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 전쟁, 메타의 독주, 애플의 고전, 삼성의 도전

by 마르코 루시

2024년 4분기, 전 세계 XR(가상·증강·혼합현실을 아우르는 확장현실) 헤드셋 시장의 84%를 한 기업이 장악했다. 메타다. 499만원짜리 비전프로를 들고 진입한 애플의 출하량은 직전 분기 대비 43% 급락했다. 이 수치는 기술 산업의 판이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2029년까지 2,400조원(1.8조 달러) 규모로 폭발할 XR 시장에서 벌어지는 이 일방적인 게임의 이면에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질문이 숨어 있다. 왜 "완벽한" 제품이 "저렴한" 제품에게 무릎을 꿇었는가?


메타가 시장을 장악한 비결은 단순하다. 39만원짜리 퀘스트 3S. 애플 제품 가격의 13분의 1이다. 하지만 가격만이 답은 아니다. 메타는 2014년 오큘러스 인수 이래 10년 넘게 적자를 감내했다. 2024년 한 해에만 Reality Labs(메타의 AR/VR 전담 부서)에서 24조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 부서는 퀘스트 헤드셋, 레이밴 메타 스마트글라스, 그리고 미래의 AR 안경 개발을 담당한다. 저커버그는 이를 "손실"이 아닌 "장기 투자"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10년 이상 생태계 전체를 구축했다. 퀘스트 스토어의 비트세이버와 고릴라태그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 사람들이 왜 헤드셋을 쓰는지에 대한 답이다. 반면 애플의 비전프로는? 이메일을 더 크게 보고, 영화를 더 몰입감 있게 볼 수 있다. 499만원을 내고? 이는 아마존이 킨들로 전자책 생태계를 만들 때와 같은 패턴이다. 하드웨어는 미끼고, 진짜 게임은 플랫폼이다. 메타는 이미 게임을 끝냈다.


통념을 뒤집어야 한다. "애플이 가격을 낮추면 시장을 장악할 것"? 틀렸다. XR 시장의 본질은 생태계다. 2025년 2분기 메타는 60.6%를 차지한다. 샤오미가 7.7%로 2위다. 애플은? 순위에도 없다. 더 날 선 진실: VR 헤드셋 시장은 2024년 3년 연속 하락세다. 전년 대비 12% 감소. "메타 퀘스트 시장"이 있을 뿐, "VR 시장"은 없다. 그런데도 시장은 2029년까지 연평균 64% 성장할 전망이다(Technavio). 역설이다. 시장이 죽어가는데 성장한다? 게임의 룰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소비자 시장이 죽고 있고, 기업 시장이 폭발한다. 미 해병대는 81대의 운전 시뮬레이터로 실제 훈련을 대체했다. 알래스카항공은 737 시뮬레이터를 VR로 구현했다. 2025년 XR 앱 지출은 전년 대비 19.7% 증가한 120억 달러다. B2B가 진짜 전장이다.


2025년 10월 21일, 판이 뒤집혔다. 삼성이 갤럭시 XR을 240만원에 출시했다. 애플보다 260만원 싸고 메타보다 여섯 배 비싸다. 진짜 도박은 가격이 아니다. 구글, 퀄컴과 손잡고 '안드로이드 XR'을 선보인 것이다. 듀얼 4K 마이크로 OLED, 비전프로보다 가볍고 109도 시야각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것들은 부차적이다. 진짜 게임 체인저는 플랫폼이다. 제미나이 AI가 시스템에 통합됐고, 수백만 안드로이드 앱이 그대로 작동한다. 삼성의 전략은 치명적이다. 2023년 이메긴을 2,900억원에 인수해 차세대 5K 마이크로 OLED를 확보했다. 기존보다 3~4배 밝다. 개발자들은 퀘스트 콘텐츠를 거의 그대로 포팅(별도의 새 개발 없이 기존 퀘스트용 콘텐츠를 쉽게 옮겨 사용할 수 있다)할 수 있다. 갤럭시북, 갤럭시폰과 연동된다. 네이버, 카카오톡, 쿠팡플레이가 최적화되면? '익스플로러 팩' 130만원 상당 프로모션으로 실질 부담이 줄어든다. 하지만 역설이 있다. 240만원짜리에 39만원짜리 게임을 누가 할까? 삼성은 게이머를 포기했다. B2B가 목표다.


결국 이 전쟁은 비전의 싸움이다. 애플은 "완벽한 제품"을, 메타는 "지금 쓸 수 있는 제품"을, 삼성은 "개방된 생태계"를 선택했다. 아이폰이 완벽해서 성공한 게 아니다. 2007년 첫 아이폰은 복붙도 안 됐다. 하지만 앱스토어가 있었다. 생태계가 있었다. XR도 마찬가지다. 2,400조원 시장에서 완벽함은 적이다. 메타의 10년 투자가 증명한 것은 단순하다. 사람들은 미래의 완벽한 제품보다 오늘의 불완벽한 경험을 선택한다. 삼성은 늦었지만 정확한 타이밍에 진입했다. B2B 시장이 폭발하는 지금, 기업 고객들이 원하는 것은 가격도 성능도 아니다. 자신들의 업무 환경과 즉시 통합되는 플랫폼이다.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당신의 조직은 XR을 엔터테인먼트 기기로 보는가, 아니면 생산성 도구로 보는가? 그 답이 다음 10년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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