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게발선인장꽃

- 누구의 손길인가?

by 미나뵈뵈

중국 옌타이에서 근무할 때의 이야기이다.

언제 누가 가져다 놓았는지 모르지만 교무실에 식물 화분 몇 개가 있었다. 스킨다부셔스, 칼랑코애, 게발선인장 등이다.


게발선인장!

이름이 식물의 생김새와 어찌 그리 딱 어울리는가?

줄기가 게발을 닮았다 하여 게발선인장으로 불린다고 한다.

울룩불룩 근육을 닮은 잎 마디와 작지만 뾰족한 가시.

부지런한 동료샘 한 분이 아침 일찍 출근해 항상 그 화분을 돌봤다.

필요한 만큼 물을 주고

웃자란 식물은 분갈이도 해주고,

너무 길게 자란 줄기는 줄기치기도 해주면서...

우리가 몇 해를 같이 근무하며 발견한 사실은,

이 게발선인장이 1년 내내 초록 줄기(잎)만 보여주다가 새해가 밝고 1월이 되면 어김없이 꽃망울을 내고 꽃을 피운다는 것이다.

이 선인장의 몸에도 시계가 장착되어 있는가?

그 시계가 인간 세계의 시간과 동일하게 움직이도록 세팅되어 있는가?

그리하여 1년을 숨죽이고 있다가 새해를 위한 '팡파르'를 울려준단 말인가?




처음 선인장의 끝부분에서 아주 작은 꽃망울이 생겨날 때 그건 작은 구슬이나 점으로 시작한다. 조금씩 커지면 양초에서 타오르는 촛불 모양 같다.

천천히 개화를 시작할 때, 이 꽃들은 수줍은 듯 늘 얼굴을 아래로 향하고 있다.

백팔 배를 하는 어느 여인네의 두 손이 땅에 닿은 것처럼, 게발선인장의 꽃도 ‘간절한’ 마음으로 무언가를 염원하며 고개 숙이고 있는 것 같다.


게발선인장의 꽃잎 모양을 자세히 보면 연꽃을 닮았다는 인상을 준다.

붉은색은 붉은색대로, 진분홍색은 진분홍색대로 참으로 아름답다.

가운데 흰색으로 시작해 가장자리로 가면서 붉은색이나 진분홍색으로 마무리하는 색의 조화가 절묘하다.

활짝 필수록 선명하게 드러나는 암술과 수술. 그 색깔까지도 꽃잎과 다른 색의 배열로...


누구의 손이 이렇게 섬세하게 붓칠해 놓았을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산세베리아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