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출장마사지> 2장 낯선 체온

by 마르코 루시

전화를 끊고 나서도 미숙은 한참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솜차이. 이상한 이름이었다. 혀끝에서 굴려보니 달콤했다. 마치 어린 시절 먹었던 사탕의 이름 같았다.

태국 사람이라고 했다. 미숙은 태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저 멀고 뜨거운 곳이라는 막연한 이미지만 있을 뿐이었다. 그곳에서 온 사람이 정말 올까. 목요일 저녁 여덟 시. 십만 원.

미숙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베개에 머리를 묻었다. 목요일까지는 사흘이 남았다. 갑자기 사흘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화요일 밤, 미숙은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스물여섯 살이었다. 임신 8주 차였고, 배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속에서 무언가 자라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작은 생명이 그녀의 몸 안에서 숨 쉬고 있었다.

병원에서 초음파를 찍었다. 화면에 작은 점이 깜박이고 있었다. 의사가 말했다. "심장소리가 들리시나요?" 정말 들렸다. 빠르고 힘찬 심장소리가.

그런데 꿈이 바뀌었다. 갑자기 아래가 젖어 있었다. 붉은 피가 계속 흘러나왔다. 아이가 떠나가고 있었다. "안 돼, 안 돼." 미숙이 소리쳤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

미숙은 꿈에서 깨어났다. 가슴이 뛰고 있었다. 식은땀이 등을 적셨다. 십구 년이 지났는데도 그 꿈은 여전히 생생했다.

침대 옆에서 남편이 고르게 숨을 쉬고 있었다. 등을 돌리고 누워 있는 그의 어깨가 희미하게 보였다. 언제부터인가 남편은 등을 돌리고 잤다. 그녀를 보지 않으려는 듯이.

미숙은 자신의 배에 손을 얹었다. 십구 년 만에.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빈 공간만 있을 뿐이었다. 한때 생명이 자라던 그곳은 이제 무감각한 살덩어리일 뿐이었다.

수요일 저녁, 마트에서 돌아온 미숙은 집 안을 둘러봤다. 평소 같으면 신경 쓰지 않았을 먼지가 눈에 띄었다.

미숙은 청소를 시작했다. 진공청소기를 돌리고, 바닥을 닦았다. 화장실 거울을 정성스럽게 닦자 자신의 얼굴이 또렷하게 비쳤다. 언제부터인가 피부가 거칠어졌다. 목 주위의 잔주름도 깊어진 것 같았다.

거울 속 여자를 바라보며 미숙은 생각했다. 이 사람이 정말 나인가. 스물여섯에 처음 임신했을 때, 거울 앞에서 옆모습을 보며 설레했던 그 여자가 지금의 나와 같은 사람인가.

저녁을 먹고 샤워를 할 때, 미숙은 평소보다 꼼꼼하게 몸을 씻었다. 때타월로 등을 문지르면서 문득 내일이면 낯선 사람이, 그것도 태국 사람이 이 몸을 만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 어디선가 두근거림이 일었다. 태국 마사지라니. 어떨까.

수건으로 몸을 닦으면서 미숙은 자신의 팔을 바라보았다. 언제부터인가 팔뚝에 힘이 없어졌다. 탄력도 사라졌다. 이런 몸을 남이 만진다니. 부끄러웠지만 동시에 기대도 되었다.

잠옷을 입고 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솜차이라는 남자는 어떤 사람일까. 나이는 몇 살일까. 정말 태국에서 왔을까. 태국어 억양이 섞인 한국말을 할까.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새벽 두 시가 넘어서야 잠들 수 있었다.

목요일 아침, 미숙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마트에 가기 전 거울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 화장을 할까 고민하다가 평소처럼 선크림만 발랐다. 하지만 립밤은 평소보다 신경 써서 발랐다.

마트에서 하루 종일 시계만 봤다. 오늘따라 시간이 더 천천히 가는 것 같았다. 점심시간에도 입맛이 없었다. 은희가 "왜 그래? 얼굴이 빨갛네"라고 물었지만 "그냥 더워서 그래요"라고 대답했다.

오후가 되면서 시간이 더욱 천천히 갔다. 같은 바코드를 두 번 찍는 실수를 했다. 고객이 "계산이 틀렸는데요"라고 지적했을 때 미숙의 귓가가 뜨거워졌다.

"미숙 씨, 오늘 정신이 없네요."

동료가 웃으며 말했다.

"좀 피곤해서..."

미숙이 대답했지만 정작 자신은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오히려 온몸이 깨어있는 느낌이었다.

여섯 시가 되자 미숙은 평소보다 빨리 계산대를 정리했다. 동료들에게 인사를 하고 급하게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에 올라 시동을 걸면서 손이 떨린다는 것을 느꼈다.

집에 도착한 것은 여섯 시 반이었다. 한 시간 반이 남았다. 미숙은 다시 한번 집 안을 점검했다. 거실을 정리하고, 침실 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다. 침대 시트를 새것으로 갈아야 할까 고민하다가 그대로 두었다. 너무 대놓고 준비하는 것 같았다.

일곱 시가 되자 미숙은 샤워를 했다. 어제보다 더 정성스럽게 몸을 씻었다. 머리도 감고, 바디로션도 발랐다.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마흔다섯 해를 살아온 여자의 몸. 아이를 가졌다가 잃었던 몸. 남편에게 사랑받았다가 외면당한 몸.

옷장 앞에서 뭘 입을지 고민했다. 평소 집에서 입는 편한 옷을 입어야 할까, 아니면 조금 더 단정한 옷을 입어야 할까. 결국 검은색 긴팔 티셔츠와 면바지를 선택했다. 너무 편하지도, 너무 격식을 차리지도 않은 옷이었다.

일곱 시 오십 분. 미숙은 거실 소파에 앉아 현관문을 바라봤다. 벽시계의 초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딱, 딱, 딱. 심장 박동과 시계 소리가 겹쳐졌다.

문득 스물여덟 살 때가 떠올랐다. 첫 아이를 잃은 후 산부인과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남편이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괜찮아. 다음에 다시 할 수 있어." 하지만 다음은 오지 않았다. 두 번째도, 세 번째도 모두 떠나갔다.

그 이후로 남편은 그녀를 조심스럽게 대했다. 깨지기 쉬운 도자기를 다루듯이. 그리고 점점 멀어졌다. 이제는 같은 침대에서 자면서도 서로를 만지지 않았다.

정확히 여덟 시에 현관 벨이 울렸다. 미숙은 벌떡 일어서더니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손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현관으로 향했다.

인터폰 화면을 보니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젊어 보였다. 큰 가방을 하나 들고 있었다. 그런데 확실히 달랐다. 조금 더 어두운 피부, 또렷하면서도 이국적인 이목구비.

문을 열자 실제 모습이 보였다. 키는 미숙과 비슷하거나 약간 더 클 정도였다. 동남아시아계 특유의 건강한 피부색과 선한 인상이었다. 머리는 깔끔하게 뒤로 넘겨 정리되어 있었다. 검은색 긴팔 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확실히 한국 사람과는 다른 이국적인 매력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솜차이입니다."

태국어 억양이 섞인 한국어였다. 발음이 약간 어색하고, 억양이 독특했다. 하지만 정중하고 부드러웠다. 미숙은 그 목소리에서 무언가 따뜻한 것을 느꼈다.

"네... 솜차이... 맞나요?"

미숙이 이름을 따라 말하려 했지만 어색했다. 솜차이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서 미숙은 놀랐다. 진짜였다. 거짓이나 계산이 없는 순수한 미소였다.

"솜차이. 맞아요. 들어가도 돼요?"

문을 열어주자 솜차이가 실내화를 신고 들어왔다. 가방에서 실내화를 따로 꺼내는 모습이 준비성 있어 보였다. 그런데 들어오면서 작은 향이 났다. 인센스 같은, 은은하고 이국적인 냄새였다.

미숙은 그 냄새를 맡으며 갑자기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어머니가 절에 다녀와서 몸에서 풍기던 향냄새. 그때는 싫어했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그립게 느껴지는 걸까.

"어디서 받을까요?"

솜차이의 한국어는 문법적으로는 정확했지만 억양이 독특했다. 마치 노래하듯 올라갔다 내려갔다 했다.

"어디서요?"

"보통 침실이나 거실에서 받아요. 편한 곳으로 하면 돼요."

미숙은 잠시 고민했다. 침실은 너무 사적인 공간 같았고, 거실은 너무 열린 공간 같았다.

"거실에서 할게요."

"아.. 그럼 소파 좀 치울 수 있어요?"

솜차이가 가방을 열자 접이식 마사지 침대가 나왔다. 생각보다 콤팩트했다. 미숙이 소파를 밀어내자 솜차이가 능숙하게 침대를 펼쳤다. 그 위에 하얀 시트를 깔고, 머리 부분에 작은 베개를 놓았다. 동작 하나하나가 매우 자연스러웠다.

미숙은 그의 움직임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났을까. 얼마나 많은 아픈 몸들을 어루만져 주었을까.

"처음 받아보시는 거죠?"

"네."

"그럼 옷을 좀 편하게 갈아입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반소매나 반바지 있어요?"

미숙의 얼굴이 붉어졌다.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잠깐만요."

침실로 가서 미숙은 옷장을 뒤졌다. 반소매 티셔츠와 반바지를 꺼내 들고 화장실로 갔다. 거울 앞에서 옷을 갈아입으면서 자신의 몸을 보게 되었다. 팔뚝과 다리가 드러나니 괜히 부끄러웠다. 예전보다 살이 쪘고, 피부도 거칠어졌다.

하지만 이상했다. 부끄러우면서도 설렜다. 오랫동안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자신의 몸을 보여준다는 것이.

거실로 돌아오자 솜차이가 가방에서 오일병들을 꺼내 놓고 있었다. 은은한 아로마 향이 났다. 그런데 좀 전에 맡았던 인센스 냄새와는 다른, 더 자연스러운 허브 향이었다.

"눕기 전에 어디가 많이 아픈지 말씀해 주세요."

솜차이의 한국어는 어색하지만 따뜻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진심 어린 관심이 담겨 있었다.

"목 하고... 어깨요. 하루 종일 서서 일하다 보니까..."

"아, 그럼 목과 어깨 위주로 해드릴게요. 엎드려서 누우시면 돼요."

미숙은 마사지 침대에 조심스럽게 올라갔다. 엎드려 누우니 얼굴이 베개 구멍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긴장이 되었다. 상대방이 보이지 않으니 더 불안했다.

"긴장하지 마세요. 아프면 말씀해 주시고요."

솜차이의 목소리가 가까워졌다. 그리고 등 위로 따뜻한 오일이 떨어지는 감촉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차가웠다가 금세 체온으로 따뜻해졌다.

그리고 손이 닿았다.

미숙의 몸이 순간 굳어졌다. 얼마나 오랫동안 다른 사람의 손길을 느끼지 못했을까. 남편도 언제부터인가 미숙을 만지지 않았다. 어깨에 올라온 솜차이의 손은 생각보다 따뜻했고, 부드러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살아있었다.

"많이 뭉쳐 있네요."

솜차이의 손이 목 아래쪽 어깨선을 따라 움직였다. 꾹꾹 누르는 느낌이 아프면서도 시원했다. 미숙은 무의식 중에 신음을 냈다.

"아파요?"

"아니에요... 시원해요."

정말 시원했다. 어깨뼈 사이사이로 손가락이 파고들면서 굳어있던 근육을 풀어주었다. 미숙은 눈을 감고 그 감각에 집중했다.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몸을 의식하지 않고 살았는데, 지금은 온 신경이 피부에 닿은 손에 모여 있었다.

그 순간 기억이 떠올랐다. 스물다섯 살, 결혼하기 전이었다. 남편과 처음으로 몸을 섞었던 날. 그때도 이렇게 전율이 일었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다른 종류의 감동이었다. 더 깊고, 더 절실한.

솜차이의 손이 어깨에서 팔로 내려갔다. 팔뚝을 주물러주고, 손목까지 마사지해 주었다. 그리고 다시 등으로 올라와 목 뒤쪽을 눌러주었다.

"여기 많이 아팠을 것 같은데, 맞죠?"

"네... 맞아요."

솜차이의 엄지손가락이 목 뒤 뭉친 부분을 집중적으로 풀어주었다. 처음에는 아팠지만 점점 시원해졌다. 미숙은 자신도 모르게 몸의 힘을 빼고 마사지에 맡겼다.

"일이 많이 힘들죠?"

솜차이의 한국어에는 진심 어린 관심이 담겨 있었다.

"그냥... 괜찮아요."

"저도 오래 서서 일해봤어요. 다리도 많이 붓고... 힘들어요, 정말."

미숙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화보다는 이 순간의 감각에 더 집중하고 싶었다. 솜차이도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묵묵히 마사지를 계속했다. 가끔 태국어로 작은 소리를 내는 것 같았지만 확실하지 않았다.

손이 등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허리 양쪽을 엄지로 꾹꾹 눌러주었다. 미숙이 미처 몰랐던 곳까지 아팠다는 것을 깨달았다. 몸 곳곳이 굳어있었고, 감각이 무뎌져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솜차이의 손이 닿는 곳마다 무언가 깨어나는 느낌이었다. 마치 겨울 동안 얼어있던 땅이 봄이 되어 녹아내리는 것처럼.

"뒤집어서 누우시겠어요?"

미숙은 천천히 몸을 뒤집었다. 이제 솜차이의 얼굴이 보였다. 집중해서 일하는 표정이었다. 진지하면서도 부드러운 얼굴이었다. 동남아시아계 특유의 선한 인상과 또렷한 이목구비가 이국적인 매력을 풍겼다. 미숙과 눈이 마주치자 솜차이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어때요? 조금 나아졌어요?"

"네... 좋아요."

솜차이가 미숙의 목 앞쪽을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목선을 따라 부드럽게 움직였다. 미숙은 천장을 바라보면서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단순한 마사지가 아닌 다른 무언가 같았다. 솜차이의 손길에는 기계적이지 않은 온기가 있었다.

팔을 마사지할 때 솜차이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미숙은 그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은은한 남자 냄새. 비누 냄새와 자연스러운 체취, 그리고 아까 맡았던 인센스 향이 섞인 이국적인 냄새였다. 오랫동안 맡지 못했던 남자의 냄새였다.

"손도 많이 거칠어져 있네요."

솜차이가 미숙의 손을 양손으로 감쌌다. 손가락 하나하나를 마사지해 주었다. 미숙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바코드 스캐너를 잡느라 굳어진 손가락, 세제 때문에 거칠어진 손등. 이런 손을 만져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그것도 태국에서 온 이 낯선 남자가 정성스럽게 만져주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많이 힘들게 사셨나 봐요."

솜차이의 한국어는 어색했지만 진심이 담겨 있었다. 아무도 자신이 힘들게 산다고 말해주지 않았다. 남편도, 동료들도, 심지어 자신도 그냥 당연한 일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처음 만난 이 태국 남자가 "힘들게 사셨다"고 말해주었다.

"그게... 다들 그렇게 사는 거 아닌가요."

"그래도 힘든 건 힘든 거죠."

솜차이의 손이 미숙의 어깨를 지나 쇄골 아래쪽을 마사지했다. 살짝 민감한 부위였다. 미숙의 호흡이 조금 빨라졌다. 솜차이도 그것을 느꼈는지 손의 움직임이 더 부드러워졌다.

"괜찮아요?"

"네..."

하지만 괜찮지 않았다. 미숙의 몸 어딘가에서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깨어나고 있었다. 솜차이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전기가 통하는 것 같았다. 이런 감각을 언제 마지막으로 느꼈을까.

문득 깨달았다. 이것은 단순한 마사지가 아니었다. 이것은 치유였다. 그녀의 죽어가던 몸을 다시 살려내는 의식이었다.

마사지가 끝났을 때 미숙은 아쉬웠다. 솜차이가 손을 떼자 피부 위에 찬 공기가 스며들었다.

"어떠세요?"

"좋았어요... 정말."

미숙이 일어나 앉자 솜차이가 물티슈를 건네주었다. 손에 묻은 오일을 닦으라는 뜻이었다. 미숙은 손을 닦으면서 솜차이를 바라봤다. 그도 자신의 손을 닦고 있었다. 일을 마친 후의 차분한 표정이었다.

"다음에 또 부르실 거예요?"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다. 미숙은 잠시 당황했다.

"그걸... 모르겠어요."

"괜찮다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받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솜차이가 마사지 침대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시트를 걷고 침대를 접었다. 모든 동작이 매우 자연스럽고 전문적이었다.

미숙은 지갑에서 십만 원을 꺼냈다. 만 원짜리 열 장. 솜차이에게 건네면서 순간 손이 스쳤다. 따뜻했다.

"감사해요."

솜차이가 돈을 받아 주머니에 넣으면서 말했다. 진심이 느껴졌다.

"그럼... 다음에 또 연락해도 될까요?"

미숙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솜차이가 문 앞에서 신발을 신을 때 뒤돌아봤다. 합장하듯 두 손을 모으고 살짝 고개를 숙였다. 태국식 인사였다.

"오늘 일찍 자세요. 몸이 좀 개운할 거예요."

문이 닫히고 미숙 혼자 남았다. 거실에는 아직 아로마 오일 냄새와 은은한 인센스 향이 남아 있었다. 미숙은 소파에 앉아 자신의 몸을 만져봤다. 정말 개운했다. 어깨도 가벼웠고, 목도 시원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자신이 살아있다는 느낌.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몸의 감각들이 깨어나고 있었다. 솜차이의 손이 닿았던 곳들이 아직도 따뜻했다. 그의 이국적인 외모, 어색하지만 따뜻한 한국어, 태국식 인사까지 모든 것이 새로웠다.

미숙은 자신의 배에 손을 얹었다. 십구 년 만에. 거기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새로운 생명이 아니라, 이미 있던 생명이 깨어나는 것을. 그녀 자신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미숙은 핸드폰을 들었다. 솜차이의 번호가 통화 기록에 남아 있었다. 언제 다시 전화할까.

이번에는 일주일도 기다리기 싫었다.

솜차이가 떠난 후, 미숙은 손을 씻었다. 오일 냄새가 지워지지 않았다. 세 번을 씻었다. 네 번째에도 남아있었다. 거울을 보았다. 같은 얼굴이었다. 하지만 뭔가 달랐다. 내일 아침이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바코드 스캐너를 잡는 손. 계산대 앞에 서 있는 몸. 미숙은 거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 여자가 정말 자신일까.

그날 밤 남편이 돌아왔을 때, 거실에서 묘한 냄새가 났다. 인센스 같은, 낯선 향이었다. "무슨 냄새야?" "아... 향초 켰었어요." 하지만 향초는 없었다. (계속…)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1화단편소설 <출장마사지> 1장 무감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