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주도적인 삶으로

by 한희정

자기주도학습이란, 학습자가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수립해 주도적으로 학습하는 방법을 말한다.

엄마들은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기를 바란다. 알아서 계획을 짜고 실천을 하기를 바란다.

몇 학년이 되어야지 가능하냐고 묻는 엄마들도 많이 보았다.

엄마들이 보통은 식사를 준비하거나 설거지 등 집안일을 하면서 아이에게 숙제나 문제집 등을 풀게 한다.

하지만 많은 아이는 엄마가 집안일을 마무리할 때까지 해야 할 분량을 못 한다.

꼭 누군가 있어야 집중해서 해결한다.


나도 우리 둘째를 키우면서 했던 경험이다.

그래서 난 내가 다른 일을 할 때, 숙제나 공부를 하라고 하지 않았다. 함께 자리에 앉아서 나는 나대로 책을 보거나 할 일을 하고 아이는 아이의 숙제나 공부를 하게 했다.

그렇게 하면 훨씬 빠른 시간에 해결된다는 것을 알았기에 엄마들이 언제쯤 혼자 하냐는 질문을 할 때면, 함께 하시면서 집중하면 금방 끝날 수 있다는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상담하곤 했었다.


자기 주도적 학습이란 그냥 나이를 먹는다고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학년이 올라간다고 저절로 되는 그런 것이 아니다. 키워나가는 것이다.

처음엔 정해주는 것을 해내는 힘을 키우고, 다음엔 무엇을 할 건지를 정해보고, 그다음은 양을 정해보고, 다음은 일주일 단위로 계획을 세워보고, 한 달 계획을 세워보고 하는 것이다.

스스로 계획한 일에 대한 피드백을 서로 나누고 다시 계획을 짜며 자신의 시간을 운영하는 스킬을 배워가야 한다.

학원을 오래 다니고 학원에서만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다 보면 결국 혼자서 공부해야 하는 자기 주도적 학습이 어려워진다. 집은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는 인식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부하다 어려움이 닥치면 누군가를 찾게 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이런 과정들이 결국은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다.

학생이기에 학교와 가정이라는 틀 안에서 습득할 수 있는 기술인 것이다.


둘째가 예고 입시를 준비하면서 실기 준비와 내신을 같이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있었다.

3학년 1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성적 반영이 높았기에 내신도 게을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실기 준비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니 정말 시간과의 전쟁이었다.

주말에 집에 올 때면 다음 주말에 다시 오기 전까지의 공부 계획표를 세웠다.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우기 위해 난 질문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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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

시험 과목이 몇 과목인지

시험 분량이 어찌 되는지

시험 때까지 몇 번을 볼 건지

엄마가 도와줬으면 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등.


그렇게 스스로 계획표의 칸들을 채우고, 다음 주 주말에 오면 그 계획표를 보며 공부의 양을 줄이거나 늘리거나 하면서 다음 계획을 세웠다. 영어는 내가 주말에 가르치고 일주일 풀이양을 정해주었다.

스스로 정한양이고 목표가 확실하니 둘째도 지키려고 노력했고, 셀프피드백을 통해 자신을 스스로 통제하는 힘이 길러졌다.


학원에 갔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았다. 질문하지 않고 내가 정해주면 속이 편할 거 같은 생각도 했다.

아이가 세우는 계획이 전부 마음에 들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성적만이 목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 속에서 아이도 나도 함께 성장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3학년 1학기 내신에서 목표했던 성적을 얻게 되었다.


아이들을 어느 틀에 끼워 맞춰 키우는 게 아니라, 넓게 울타리를 치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넘어지고 깨지고 배우고 성장해 갈 수 있도록 돕는 부모가 되려고 노력했다. 그 힘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삶을 자기 주도적으로 산다는 것….

나는 과연 얼마나 삶을 자기 주도적으로 살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하게 됐다.


성인이 되면, 이젠 나만의 울타리를 쳐야 한다.

어쩌면 그 울타리를 한계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직 그 울타리를 잘 만들지 못하는 거 같다. 넓히거나 부술 용기가 없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제는 울타리를 얼마든지 크게 만들어도 된다는 것을, 아니 울타리 따위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아는데도 말이다.

아직도 울타리를 크게 만들 돈이 없다고, 넓힐 땅이 없다고 징징대고 싶어 하기도 한다.

그것이 가장 편한 방법이니까.


내 아이들과 공부방에 오는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넓은 울타리가 되어주고 싶은 거처럼, 용기를 내어 나의 울타리 공사도 계속해 나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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