고 미안하다는 말을 연거푸 했다. 놀라고 미안한 마음에 나는 울컥하는데, 아이는 의외로 태연했다.


"엄마, 우리가 이 버스 타고 자주 다녔잖아요. 우리 집 앞 정류장 보이니까 내렸어요."


오, 주 예수님, 감사합니다!

제가 자책감과 슬픔을 감당 못해 고꾸라지지 않도록, 어리지만 사리판단 분명한 아들을 주셔서 당황하지 않고 집에 와 있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초등학생 자녀 셋을 데리고 버스로 손님 마중 나가기로 한 계획이나 버스 타고 내릴 때 정신 차리고 애들 챙기지 못한 것,

모두 이 엄마의 불찰이었지만, 그분의 돌보심으로 무사히 상봉하게 된 이 아찔한 이야기.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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