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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민규 May 04. 2020

사랑의 자세

강아지 '만두'를 바라보며 생각한 것

연휴를 맞아 여동생이 본가에 왔다. 키우는 강아지를 데리고 왔다. 이름은 만두, 태어난 지 7개월이 된 아이다. 에너지가 넘쳐서 내가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오면 기다리고 있다가 달려와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긴다. 그럼 만두는 일어선 자세를 유지하게 되는데, 강아지는 관절이 약해서 일어선 자세는 만두에게 좋지 못하다고 여동생이 알려줬다.



나를 볼 때마다 달려와서 일어선 자세로 나를 반기는데, 내 모습을 감출 수도 없어서 진짜 곤란했다. 몇 번이나 곤란해하다가 생각한 것은 그냥 내가 앉는 것이었다. 내가 앉으면 만두가 일어설 필요 없이 내가 다리를 오므린 그 위로 올라와 나를 반길 수 있다. 나를 한참 동안 반기다 내 허벅지 위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만두를 보며 생각했다. 사랑은 상대를 위해 기꺼이 내 자세를 낮추는 것이 아닐까 하고. 덕분에 나는 거실도 아니고 주방도 아닌 애매한 자리에 처음 주저앉아보게 됐다.



내 품 안에 있던 만두가 쪼르르 살짝 멀리 가서 앉아 나를 바라본다. 만두는 나를 바라볼 때면 뭔가를 궁금해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인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나도 만두의 방향에 맞춰 고개를 살짝 기울이게 된다. 고개를 기울이며 내 마음은 평형을 찾는다. 각자는 비뚤어졌어도 서로는 같은 각도로 바라보고 있다. 아까 했던 생각을 고쳐본다. 사랑은 상대를 위해 자세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자세에 나를 맞추는 거라고. 여전히 만두를 비스듬한 각도로 바라보며, 햇살을 배경으로 만두의 눈 깜빡임을 음미하며, ‘낮춤’을 ‘맞춤’으로 바꾸어 생각해본다. 바꿈의 과정에 만두와 내가 공유한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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