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개의 꽃
3월 4주 차. 또 한 고개를 넘었다.
이번 주에 학부모공개수업 및 학부모총회를 마쳤다.
학부모님들에게 '학부모 공개수업'은, 우리 아이가 새 학년이 되고서 새 담임선생님과 어떻게 수업하며 학급 분위기는 어떤지, 담임선생님은 어떤 분인지를 파악하는 기회가 된다.
교사에게는, 20명 내외의 어른의 시선이 오롯이 나와 아이들을 향해 있는 40분 동안의 수업.
한 면으론 부담스럽다 할 수 있지만, 한 면으론 관객이 있기에 무대 위의 배우가 더 신이 나서 연기하는 것처럼 '아이들과 나'만 깔깔거리며 즐길 수 있는 수업 1시간을 누군가와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수업 내용으로만이 아닌 여러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수업을 구상하고 설계하면서 벌써 신이 나기 시작한다.
무엇이 나를 신나게 하는가?
그건 바로 우리 아이들의 글이다.
우리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귀한 수업 자료이다.
그들의 글이, 이 수업을 얼마나 우릴 웃게 하고 그들의 사고의 톱니를 바쁘게 돌아가게 할 것인가가 벌써 머릿속에 그려져 신이 나기 시작한다.
새 학년이 되고 2주 차의 어느 날 아침활동 글쓰기 주제로 <내 짝꿍 소개>를 제시했다. 글쓰기 공책을 검사하면서 우리 반 친구들이 쓴 짧은 글 하나하나에 감동했다. 짝꿍이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나에게 친절을 베푼 것, 어떤 모습이 멋졌는지, 내 짝꿍은 어떤 성격인지 등등 간결하지만 그 친구의 특징을 콕 집어 잘 써 주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별히 친구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느껴져서 좋았다.
잘됐다! 이 감동을 어떤 식으로든 우리 친구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는데, 마침 공개수업이 있으니 이 때다!
우리 반 친구들은 새 학년 새 학급이 구성되어 생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서로를 다 잘 알지 못하는 단계이다. 한 사람씩 나와 우리 친구들이 쓴 글을 하나 뽑아, 읽어보고 그 글에 쓰인 사람이 누구일까 맞혀보게 하자. 이 친구가 맞히지 못했으면, 다른 친구들이 추측해보게 하자.
'서로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키는 활동이다.
내 짝꿍이 나에 대해 이렇게 써 주었구나!
'자신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활동이다.
한 사람 한 사람 다 다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특별하기 때문에 다르고, 다르기 때문에 소중하다. 내가 소중하고 다른 사람이 소중하기 때문에 서로서로를 '존중'해야 한다.
'서로를 존중하며 최선을 다해 칭찬과 격려의 말을 자주 해 주며 평화롭게 지내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활동이다.
누가 썼는지 모르는 글 하나를 뽑아서,
우리 반 친구 누군가에 대해 쓰여 있는 글을 읽고
그 친구가 누구일지 맞혀보기.
바로 맞힌 친구도 있고, 한 두 사람 제시했지만 맞히지 못한 친구도 있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이 맞히기도 했다.
자신이 자신의 짝꿍에 대해 쓴 글을 뽑아 당장 맞힌 친구도 있었다.
아무튼, 아이들은 집중했고 이 친구가 누구일지 부지런히 생각의 톱니바퀴를 돌렸고, 학부모님들도 흥미진진하게 지켜봐 주셨다. 아주 간단하고 단순한 수업 내용이고 진행이었지만, 수업을 통해 의도했던 것을 어느 정도 성취했다고 생각한다.
수업 내용의 직접적인 메시지 외에도,
부모님들의 소중한 자녀들, 한 명 한 명을 저도 소중히 생각합니다.
그들은 저에게 주어진 21개의 꽃입니다. 잘 가꾸도록 하겠습니다.
상처받지 않도록 서로가 서로를 소중하게 대하도록 지도하겠습니다.
바르지 않은 것은 바르게 온유하면서도 단호하게 바로잡아 주겠습니다.
와 같은 메시지를 함께 전달했다고 믿는다.
2025학년도 3학년 우리 반 꽃들과 함께, 나는 나의 한 고개, 한 고개를 때론 신나게 때론 힘들여 잘 넘어가 보려고 한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