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 편(2) & 보성▪︎벌교 편
6. 동백수목원
이 겨울에 짙은 초록 잎 사이사이 촘촘히 붉은 꽃망울을 터뜨려 장관을 이룬 곳. 나무 위에서 또 아래에서, 온 세상을 ‘붉음’으로 물들이리라 결심한 듯이. 잘 다듬어진 동백나무 사이로 중간중간 귤나무가 있어 참 다행이다 생각했다. 초록 위에 빨강, 초록 아래 빨강이 지배적인 곳에서 초록 위에 노랑이 잠시 우리 눈을 쉬게 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7. 돌하르방 미술관
육지에 있는 옛 마을 입구에 선 장승들처럼 척박한 섬 제주도의 수문장 역할을 한 돌하르방의 의미와 가치를 재해석하여 만든 숲 속 놀이터와 같은 미술관.
숲이 있는 자리, 현무암 돌덩이가 있는 자리를 잘 활용하여 곳곳에 다양한 모습의 돌하르방 석상들을 배치하였다. 돌하르방이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였던 것처럼 지구별의 여러 친구들 (특히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캐릭터들)이 함께 평화여행을 떠나는 상상을 하며 이 미술관을 구안하였다고 한다.
곳곳에 있는 나무집과 그 안에 목각인형들, 평화를 나타내는 영어 단어 PE( )CE, A자를 방문한 사람들이 몸으로 만들어 평화를 완성하게 하는 포토 스폿, 어린이 도서관까지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곳이었다. 작품 하나하나, 장소 장소마다 이곳에서 활짝 웃을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넘치는, 작가의 평화를 위한 염원이 가득 배어 나오는 곳이었다.
제주도 해안선 스케치는 이렇게 끝났다. 다음번 여행에서는 이번 도면 위에 한라산과 그 주변, 또는 숨은 명소가 더해질 것이다. 몇 차례 다시 온다면 그 도면이 꽤 빼곡하게 채워지고 색도 입혀지지 않을까?
제주도 여행을 마치고 다음 일정은 광주에 있는 식구들을 만나는 것.
언니들이 차려 놓은 풍성한 점심을 먹고 임실 호국원으로 향했다. 둘째 입대일이 부모님 기일인 관계로, 우리가 며칠 먼저 방문해 인사드리러 가기로 한 것이다. 임실 방문 후, 우리는 보성 율포해수욕장 옆 펜션으로 이동했다.
8. 율포해수욕장의 일출
아침에 여독을 풀기 위해 해수사우나를 가자는 의견에 모두 찬성했다. 폰으로 확인하니 오늘 일출시간이 7시 35분이란다. 간단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사우나로 가기 위해 펜션을 나온 시각은 7시 40분쯤. 펜션 입구를 나와 도로에 진입한 지 채 1분이 되지 않아 우리는 너무나 아름다운 일출 광경을 목도하였다. 마치 우리가 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우리 앞에 펼쳐진 장관!
이미 수평선 위로 떠오른, 말간 주황빛 태양과 바다에 비친 해 그림자, 바다 위에 떠 있는 어선들과 길가에 있는 나무의 실루엣까지, 어떻게 이렇게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연출할 수 있을까? 감탄에 감탄! 남편의 세련된 사진 기술 덕분에 그 장관을 거의 그대로 담을 수 있어 차를 세우고 기다리고 있던 우리 모두 행복해했다.
9. 보성 녹차밭
큰 애가 어렸을 때, 한 번 광주 식구들과 같이 왔었다. 그 당시 남편이 비디오카메라로 찍어두었던 영상 테이프를 최근에 mp4 파일로 복원했다. 그때 언니가 들려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이번에는 둘째, 셋째에게 다시 들려주었다. 한 번 더 깔깔깔 웃었다.
날이 아주 포근했다. 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했다. 이런 날이면 녹차밭 정상, 전망대에 오르면 산 넘어 바다가 보인다고 했다. 올라갔다. 바다가 보였다. 그리고 우리 모두 활짝 웃는 얼굴로 또 하나의 맘에 쏙 드는 가족사진을 찍었다.
10. 벌교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 문학관
보성과 가까이에 있는 벌교가 조정래작가가 쓴 장편소설 태백산맥의 주요 배경지라고 한다. 문학관에는 10권이나 되는 장편소설을 쓰기까지의 모든 과정, 이 소설이 겪은 수난과 찬사의 연보, 작가의 여러 작품 등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문학관을 둘러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독자들이 열 권이나 되는 이 소설을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필사하여 기증한 공책 또는 원고지가 전시되어 있는 곳이었다.
이것은 엄청난 ‘수련(修鍊)’의 과정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사본을 기증한 각 사람마다 자신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 필사가 그들의 매일의 생활에, 더 나아가 그들의 전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궁금해졌다. 즉시 선한 자극을 받아 나도 올 해에는 신약 성경을 필사해야겠다는 열망이 생겼다.
보성-벌교 여행은 우리의 계획에는 없었으나 언니들이 준비해 준 특별 선물이었다. 제주도 여행에서 빠진 부분을 꽉 채워준 듯한 느낌이다. 우리 가족 여행의 마무리를 언니들과 함께 해서 더욱 따뜻하고 풍성했다.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