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로 퍼즐 맞추기

'I'여자와 'E'남자의 좌충우돌 이야기

by 민비


"커피 내려 줄까?"


나의 무심한 말투에도 남편이 후다닥 곁으로 다가옵니다. 식후의 나른함을 쫓기 위해 인스턴트 믹스커피를 마실까 하다가, 주말에 먹은 푸짐한 점심에 느끼해진 위장을 달래기에는 깔끔한 드립커피가 좋을 것 같아 싱크대 위 찬장에서 깔때기를 꺼내면서 컴퓨터를 보고 있는 남편에게 물으니 득달같이 주방으로 달려 나온 것입니다.


이번엔 깔때기 옆에 있던 봉지에 잘 싸둔 커피필터 하나를 꺼내서 아래의 주름진 부분은 가로로 접고 사선으로 된 옆부분의 주름은 아랫부분과 반대방향으로 접어 깔때기 안에 넣고 크기에 맞게 살살 잘 폅니다. 오늘은 어떤 컵으로 마실까 하고 옹기종기 모여있는 컵들을 둘러보다가 뮤지컬 '아이다'를 본 후에 냉장고자석인 마그넷굿즈와 함께 구입한 머그컵을 꺼내 깔때기를 올립니다.

분쇄된 커피가루를 필터에 넣으려는데, 남편이 커피를 몇 스푼 넣을 것인지, 티스푼으로 넣을 건지 좀 더 큰 스푼으로 넣을지를 꼬치꼬치 캐묻습니다. 그런 그가 성가시어 주방에서 밀어낸 후, 정수기의 물을 받아 포트에 넣는다는 것이 그만 필터에 담긴 커피가루에 붓고 말았습니다.


"헉, 콜드 브루 커피가 됐네."


당황해서 깔때기를 들어 올려 컵 안을 보니 물색깔은 그대로입니다. 얼른 싱크대에 물을 버린 후, 다시 2인용 물을 받아 포트에 끓입니다. 남편이 정신을 쏙 빼놓는 바람에 헝클어진 계획을 바로 잡아 천천히 커피 한 잔을 진하게 우려냅니다. 그리고 다른 머그컵을 하나 더 꺼내어 '아이다'잔에 내린 커피의 반을 따르고 거기에 포트의 뜨거운 물을 가득 채워 연하게 만든 커피를 남편에게 건넵니다.


남편이 커피잔을 들고 컴퓨터가 있는 방에 들어가 친구와 신나게 전화통화를 하는 사이, 방문 틈 사이로 삐져나온 소란한 소리 한참 동안 거실을 돌아다닙니다. 나는 이렇게 에너지가 넘치는 그가 참 부럽습니다.


남편과 나는 비슷한 게 별로 없습니다. 나는 오래 만나야 겨우 한 두 명 친구가 있을까 말까 한 내향인인 'I'형이고, 남편은 처음 만나도 어색함 없이 모두와 친구가 되는 외향인인 'E'형입니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에너지를 채우는 두 대의 충전기가 삽니다. 나는 혼자만의 고요한 정적 속에서 조용히 배터리를 채우는 100 볼트형 인간이고, 남편은 북적이는 사람들 틈에서 활기를 얻는 전형적인 220 볼트형의 인간이죠.


나는 생각으로 세상을 정리하는 사람이고, 남편은 사람으로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결혼 전에는 몰랐습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과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것을.

한가로운 공간에서 책을 읽고 느긋하게 혼자 걸으며 산책하는 것, 이런 것들이 충전인 나에게 자주 만나서 시끌벅적해야 사람 냄새나고 인정이 있는 것이라고 여기는 낯선 사람들과의 새로운 동행은 에너지를 방전하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늘 따로 노는 것 같은 내가 그들에게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였겠지요.


시간이 지나면서 남편을 통해 배운 것도 많습니다. 내가 보지 못하는 세상을 남편은 보고 있고, 남편이 놓치는 생각을 내가 붙들고 있다는 것. 극과 극 사이 어딘가에서 우리가 찾은 방법은 조금은 조용하게 또 가끔은 요란스럽게, 그렇게 나름 조화로운 리듬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결혼이라는 건, 같은 사람끼리 사는 게 아니라 다른 세계를 가진 두 사람이 엎치락뒤치락 시행착오를 겪으며 고난의 터널을 지나 서로에게 잘 맞는 중간 지점을 찾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젊은 시절엔 무조건 상대방을 이기려고 힘겨루기 할 때마다 부득부득 우기며 고집을 부렸는데 , 나이가 먹은 이제야 겨우 '상대의 상처가 곧 내 상처'임을 깨닫고 조금씩 양보하게 됩니다.

서로 조율해 가며 결국은 같은 팀이 되는 것.

그것이 'I' 아내와 'E' 남편이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인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 말도 맞고, 내 말도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