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불고기쌈 속 나만의 마음 한 상

마음먹기_20240426

by 민별



내 마음을 음식으로 표현한다면?



내 마음을 담아 차린 ‘민별표 마음 한 상’은 어떤 모습일까? 이번 그림책 [마음먹기]의 마음담 메뉴 판을 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모으고 싶을 때 – 마음쌈’이라는 메뉴 바로 아래 ‘마음정식세트(마음이 복잡할 때)’라는 설명이 있었다. 그런데 ‘복잡할 때’ 보다는 ‘내 마음을 모두 담은 마음 한 상’이 ‘마음쌈’이나 ‘마음정식세트’라는 표현에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마음쌈을 메인으로 내 마음의 한 상이라는 상차림을 구상해 보았다.


밥과 국, 쌈에 들어갈 메인 고기반찬, 마늘, 고추, 무쌈, 콩나물, 무채 등등. 이런저런 구성들을 떠올리다가, 상추 위에 알콩만 한 밥을 올리고, 그 위에 소 불고기를 살포시 얹어 다소곳하게 싼 '소불고기쌈’이 생각났다.


내가 소 불고기 상추쌈을 처음 먹어 본 건, 역삼으로 한참 스페인어 수업을 다니던 2015년쯤이었다. 수업과 수업 사이 점심시간이 애매해 근처에서 먹을 것을 찾다, 분식집이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따뜻한 밥집 같은 곳을 발견했다. 그곳에서 처음 먹어 본 소불고기 상추쌈은 무겁지도 않으면서 든든하고, 간단해 보이지만 쌈 하나하나에 정성이 담긴 느낌을 받았고 나는 소불고기 상추쌈에 빠져들었다.


그 후, 집에서도 한 번 만들어 본 적이 있었지만, 밥을 동그랗게 말고 상추에 올리고 소불고기를 얹어 예쁘게 싸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한 번인가 해 먹고는 말았고, 다른 식당에서도 쉽게 만날 수 없는 메뉴라 어느새 ‘소불고기 상추쌈’은 나에게 추억의 음식이 되어 버렸다.


무엇이 나를 소불고기 상추쌈에 빠져들게 한 것일까?


밥=탄수화물, 소불고기=단백질, 상추=채소 이 조합은 밖에서 먹는 한 끼 치고는 꽤 든든하고 영양도 잘 잡혀 있었고, ‘그냥 싸서 드세요.’라고 내주는 것이 아니라, 상추 한 장에 밥을 동그랗게 말아 올리고, 소불고기를 얹어 정성스레 말아주는 방식에도 마음이 갔다. 한 번에 한입씩 입에 쏙쏙 들어가는 크기여서, 간편하면서도 입안 가득 오물거릴 때의 만족감이 참 컸다. 아마 그 소소한 정성과 실속, 균형이 나를 사로잡았던 것 같다.


간편하면서도 든든하고, 소박하지만 정성이 담긴 나도 그런 삶을 살고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살다 보면, 소박하고 심플한 삶이 지겨울 때가 오기도 할 거다. 그런 날이 오면, 흰밥 대신 현미밥, 잡곡밥, 오색 밥으로 바꿔볼 수도 있고, 소불고기 대신, 제육볶음이나 오징어볶음으로 채워볼 수도 있겠고, 상추 대신 호박이나 깻잎으로 쌈을 만들어도 될 테니까. 나만의 메뉴는 언제든 다양해지고 확장될 수 있다.


화려한 7첩, 9첩 반상은 아니더라도, 소박하면서 실속 있고, 건강과 정성이 담긴 ‘나만의 마음 한 상, 소불고기쌈’

그 작은 쌈 안에 나를 향한 마음도, 타인을 대하는 태도도, 인생을 바라보는 내 방식도 모두 다 담겨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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