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필요 없고 도망가고 싶어 2화 -
출근 시간이 1분이라도 늦으면
그날 하루는 전부 틀어지는 것 같았다.
스스로가 아니라 세상이 몰아붙이는 기분이었다.
그날도 그랬다.
오전 아홉 시를 몇 초 남기고 회사 건물 안으로 뛰어들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직전, 손을 넣어 가까스로 올라탔다.
이미 다섯 명쯤 되는 사람들이 안에 서 있었다.
누구도 인사를 하지 않았고, 누구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 사이 벽 쪽 구석에 몸을 붙였다.
마치 ‘존재를 지우는 기술’을 익힌 사람처럼.
엘리베이터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위로 움직였다.
숨을 멈춘 듯 서 있었다.
단지 호흡하는 것조차 미안해야 했던 순간.
왜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그 공간에서는 늘 그랬다.
숨죽이는 데 익숙해진 건 언제부터였을까.
기억을 더듬으면 오래전부터였다.
사소한 아이디어 하나를 말할 때도 눈치를 봐야 했고,
회의 자리에서는 목소리 크고
빠른 사람들 틈에서 늘 한 박자 늦었다.
조심스레 내뱉은 말은 쉽게 묻혔다.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말하는 순간보다 더 무서운 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침묵 속에 서 있는 자신을 마주할 때였다.
그날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녀는 생각했다.
공기가 너무 무겁다고.
숨이 막힌다는 건 단순히 산소의 문제가 아니라고.
서서히 질식해가고 있다는 걸, 너무 늦게야 깨달았다.
누구에게도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이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었다.
사무실에 들어서기 직전,
벽면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았다.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마주한 표정이었다.
눈 밑에는 짙은 그림자가 내려앉아 있었고,
입은 닫혀 있었지만 턱은 단단히 깨물려 있었다.
자신이 그렇게 긴장한 얼굴을 하고 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요즘 왜 이렇게 말이 없어?”
“표정이 왜 그래?”
누군가 건넸던 말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몰랐을 것이다.
매일 아침, 그 엘리베이터 안에서
숨을 죽인 채 올라온다는 걸. 단 몇 층의 시간이지만,
그 침묵 속에서 이미 하루가 무너지고 있다는 걸.
그 순간, 거울 속의 얼굴은 너무 낯설었다.
버티는 게 아니라 단단히 틀어박혀 있다는
사실을 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그날, 점심시간에 무작정 사무실을 벗어났다.
가까운 공원으로 걸어갔다.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지나가는 아이들이 뛰며 웃고 있었고,
하늘은 이유 없이 맑았다.
그런 순간이야말로 도망이었다. 단 30분이었지만,
그 30분이 없었다면 하루를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누군가는 회의를 준비했겠지만,
그날 점심에 스스로를 살렸다.
따뜻한 커피 한 모금과 바람,
웃음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 풍경이
잠시 숨 쉬게 했다. 아무도 모르는 작은 탈출이었고,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방식의 생존이었다.
그 시간 덕분에 겨우 그날 오후를 버텼다.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침묵은 이제 작은 경고처럼 남았다.
숨이 막히는 공간,
그 안에서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웃고 있는 자신.
그것은 강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무너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래서 가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았다.
대신 계단을 올랐다.
짧지만 숨이 차오르는 여섯 층 계단이
오히려 숨 쉴 틈을 주었다.
사람들은 참는 것을 미덕이라 말하고,
버티는 것을 성숙이라 가르쳐왔다.
그러나 다르게 느꼈다.
가끔은 계단을 선택해야 한다고.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잠시 숨 고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그것만으로도 살아 있다는 증거를 얻었다.
우리는 너무 오래 견디는 법만 배워왔다.
하지만 진짜 필요한 건,
가끔 숨을 고르는 용기였다. 도망이 아니라,
살아남는 방식으로서의 도망.
그 작은 계단 위에서 자신에게 속삭였다.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