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감격
< 2014.7.23 >
작년에 Timothy 교실에 갖다 놓을 화분으로 샀던 산세베리아.
여름방학 이후로 집으로 돌아와 계속 해를 넘겨서 1년이 지나도록 키웠다.
새 순도 많이 내면서 무럭무럭 잘 자랐다.
어느 날 신기한 게 돋아나기 시작했다.
바로 산세베리아 꽃대였다!
꽃대에는 이슬을 머금은 듯, 꽃받침 밑에 맑고 투명하며 동그란 '진' 같은 것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꽃대의 키가 점점 자라고, 꽃대 위에 지그재그로 꽃망울이 여러 개 생겼다.
희기도 하도 초록빛도 살짝 띠는 기다란 꽃망울이 입을 꼭 다물고 있더니
드디어 함박웃음 꽃을 터뜨렸다!
꽃수술은 고양이의 긴 콧수염처럼 공중을 향해 뻗었고, 6장의 꽃잎들은 마치 사람이 연필대에 감아 말아놓은 듯이 한 장 한 장 얼굴을 뒤로 젖혔다. 선물 상자 포장할 때, 리본끈으로 꽃송이 모양을 만들어 놓은 듯하다.
예쁘다!
생명의 자람과 그 속생명의 발현, 표현은 참으로 경이롭다.
* 진: 풀이나 나무의 껍질 따위에서 분비되는 끈끈한 물질.
< 2016. 7.20 >
드디어 우리 집에서 산세베리아가 또 꽃을 피웠다!!
처음으로 개화한 건 2014년 7월,
중국 대련에서 우리의 첫 집이었던 수위란팅(水篽兰庭)아파트에서.
이번에는 이사 온 하이푸징디엔(海富经典)아파트에서.
2016년 7월이니 2년 만에 또 한 번 개화한 것이다.
놀랍다!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ㅎㅎ
자고 일어나서 창밖을 보았는데 첫눈이 내리고 있다거나
밤새 눈이 내려 온 세상이 하얗게 덮여있는 걸 발견하고서
"와~" 하고 탄성을 지르듯이,
2014년 7월 어느 아침의 감격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때 나는 산세베리아라는 식물을 처음 키워 보았고, 그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다.
그날 아침 만개한 신비롭고 매혹적인 꽃을 마주하며 눈을 떼지 못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첫 개화 이후, 2년 후에 그 꽃을 또 한 번 마주할 수 있었던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고 한 예감이 맞았을까?
맞았다.
내가 지내고 있던 추운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