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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채 Feb 13. 2017

무제

세상은 좁은 듯하다가도 넓어서 한 번 등 돌리면 만나지 못하는 인연이 많았습니다. 삶 어느 때까지 나를 품다 보내실 건지 당신은 자꾸 공책 한구석에 나를 쓰는 날이 있기는 있더라고요. 창문을 열어 옷걸이에도 현관 앞에도 양치컵에도 남아 있는 나를 바람 위에 태워 이제 그만 보내주세요. 내가 못 나가는 건지 안 나가는 건지 그건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울음은 등 돌린 후 터뜨려도 늦지 않으니 나를 일부러라도 등 떠밀어 내보내주세요. 나는 당신이 창문을 닫고 커튼을 칠 때까지 울음을 참고 있겠습니다. 내가 다시 창문을 두드려도 열어 주지 마세요. 울음을 토하고 애달프게 당신 이름을 불러도 커튼 한 번 열어주지 마세요. 그저 그렇게 나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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