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 학교에서 어버이날 편지를 쓰라고 하면 언제나 부모님 안녕하세요 저 민아에요, 라는 문장으로 글을 시작했던 것 같은데, 무려 스물 다섯살이 된 지금도 무의식적으로 정확히 똑같은 문장을 떠올리다 지워요. 엄마 아빠 딸 민아에요.
낳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이 상당히 진부하지만 모두가 할 수 있는 말은 결코 아니죠. 진심을 담아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이미 큰 행운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언제나 부족함 없이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3kg 남짓한 갓난아기를 무려 XX kg (!)의 건장한 성인으로 키워내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었을 거에요. 단순히 재우고 먹이는 차원을 넘어서 적절한 시기에 올바른 것을 가르치는 것은 매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런 기억들이 많이 희석되었겠지만 당시로 돌아간다고 상상하면 때로는 버겁고 힘들지 않으셨나요? 자식이 주는 기쁨이 컸다고 말하지만 그 안에는 두 분의 희생이 있었고 우리를 위해 어떤 것들을 포기하기도 했고 더 많은 고민을 했을거에요. 한 아이를 위해 너무나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희생했지만, 그렇게 하길 잘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좋은 삶을 살게요.
구체적으로는 어떤 삶을 살겠노라고 호기롭게 장담하려다가 과연 이 세상의 부모님들은 자식이 어떤 삶을 살기를 바랄지 잠시 생각해보았어요. 주어진 조건에 만족할 줄 알면서도 한편으론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발전하는 삶, 끊임없이 성취하면서도 한편으론 일상의 즐거움을 잊지 않는 삶,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웃음과 유머를 잃지 않는 삶,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안정감과 여유가 있는 삶, 긍정적이고 정직하고 또 겸손하고... 적다보니 너무나 어렵지만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달라는' 엄마의 말버릇이 이러한 것들을 담고 있을까요?
그동안 낳아주고 길러주신 것은 부모님의 몫이었으나 앞으로 인생의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할는지는 점점 제 몫이 되겠지요. 그럴 때마다 부모님이라면 뭐라고 말할까 (실제로는 너 알아서 하고싶은 대로 하라고 하겠지만...) 를 생각하며 결정할 수 있다는 건 존경할만한 부모님을 두었다는 뜻일거에요. 엄마는 제가 살면서 아무 걱정 없어 보인다며 신기하다고 했는데 실은 그건 바로 이러한 사실으로부터 오는 안정감 때문이에요.
어딜가도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늘 믿고 지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존경합니다.
아빠 엄마 딸 민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