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슬로우 조깅을 하는 중이다.
슬로우 조깅이란 걷는 정도의 속도로 뛰는 것이다.
'걷는 거야?' '뛰는 거야?'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애매한 조깅일 수 있지만,
그 점이 슬로우 조깅의 매력이지 싶다.
유산소 운동으로 지방을 태울 수 있고,
심폐지구력이 상승하며 허벅지나 종아리에 힘도 기를 수 있다고 했다.
충분히 납득이 되는 이론이었다.
날씨도 좋아지고 살도 불어나고
그래서 공원에서 슬로우 조깅을 해보자 하고 여러 번 하다 만 슬로우 조깅을 시작했다.
세상 제일 어려운 일이 내가 알아서 해야 하는 일인 거 같다.
어쩜 그리 매번 안 하고 싶은 마음이 들까 ㅋㅋㅋ
여하튼 그렇게 3일째 저녁을 먹고 치우고 하기 싫은 유혹을 뿌리치고 나왔는데,
이런 비가 오고 있었다.
오늘은 날이 아닌갑다 하고 돌아서 집으로 가려다 문득,
"비 좀 맞으면 어때, 오늘은 그냥 가보자, 폭우도 아닌데, 모자라도 가지고 내려올까? 아니다, 올라가면 나오기 싫을 수도, 오늘은 그냥 가자."
그렇게 비를 부슬부슬 맞으면 공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공원을 뛰기 시작했다.
몇몇 사람들도 비를 맞으면 뛰고 있었고, 몇몇 사람들은 우산을 쓰고 걷고 있기도 했다.
그렇게 공원을 뛰다 보니 빗줄기가 굵어진다. 제법 내린다.
나는 마치 비가 오지 않는 거처럼 뛰었고,
마무리 운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려 공원을 나서는데 천둥이 친다.
공원 밖으로 나오니 사람들이 뛰기도 하고 우산을 쓰고 가기도 하고,
손이나 가방 같은 것으로 머리를 가리고 빠른 걸음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사이를 나는 그냥 걷는다. 땀인지 물인지 모를 것들로 젖어 있었다.
순간, '쏟아지는 비를 안 맞을 재간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쏟아지고 바람까지 불면 우산을 쓴들 무슨 소용이 있나.
쏟아지는 비를 맞을 수밖에.
공원에서 집으로 오는 5분 정도 되는 시간.
올 때보다 더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내 삶에서 폭우가 쏟아지는 것 같은 시기에
맞지 않겠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었던 건 아닌가 라는 생각에 잠겼다.
'준비하지 못하고 맞이한 비를 피할 재간이 있나?
그저 맞을 수밖에
묵묵히 맞고 내 길을 가는 수밖에'
나는 “Everything is Attitude. 태도가 모든 것이다.” 이 말을 좋아한다.
내리는 비를 내가 어쩔 순 없지만,
그 비를 대하는 태도는 모두가 다르고 그 태도가 그 사람의 삶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쏟아지는 비에 대처하는 방법은 모두 다를 것이다.
정답도 없다. 각자의 경험으로 각자의 방법을 터득할 터이니 말이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가 되려면, 그 경험에서 내가 새롭게 알게 된 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것이 무엇인지 숙고하고 지혜로 만들었을 때만이다.
그렇게 집에 다다랐을 때,
'비는 피하지 못해도 모자는 챙겨 왔으면 좋았겠다, 내 머리카락은 소중하니까!!'라는 생각에 다다랐다.
여러분은 생각지도 않은 폭우가 쏟아지면 어떻게 하시나요?
이 질문을 쓰는데 언젠가 친구가 들려준 말이 떠오른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래”
그때 저 말을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빗속을 걷고 나니 무슨 말인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왜 우산을 쓰지 않았냐고, 왜 그렇게 준비성이 없냐고, 왜 비가 오는데 나갔냐고 하기보다
함께 옆에서 뛰어주거나 걸어준다면 그것이 훨씬 더 위로가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그렇게 누군가의 곁에서 함께 하는 것으로 위로가 되는 존재가 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