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배려

- 너만의 공간이 생겼어!

by 미나뵈뵈

정리와 수납의 달인. 공간 배치의 달인.

남편 이야기이다. 남편은 '줄자'와 친하다. 이사 갈 때면, 항상 줄자를 들고 이사 갈 집을 몇 번을 드나든다.


현재 가지고 있는 가구들을 어느 방에 어떻게 배치해야 할지를 생각하며, 줄자로 가구 및 방의 치수를 재어 종이에 방별로 밑그림을 그린다. 지금 현재 가지고 있지 않지만, 남은 여분의 공간에 필요할 물건은 생각해 두었다가 딱 들어맞는 걸 찾아 사기도 한다.


작년부터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 셋집엔 학생용 책걸상, 식탁 냉장고, 학생용 시스템옷장, 소파, 작은 커피테이블, 이층 침대, 2단 책꽂이, 3단 수납장 등이 이미 구비되어 있었다. 우리가 새로 마련한 건, 천으로 된 간편 옷장 하나, 매트리스 2개 (이건 당근에서 나눔으로 받음), 컴퓨터 책상과 의자 (이것도 당근에서 저렴하게 구입) 뿐이다. 기존에 방마다 배치되어 있던 가구를 살짝 옮겨, 옷 집어넣고, 필요한 물건들 수납공간 찾아 집어넣어 그럭저럭 1년 반을 잘 보냈다.


그런데 첫째가 전역하고 나서 큰 애의 이 집에서의 생활이 뭔가 어정쩡했다. 올 3월 복학하여 한 학기를 지내도록, 옷은 동생 방에 있는 옷장에서 꺼내 입고 본인 방엔 책상이 없어 거실 식탁에 나와 과제하면서 생활한 것이다. 큰 애 방에는 커다란 소파와 침대 매트리스만 있을 뿐이었다. 수납장도 없어 작은 커피테이블 밑에 상자에 이것저것 담아 두었다. 자주 카페나 학교에서 과제하다가 들어오는 이유가 있었다.


큰 아이가 가끔 불만스러운 느낌을 표현했다. 내 공간이 없어... 그 마음을 이해하며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만 하다가, 드디어 오늘은 맘 잡고 아빠랑 공간 재배치를 시도했다.


이번에도 남편은 줄자를 들고 몇 번 치수를 재더니 배치도가 머릿속에 완성되었다. 행동 개시!! 큰 애 방에서 소파를 빼내 작은 애 방으로, 두 형제들 옷이 걸려있는 옷장은 큰 애 방으로, 안방에 있던 책상 중 하나를 정리해 옷장 옆으로!!


오, 이렇게 해 놓으니 아주 좋네!

공부할 맛이 나겠어. 이제 내 방이다 하는 느낌이 들겠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가끔씩 변화를 주는 것은 유익하다. 익숙한 대로 그대로 두면, 불편한 동선에 적응은 하지만 해묵은 짐들이 이곳저곳에 쌓인다. 사용하지도 않는 것들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정리함에 넣든지 버릴 것은 버려 공간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필요한 가구를 옮기는 게 필요하다.


그러면 아주 새로운 느낌으로 공간을 즐길 수가 있다. 휴일에도 가만히 쉬지 않는 부지런한 남편 덕분에, 큰 아이가 이 집에서 안정감을 갖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아이를 위한 우리의 작은 배려였다.


아이가 감사하다고 인사한다.


그래, 이제 너만의 공간에서 열심히 해 보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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