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화투 치실래요?

화투에서 내 인생이 보이네

by 한희정

*화투에 대한 룰을 잘 몰라도 글을 읽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음을 알립니다.*



-엄마 화투 치실래요?

-갑자기? 그래~

내가 잘은 못해도 너는 이기지, 내가!

-점 당 100원 어때요?

-좋아, 종이에 적고 나중에 한꺼번에 계산하자.

-알겠어요.


그렇게 아들과 맞고를 시작했다.

화투는 가끔 명절 때 가족이 모이면 가끔 할까 말까 하는 정도이지

평소에는 그렇게 즐길 일이 없다.


다른 보드게임도 있었지만,

이날은 아들이 웬일로 뭘 같이 하자고 하니

못 이기는 척하기로 했다.


점수 내는 것은 알지만 둘 다 맞고에 대한 룰을 잘 몰라서

서로 물어가며 패를 돌리고 화투를 치기 시작했다.

원고, 투고, 쓰리 일 때 몇 배로 계산해야 하는지

굳이 검색해 가며 진행했다.

Tara~ 최종결과 내가 3,100원을 땄다.


그리고 며칠 후, 내 방문을 열고 아들이 들어온다.


-엄마 오늘 화투 한판 어때요?

-괜찮겠어? 하하하

근데, 맞고는 7점이 나는 거더라.

우리 그때 3점으로 했잖아.

-나도 뭔가 이상하더라~

너무 빨리 끝나는 뭐 그런 느낌이 있었거든요.

맞네, 그랬네. 오늘 제대로 설욕전을 치를 거예요.


화투에 대해서 제대로 모르는 사람 둘이서 신나서 3점 나기를 했으니,

이상하게 판이 금방 끝난다 싶었다.

어쨌든 그렇게 두 번째 대결이 시작되었다.


화투라는 게 뒤패가 맞아야 뭔가 잘 돌아가는 느낌인데

패를 내는 족족 아들이 다 먹어 치운다.

꼭 이기고자 한 건 아닌데 질 때마다 묘하게 기분이 안 좋다.

자꾸 억지를 부리고 나도 모르게 퉁명스럽게 말이 나간다.

빨리 섞으라고, 빨리 돌리라고, 그러면서.


5:2

아들이 다섯 판을 이기고 나는 겨우 두 판을 이겼다.

아들을 ‘고’ 행진을 하며 설욕전을 멋있게 마무리할 듯 보였다.


한 판 더 하고 마무리를 하자고 합의하고 패를 돌렸다.

이번 판은 승리의 기운이 나에게 기울고 있었다.

이미 내가 ‘원고’를 한 상태였는데, 아들이 점수가 나면서 스톱을 할까 말까 고민을 하더니,

내가 먹을 것이 없어 보이니 욕심을 내어 '고'를 외친 거다.

여기서 점수가 안 나면 나는 독박을 쓰고 엄청 돈을 뜯길 태세였다.


별수가 없다. 싫다고 안 낼 수가 없으니 말이다.

신중하게 한 장을 골라내고, 패를 뒤집었다!!!!!


딱! 딱! 딱! 딱!

나에게 필요한 화투가 정확하게 나온 거다.

화투짝이 신났다고 소리를 요란하게 낸다.


고도리에 초단!!!!

순식간에 점수가 치솟았다.

5판을 이기며 쌓아놓은 돈을 제하고도

나에게 얼마의 돈을 줘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더니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나도 모르게 내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단 한 장으로 승패가 났다.

단 한 장으로.


될 듯 될 듯하다가 안 되고

고심하다 낸 패는 맞지 않고

내가 낸 패는 상대에게 유리한 패가 되고

안 풀리려니 그렇게도 안 풀리더니만


그만하자고 하고 화투를 정리하는데

오늘 아들과 친 화투가 꼭 내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내 인생도 오늘 이 마지막 한 장으로 핀 것처럼 그렇게 확 폈으면 좋겠네.’


아들에게서 딴 돈으로 맛있는 커피를 사 먹으며,

나에게도 그런 날이 올 거라고

그때까지 최선을 다해 이 패 저 패 내가며 살아가 보자고

그렇게 하다 보면 나에게도 딱! 하고 맞는 날이 올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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