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중 의미 파티
5월 22일 목요일에 '파티'를 계획하고 있었다. 우리 반 친구들이 모두 '독서왕'이 되었기 때문이다. 독서왕? 그건 11권의 온 책 읽기 도서를 완독하고 독서기록을 하여 스티커 채우기 미션을 완수하여 '우리 모두 독서왕'이라는 목표에 도달한 것을 말한다. 이 미션을 시작하면서 또 중간중간 미션의 수행상황 점검하면서, '보상 파티'를 예고해 왔기 때문에 아이들은 이 파티를 무척 고대했다.
그런데 바로 전 날, '독서왕 파티'에 한 가지 의미를 더할 사건이 일어났다. 그건 바로 한 달 전부터 우리 반 교실에서 우리와 함께 생활하기 시작한 <배추흰나비의 한살이> 관찰용 사육장에서 생명이 탄생한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파티 이름은 '독서왕 파티' ➕️ '배추흰나비 생일 축하 파티'가 되었다.
배추흰나비의 탄생은 담임교사인 나와 우리 반 친구들을 적잖이 흥분시켰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맞이한 '탄생'이었기 때문이리라.
2025년 4월 22일, 3학년 과학 교과 <생물의 한살이> 관찰 학습을 위해 배추흰나비 사육장이 교실에 배달되었다. 바닥엔 신문지가 깔려 있고, 케일이 심긴 화분 하나, 그 케일 잎 뒤에 아주 작은 배추흰나비 알이 붙어 있다. 솔직히 말해 알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 알에서 부화해 나온 가느다란 초록 애벌레가 기어 다니기 시작할 때 알이 있었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특별히 곤충에 관심이 많은 우리 반 남학생 두 세명은 하루도 빠짐없이 쉬는 시간마다 이 사육장 앞에 달려와 안을 들여다본다. 새로 생겨난 애벌레마다 번호를 붙여준다. 쟤가 1번 애벌레야, 저기 화분 둘레를 기어 다니고 있는 애가 2번 애벌레야. 저쪽 잎에 붙어 있는 애는 3번 애벌레야. 자기 보호를 위해 케일 잎 위에서 짙은 초록색을 띈 애벌레들이 어디 있는지 잘도 찾아낸다.
어느 날, 한 친구가 신문지 밑에 번데기가 있다고 말했다. 정말? 나는 아무리 봐도 안 보인다. 애벌레들이 케일 잎을 거의 다 갉아먹고, 심지어 줄기까지 갉아먹을 때쯤 사육장 안은 그다지 청결하지 않았다. 그동안 쌓인 작은 배설물의 흔적. 노랗게 시들어 말라 떨어진 케일 잎...
사육장 청소를 해 주어야겠다 마음먹었다. 신문지 갈아 주려고 들췄을 때 그제야 아이들이 보았다는 번데기를 발견했다. 위장술을 위해 신문지와 비슷한 색, 희끄므레한 활자색을 띠었다. 크기는 예상보다 훨씬 작았다. 바닥 신문지를 새 걸로 교체하며 이번엔 눈에 보이게 신문지 위에 두었다.
며칠 뒤, 한 친구가 선생님, 저기 번데기 있어요! 어디? 저기요. 저기 케일 잎 뒤쪽에 초록색으로 삼각형 모양으로 볼록하게 붙어 있어요. 아하, 그렇구나! 저기 있네. 열심히 움직여 다니던 애벌레 중 가장 두툼하고 길었던 1번 애벌레가 번데기가 됐나 보다. 선생님, 그럼 우리 현재 번데기가 두 개예요. 그렇네!
아직도 초록 애벌레 몇 마리가 기어 다니는데, 케일이 거의 시들어갔다. 애벌레가 잘 먹고 네 번의 허물을 벗어야 번데기가 된다는데, 저 친구들 영양이 부족할까 걱정되었다. 케일 화분을 찾긴 힘들 것 같아 청경채를 사서 몇 개씩 넣어 주었다. 번데기가 되면 더 이상 잎은 먹지 않고 나비가 될 인고의 시간을 버틸 뿐이므로, 두 번데기의 먹을 것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파티 전 주 금요일, 사육장 앞에 모여들어 관찰하고 있던 한 친구가 또 외쳤다. 선생님, 번데기가 움직여요!! 정말? 어디? 저기 신문지 위에 갈색 번데기요. 한참을 들여다보니 정말로 번데기가 까딱까딱거렸다. 마치 마른 잎처럼, 작은 돌멩이처럼 그저 그렇게 가만있는 줄 알았는데 때가 되었나 보다. 파도에 잠시 기우뚱하는 조각배처럼 잠깐 뒤뚱거렸다.
저 등 껍질이 벌어지면 나비가 나오는 거예요. 선생님, 저 나비가 나오는 것 보고 집에 갈래요. 생물 관찰에 매우 적극적인 친구 한 명이 친구들 하교 후에도 혼자 남았다. 5분 10분 후면 나올 걸로 기대하고 지켜보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아이가 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내가 퇴근할 때까지도 나비는 나오지 않았다.
주말을 지내고 학교에 돌아왔다. 화분 벽을 타고 있던 애벌레는 까맣게 굳어 있고, 신문지 위에 있던 번데기는 나비를 내 보는 데 실패했나 보다. 그냥 다시 마른 잎처럼, 작은 돌멩이처럼 그 자리에 조용히 있었다. 유일하게 케일 잎 뒤에 붙은 초록 번데기만은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네가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야!
관찰 어느 정도 끝났으면 사육장을 과학 준비실로 내려 보내달라는 요청이 왔다. 애벌레 사체와 실패한 번데기도 두고 보는 게 마음이 편치 않던 차에, 우리의 '초록 희망이'만 다른 거처로 옮겨 두고 사육장과는 이별을 했다.
월요일이 지나고, 화요일이 지나고 5월 21일 수요일 아침. 출근 후 '초록 희망이'의 거처를 들여다보았다. 앗! 내 입을 막았다. 드디어 나왔구나!! 투명해진 번데기 허물을 옆에 두고 갓 태어난 아기 나비가 마른 케일 줄기에 조용히 붙어 있었다. 가녀린 다리와 더듬이, 연노랑색에 살짝 회색 무늬가 있는 날개를 가진 배추흰나비 한 마리가 드디어 세상에 나온 것이다!!
초록 번데기가 된 지 8일 만이다! 우리한테는 아기 나비이지만 동물의 한살이의 관점에서 보면 '어른' 나비가 태어난 것이다. 아이든 어른이든 뭐라 불러도 상관없어. 생일 축하해!! 정말 고생했어!
다른 애벌레들은 이 한살이를 다 이루지 못하고 죽었지만, 긴 과정을 통과하여 어른 나비로 탄생한 우리 반 배추흰나비에게 마음 가득 담아 칭찬과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이제 우리는 나비가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에코스쿨(학교 내 생태공원)로 데리고 나갔다. 꽃이 어디 있나 둘러보니 하얀 때죽나무 꽃이 보인다. 바닥에 떨어진 때죽나무 꽃 잎 위에 사뿐히 내려 주었다. 가만히 있는다. 흰나비야, 어서 꿀을 먹어!! 네 가녀린 다리로 꿀을 빨아먹고 힘차게 날아올라 보렴. 아직 날개가 덜 말랐나? 두 날개가 바짝 붙어 있는 듯하다. 아직은 바깥세상이 너무 눈부신지, 우리들이 너무 시끄러운지 날개를 펴지 않아 나뭇잎을 살짝 톡톡 쳐 주었다. 한두 번 날갯짓을 하다 멈춘다.
수업하러 우린 교실로 돌아왔다. 점심을 먹고 나서 다시 흰나비에게 가 보았다.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이다. 아직 여기 있네. 어서 날아 봐. 아직 힘이 없니? 다시 교실로 돌아와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은 집으로 갔다. 2시 30분경 나 혼자서 흰나비가 있던 곳으로 가 보았다. 날아보고 싶지 않아? 저 하늘 높이 자유롭게~. 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훨훨 날아가 맛있는 꿀도 많이 먹으렴. 다시 나뭇잎을 살짝 톡톡 쳐 주었다.
와!! 이번엔 진짜로 박차고 날아올라 저 쪽 덤불 속으로 가 버렸다. 이제 내가 찾을 수 없는 곳으로 갔다. 그래, 잘했어!! 잘 지내야 해!
2025년 5월 21일, 이렇게 우리의 한 달간의 관찰과 기다림의 여정, 배추흰나비의 한살이의 여정이 막을 내렸다. 독서왕 미션은 3월 말부터 시작하여 두 달에 걸려 완수되었다. 보상은 '담임선생님표 떡볶이 '이다. 파티는 늘 기대와 흥분의 감정을 수반한다. 배추흰나비의 탄생은 흥분 지수를 한층 높였고, 뭉근하게 졸여지며 풍기는 국민 간식 떡볶이 냄새는 흥분의 정점을 찍었다.
축하 축하!! 독서왕이 되기 위해, 한 마리의 어엿한 나비가 되기 위해 수고한 배추흰나비와 우리반 친구들 모두 축하해!! 배추흰나비야, 넌 꿀을 먹고 우린 떡볶이를 먹는다! 이거 내 생애 최고의 파티다! '독서왕 파티' ➕️ '배추흰나비 생일 축하 파티'. 다시 한 번 생일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