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tch Bros, 스타벅스를 뒤흔든 스토리텔링

미국 MZ세대가 홀딱 반한 커피숍 ‘더치 브로스‘

by 마르코 루시

미국 오레곤 주 그랜츠 패스에서 시작된 작은 커피숍이 스타벅스의 아성을 뒤흔들고 있다. 더치브로스(Dutch Bros)라는 이름도 생소한 이 드라이브스루 커피숍이 스타벅스보다 4배 더 비싼 주식 가격을 기록하고 있다. 1992년 형제 둘이 1만 2천 달러(약 1,650만원)로 시작한 사업이 지금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금광'으로 불린다. 겨우 1,000개 매장으로 전 세계 3만 8천 개 매장의 스타벅스에 도전장을 던진 이 작은 커피숍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답은 간단하다. 커피를 파는 이야기 자체가 완전히 바뀌었다.


더치브로스의 창립자인 데인과 트래비스 보어스마 형제는 환경 규제로 어려움을 겪던 3대째 낙농업에서 커피 사업으로 전환했다. 두 형제(Boersma)의 네덜란드 혈통을 반영하여 '더치브로스(Dutch Bros)'라는 이름이 지어졌으며, '형제애'와 함께하는 따뜻함'의 의미가 담겨 있다. 에스프레소 머신과 푸시카트 하나를 구입해 사업을 시작한 이들은, 한 달 동안 친구와 가족들에게 커피 샘플을 나눠주며 실험을 거듭했다. 처음부터 '관계의 사업'임을 천명한 이 브랜드는, 직원들을 '브로이스타(broista)'라고 부르고 가장 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더치 마피아'라고 칭하는 독특한 문화로 커피음료를 매개로 한 진정한 공동체 형성을 추구했다. 드라이브스루라는 극도로 효율적인 공간에서 '브로이스타(broista)'들이 건네는 진심 어린 인사와 음료 한 잔은, 속도 경제 시대에 인간적 온기가 여전히 가능함을 증명하는 작은 기적이 되었다. 더치브로스에서 음료를 구매하는 사람 10명 중 7명이 단골 회원이라는 사실은 단순한 마케팅 성과가 아니다. 이는 알고리즘이 인간의 욕망을 학습한 결과다.


커피 업계의 가장 큰 착각은 '맛'이 경쟁력이라고 믿는 것이다. 더치브로스가 증명하는 건 정반대다. 팝핑 보바 하이퍼크롬 (Poppin' Boba Hyperchrome), 브라우니 베터 모카 (Brownie Batter Mocha) 같은 메뉴들을 보면, 이건 음료가 아니라 '감정의 액체화다. MZ 고객들에게 음료는 단순한 카페인 섭취 수단이 아니라 정체성 표현의 도구다. MZ에게 특별한 어필을 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타벅스가 6분기 연속 미국 내 동일 매장 매출 감소를 기록하는 동안, 더치브로스는 정반대 방향으로 질주하고 있다.


기존 커피 체인들이 '편안한 공간'을 팔 때, 더치브로스는 '움직이는 순간'을 판다. 스타벅스가 '제3의 공간'이라는 20세기 철학에 매달려 있는 동안, 더치브로스는 21세기 소비자의 시간 감각을 재정의했다. 음료 매출의 87%가 아이스 음료나 블렌드 음료라는 데이터는 더 이상 커피만이 따뜻한 위안이 아님을 보여준다. 차가운 맞춤화가 새로운 표준이 된 것이다. 드라이브스루라는 물리적 인프라가 디지털 개인화와 결합하면서, 2분 안에 다채로운 변형이 가능한 '나만의 음료'를 제공하는 시스템이 탄생했다. '포스트 스타벅스'로 불릴 만큼 빠르게 성장한 더치브로스는, 고객 만족도에서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2023-2024년 고객 리뷰 분석에서 더치브로스는 가치와 음료 품질 부문에서 스타벅스와 던킨을 앞섰으며, 특히 아이스커피에 대한 평가가 월등했다.


더치브로스 현상이 흥미로운 것은 단순히 경영상의 성공 때문이 아니다. 이 브랜드는 커피의 정교한 미학과는 전혀 다른 길을 택했다. 싱글 오리진이나 핸드드립 대신, 수십 가지 시럽과 무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음료를, 다양한 시크릿 메뉴와 함께, 실내 좌석 없는 드라이브스루에서 제공한다. 브로이스타들은 고객과 '파티하듯 소통'하며, 신나는 음악과 긍정적 에너지가 넘치는 매장에서 고객에게 꽃을 건네거나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이들을 안아주기도 한다. 이런 친절함이 여러 번 화제가 되어 바이럴을 타기도 했다. 30분 대기시간이라는 운영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MZ세대가 더치브로스를 찾는 이유는,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라 일상 속 작은 위로를 주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 소비문화가 맞닥뜨린 근본적 딜레마를 보여준다. 우리는 더 빠르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원하면서도, 동시에 더 인간적이고 따뜻한 경험을 갈망한다. 새로운 커피문화가 추구한 장인정신과 미적 완성도는 분명 매력적이지만, 그것이 일상의 속도와 접근성을 포기해야 하는 선택지였다면, 더치브로스는 다른 해답을 제시한다. 기술과 시스템의 도움으로 속도를 확보하되, 그 과정에서 인간적 접촉의 질을 높이는 것. 정서적 유대와 커뮤니티를 중시하며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적인 이 브랜드는, 드라이브스루 창문 너머로 전해지는 진심 어린 미소와 대화가 어쩌면 실내에서 조용히 마시는 정교한 핸드드립보다 더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음을 증명한다. 더치브로스 현상은 우리 시대의 진정한 럭셔리가 시간이 아니라 관심임을, 그리고 그 관심은 반드시 느림의 형태일 필요가 없음을 말해준다. 속도의 시대에 태어난 새로운 친밀함의 문법이, 오늘도 전국 1,000여 개 드라이브스루 창문 너머에서 조용히 쓰여지고 있다.


결국 더치브로스의 현상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브랜드 경험'이란 무엇인가? 과거 세대가 '장소'에서 브랜드를 경험했다면, 새로운 세대는 '순간'에서 브랜드를 만난다. 2분 만에 완성되는 개인화된 음료 한 잔이 30분간의 카페 체류보다 강력한 브랜드 기억을 남기는 시대가 온 것이다. 더치브로스의 성장은 단순한 재무적 성과가 아니라 문화적 변화의 증거다. 스타벅스가 '세컨드 플레이스'를 만들었다면, 더치브로스는 '무빙 모멘트'를 창조했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멈춘 세계에서 움직이는 고객들을 바라보며 당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상은 계속 변하고 있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늘 진정성 있는 스토리텔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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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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