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플렉스와 함께 살아가는 법

아나톨의 작은 냄비_20241101

by 민별



콤플렉스와 어떻게 살아가시나요?



나에게는 여러 가지의 콤플렉스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큰 콤플렉스는 태어날 때부터 나와 함께 했고, 자라면서도 늘 곁에 있었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 함께일 것이다.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가지고 태어난 것이었기에 어릴 적에는 크게 의식하지 못했다. 자라면서 엄마나 친척들이 나를 보며 했던 말들 속에서 자연스레 눈치채게 되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까지는 그 콤플렉스가 나를 힘들게 하거나 벽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나도 다른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나의 ‘다름’을 분명히 알아차린 순간부터 생각이 복잡해졌다. 다름을 부족함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그 부족함을 채워야 남들과 같아질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래서 주어진 일은 어떻게든 잘 해내려고 했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더 친절하고 상냥하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이미 하나의 결점을 갖고 있으니, 그 이상은 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자라면서 그 결점과 늘 함께해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날도 있었고, 아무리 애써도 바뀌지 않을 것 같아 막막했던 순간도 있었다. 그럴 때면 마음 한쪽이 살짝 움츠러들고,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닿을 수 없는 어떤 선이 있는 것만 같아 답답하기도 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다가도, 한편으로는 ‘이게 다 무슨 의미일까’ 싶어 멈춰 서게 되는 날도 있었다.


다행히 내 곁에는 늘 좋은 사람들이 있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고, 장점을 먼저 알아주고, 힘이 필요할 때 곁을 내어주는 사람들. 그 사람들 덕분에 나는 ‘아나톨의 냄비 가방’처럼, 나의 콤플렉스를 잘 넣어 다닐 수 있는 나만의 작은 가방을 갖게 되었다.


그렇다고 콤플렉스가 없어진 건 아니었다. 오히려 가방에서 그게 빠져버리면 어떡하나, 어느 날 누군가가 그 가려 둔 부분을 알아차리면 어떻게 하나, 그런 걱정이 더 커졌던 날도 있었다. 가려서 괜찮아진 건지, 더 조심스러워진 건지 헷갈릴 때도 있었다. 되돌아보면, 콤플렉스가 그대로 드러나던 시절에는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은 달랐지만, 그만큼 나를 이해하고 배려해 주던 순간들도 많았다. 반대로 콤플렉스를 잘 가리고 난 후에는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긴 하지만, 예전처럼 특별한 배려를 받는 일은 줄어든 것 같다.


그래도 그 이해와 배려가 꼭 동정과 안쓰러움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었다. 내가 가진 따뜻함과 배려심 때문에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관계들의 따뜻함도 있었기에, 콤플렉스가 잘 드러나지 않는 지금도 여전히 나는 많은 사람들의 따뜻함을 충분히 느끼며 지내고 있다.


앞으로도 내 콤플렉스는 아마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콤플렉스를 데리고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더 익혀가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것이 정말로 사라지거나, 혹은 꺼내 놓아도 아무렇지 않게 잘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날이 오지 않더라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콤플렉스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함께 나 자신을 이해하고,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일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조금씩 나를 알아가고, 나를 지켜가는 방법을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나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어쩌면 내 콤플렉스를 나를 더 섬세하고 더 깊이 있게 만다는, 나의 동반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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