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이 아니지
제과점 유리문이 열리자마자 공기가 확 달라졌다. 막 구워낸 빵 냄새 대신, 다급한 목소리가 먼저 제과점 안의 공기를 세차게 흔들었다.
“저기요, 혹시 빨간 지갑 보셨어요?”
아이 둘을 양옆에 끼고 들어온 젊은 엄마는 거의 뛰다시피 계산대를 향해 다가왔고 그 얼굴은 이미 울음 섞인 표정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종업원은 손에 들고 있던 빵 집게를 내려놓고 주변을 둘러보았고, 그 순간 가게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도 약속이라도 한 듯 바닥으로 떨어졌다.
누군가는 진열대 아래를 들여다보고, 누군가는 발끝으로 주변을 훑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모두가 같은 일을 당한 듯 안타까운 마음으로 움직였다.
“분명히 여기서 계산하고 나갔는데… 지갑이 없어요.”
젊은 엄마는 가방 속을 뒤집어 보이듯 열며 연신 “어떡해” 하고 되뇌었다. 그런데 그 다급함 속에, 아주 잠깐동안 가게 안의 손님들을 둘러보더니 '혹시' 하는 의심의 눈초리가 스쳐 지나갔다.
그 눈빛을 받은 사람들은 '뭐야, 기껏 같이 찾아줬는데.' 하는 얼굴로 마음이 상한 듯 다시 빵을 고르기 시작했다.
결국 아무것도 찾지 못한 채 아이들의 손을 잡고 문을 나가려던 엄마는, 마지막 희망을 붙잡듯 다시 돌아왔다.
“혹시… 주우시면 연락 좀 부탁드려요.”
젊은 엄마는 종업원에게서 메모지를 받아 들고, 이번엔 펜을 찾느라 가방을 다시 뒤적였다. 부스럭부스럭, 그 소리가 정적에 잠긴 가게 안에 작게 울려 퍼졌다.
“어머나!”
순간 모두의 시선이 다시 젊은 엄마에게로 쏠렸다. 그녀의 손에 들린 건, 그토록 애타게 찾던 빨간 지갑이었다.
“죄송해요… 아까 빵이랑 같이 봉지에 넣었나 봐요.”
멋쩍은 사과 뒤로 아이들을 향한 핀잔이 이어졌다.
“너희들 때문에 엄마가 정신이 없잖아.”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리문을 밀고 그녀는 들어올 때보다 더 빠르게 시야에서 사라졌다.
채 3분도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사람이 들어왔다. 이번엔 얌전한 얼굴의, 곱게 나이 든 아주머니였다.
“혹시 여기 분실 카드 모아두나요?”
목소리는 차분하고 정돈되어 있었다. 종업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보관함을 가져왔고, 여러 장의 카드가 하나씩 테이블 위에 펼쳐졌다. 아주머니는 그걸 하나하나 신중히 확인했다. 하지만 끝내 자신의 카드는 없었는지 아주머니의 표정이 흐려졌다.
“그럼… 그 카드는 도대체 어디 간 거지….”
방금 전, 젊은 엄마의 소동과는 또 다른 종류의 당혹감이 의기소침하게 구석에서 떠다니고 있었다.
나는 그 사이에서 공연히 웃음이 새어 나왔다. 억지로 참아보려 해도, 거울을 본 듯한 민망함으로 자꾸만 입꼬리가 올라갔다. 왜냐하면 그런 상황이 내게도 너무나 익숙했기 때문이다.
버스에 물건을 두고 내려 밤늦게 차고지까지 찾아갔던 기억, 들어오는 버스마다 올라탔다가 내려오기를 반복했던 그 어리숙했던 밤. 그때의 나도 분명, 누군가에겐 저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건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가 돌아가며 겪는, 아주 흔하디 흔한 하루의 한 장면이다.
지갑을 잃어버린 것도, 괜히 남을 의심한 것도, 끝내 찾지 못해 허탈해진 것도 조금씩 다른 모양일 뿐, 결국은 다 같은 '서툰 마음'들의 이야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