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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에서 우연히 발견한 아주 특별한 갤러리 레스토랑

- 유리 정원에서 잠시 멈춘 오후, 치앙마이 Faces Gallery -

by 마르코 루시
유리 정원에서 잠시 멈춘 오후 – 치앙마이 Faces Gallery & Gastro Bar


한낮의 열기가 올드시티 작은 골목길의 벽돌 위에 살짝 그림자를 드리운다. 치앙마이 올드시티 남단, 라차망카 소이 6번 길.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샛길을 따라 걷다가 걸음을 멈추게 된다. 무심히 펼쳐진 골목 어귀에, 예상 밖의 구조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갤러리인지 식당인지 구분이 안 되는 신비스러운 곳이다. 무심코 안으로 들어서자 전면 유리로 이루어진 대형 구조물이 나타난다. 치앙마이 올드시티에 등장하기 시작한 아트 카페들의 계보 속에서, 이곳은 가장 실험적인 공간 중 하나다. 평범하지 않은, 흡사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투명한 큐브는 올드시티 주변의 풍경과는 묘하게 어긋난 기운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식당의 형태를 한 작은 온실이자, 정원 속 미술관이며, 이름하여 Faces Gallery & Gastro Bar였다.


유리 건물 앞에 선 순간, 미지의 공간 속에서 마법에 걸린 듯, 눈을 휘둥그레 뜨고 미끄러지듯 공간을 누빈다. 유리 안쪽은 가볍게 안개 낀 듯 흐릿하고, 그 너머로 식물과 조각, 조명이 어우러진 장면이 아른거린다. 그러곤 문득, 이방인의 발이 안으로 스며든다. 어떤 안내도, 유혹도 없이. 유리문은 예상보다 가볍게 열리며, 마치 이 신비로운 공간이 방문자의 망설임을 비웃기라도 하듯 순순히 길을 내준다. 공간은 외부와 전혀 다른 시간의 감각을 선사한다. 내부는 정갈하고 유려하다. 중정처럼 구성된 정원에는 각종 열대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덩굴식물이 천장까지 뻗어 있으며, 자연광이 유리 지붕을 타고 들어와 곳곳에 밝은 얼룩을 만든다. 분수대는 낮은 소리로 물을 흘려보내고, 주변을 둘러싼 테라코타 얼굴 조각들이 침묵한 채 그 흐름을 지켜보고 있다. 조각마다 조금씩 다른 눈매와 표정이 있다. 그것들은 서로를 보지 않고, 대신 방문자의 시선을 응시한다. 그 아래, 나무 테이블이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 있고, 의자 위에는 마치 설치미술처럼 식사가 준비된다.


건물의 구조는 복층이지만 입체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내부 한편에 자리한 철제 계단은 좁은 로프트로 이어지고, 그 위에 놓인 테이블들은 마치 무대 조명을 받는 관람석처럼 배치되어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이들은 식사보다 '장면'을 보고 있다. 아래를 향한 시선은 분수와 조각, 사람의 움직임, 그리고 유리창 너머의 흐르는 구름까지를 하나의 파노라마로 만든다. 이곳은 단지 식사를 위한 장소가 아니다. 손님들은 조용히 말하고, 천천히 음식을 집으며, 잔을 기울이는 동작마저도 일정한 리듬을 따른다. 유리벽에 반사되는 소리들은 둔중하지 않게 흩어지고, 잔잔한 재즈 음악과 섞여 작은 공명처럼 공간을 채운다. 어느 테이블에는 와인 잔이, 또 다른 테이블에는 칵테일이 놓여 있다. 한쪽 구석에서는 누군가 필기구를 움직이고, 다른 이들은 조용히 창밖을 응시한다. 몇몇 테이블에서는 카메라 셔터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리지만, 그조차 이곳의 고요한 리듬을 깨뜨리지 못한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 공간은 천천히 변한다. 햇빛은 유리를 통과해 길게 늘어지고, 그림자는 천장과 식탁을 교차하며 정오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그때부터 조명이 켜진다. 촛불과 샹들리에, 그리고 유리 반사에 반응하는 작은 광원들이 하나둘 살아난다. 낮의 온실이 밤의 극장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시간은 더디고, 목소리는 작아지며, 정원의 테라코타 얼굴들은 더욱 선명해진다. 얼굴은 감정을 말하지 않지만, 침묵 속의 감정은 조각보다 더 오랫동안 남는다. 이곳에선 음식이 주인공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공간 자체가 요리처럼 완성되어 있고, 손님은 그 구성에 포함되는 하나의 재료처럼 존재한다. 마늘 향이 도는 볶음밥이나, 코코넛 밀크가 가미된 카레, 파인애플로 장식된 태국식 요리들은 그 자체로 충분히 훌륭하지만, 이곳에선 맛보다는 풍경의 일부가 된다는 감각이 우선한다. 유리창 밖의 초록이, 창 안의 조명과 조화를 이루는 찰나, 접시는 단순한 도구가 아닌 회화의 일부로 기능한다.


Faces Gallery & Gastro Bar는 지도로 도달하는 장소가 아니라, 걷다가 우연히 발견되기를 기다리는 장소다. 어쩌면 그 특이한 이름부터가 누군가의 얼굴, 또는 자기 자신의 얼굴을 마주하라는 암시일지도 모른다.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다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올 때, 종종 잠시 멈춰 유리 너머를 다시 들여다보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들이 머물던 공간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지만, 그 장면 속 자신은 이미 사라져 있다. 그전에 그곳을 마음속 프레임 속에 담아야 한다. 이곳은 한 끼 식사의 기억이 아닌, 풍경 속에 잠시 스며들었다 사라지는 '경험의 단면'으로만 남지 않는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그 골목 끝에서,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공간은 다시 한번 완성된다. 그리고 그 순간은 마법처럼, 새로운 추억의 회로를 저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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