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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 대학 앙깨우 호수에서 랑머야시장까지의 풍경

- 치앙마이 대학 캠퍼스, 30분 거리에 담긴 젊은과 열기의 비밀

by 마르코 루시

푸른 산자락이 수평선을 지우듯 누운 오후, 치앙마이대학교 앙깨우 호수는 물 위에 떠오르는 연기처럼 고요하다. 물결이 햇빛에 부서지며 만들어내는 윤슬의 파편들 사이로, 교복을 입은 학생이 호수 가장자리에서 책을 읽고 있다. 그녀의 옆에는 컴퓨터공학과 교재가 펼쳐져 있고, 태국어와 영어가 섞인 메모들이 바람에 살랑인다. 도이 수텝 산맥이 무대 뒤편의 커튼처럼 펼쳐져 있고,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호수에 잔잔한 물결을 그린다. 나무 그늘 아래 앉으니 마음의 시간이 여유로워진다. 이곳은 태국 최초의 지방 종합대학이 세워지며 함께 조성된 인공호수지만, 지금은 60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자연과 구별할 수 없을 만큼 완성된 풍경을 이루고 있다.


1964년 설립된 치앙마이대학교는 태국 북부에 설립된 최초의 고등교육 기관이며, 태국 최초의 지방 대학이었다. 당시 태국 정부는 방콕 중심의 교육 시스템을 벗어나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하고자 했다. 초기에 이 대학은 공학, 자연과학, 농학 등 주로 이학 계열 학과에 역점을 두었다. 농업 기술 발전이 절실했던 북부 지역의 현실을 반영한 선택이었다. 60년이 흐른 지금, 치앙마이대학교는 3만 5천여 명의 학생들이 다니는 거대한 학문 공동체가 되었다. 교정 곳곳에서는 란나 왕국의 전통과 현대 기술이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조용한 캠퍼스 호수에서, 후문 방향으로 30분정도 발걸음을 옮기면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랑머야시장이 나타난다. 랑머야시장은 학구적 캠퍼스 분위기와는 정반대의 생동감으로 넘쳐난다. 치앙마이대학교 후문 야시장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늦은 오후, 천천히 열리기 시작하여 오후 5시부터 밤 11시까지 본격적인 활기를 띤다.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솜땀을 먹는 대학생들 옆으로,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팟타이를 볶는 아주머니의 손놀림이 춤추듯 빠르다. 특히 빨간 간판의 '카프라오 느아느아(Kaprao Nueanuea)' 가게에서는 홀리바질과 다진 소고기를 볶은 팟카프라오가 철판 위에서 지글거린다. 이 요리는 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음식 중 하나로, 태국 현지인들도 식당에 가서 "뭐 먹지" 할 때 가장 많이 찾는 대중적인 음식이며, 한국인들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매콤한 홀리바질의 향과 소고기 또는 닭고기나 돼지고기가 어우러져 후각이 먼저 포만감을 느끼게 만든다. 계란후라이와 함께 흰 쌀밥 위에 올려지는 이 한 그릇 요리는 기본 55-75바트에 판매되며, 대학생들의 든든한 한 끼가 되어준다. 고추와 마늘이 기름에 지글거리는 소리, 얼음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청량한 소음, 오토바이 엔진음이 뒤섞여 만들어내는 태국 밤거리의 교향곡이 공기를 가득 메운다.


앙깨우 호수에서 랑머야시장까지, 이 도시의 리듬을 따라 흘러가는 여정에서, 여행자는 태국 젊은 세대의 복잡한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앙깨우 호수의 고요 속에서 미래를 꿈꾸던 학생이 몇 시간 후에는 야시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한다. 글로벌 시대의 경쟁 논리와 공동체 중심의 태국 문화가 이들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야시장의 불빛 아래에서 웃고 있는 그들의 얼굴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희망이 동시에 스며 있다. 이 모든 것이 단순한 저녁 식사 그 이상, 수많은 치앙마이 학생들의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상의 의식이며, 젊음이 가진 아름다운 모순의 현장이다.


여행은 결국 우리가 떠나온 곳을 새롭게 보게 만드는 거울이다. 치앙마이대학교의 거대한 캠퍼스를 가로질러 호수와 랑머야시장을 오가며, 우리는 젊음이 가진 보편적 속성을 발견한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든 젊음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쓴다. 전통의 무게와 변화의 속도 사이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으려 한다. 치앙마이의 대학생들이 호수에서 책을 읽다가 시장에서 친구들과 만나는 것처럼, 우리 역시 고요한 성찰과 역동적인 삶 사이를 오가며 살아간다. 이것은 그저 장소들의 나열이 아니다. 치앙마이의 리듬이며, 타인의 일상 안으로 들어가는 조용한 여정이다. 여행의 참된 의미는 이처럼 낯선 곳에서 익숙한 감정을 발견하고, 다른 문화 속에서 인간의 공통분모를 확인하는 데 있다. 태국 북부의 작은 대학 도시에서 마주한 젊음의 풍경은, 결국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삶의 아름다운 모순을 보여주는 거울이었다. 30분의 이동 시간은 단순한 거리가 아니라, 꿈과 현실을 잇는 젊음의 일상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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