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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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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Jun 20. 2024

불안은 우리를 나아가게 할까?

아침편지

좋은 아침입니다. 여름을 허리춤에 느끼곤 금세 어깨를 넘어서네요. 무거운 어깨를 뒤로, 옆으로 돌리고 움직여 봅니다. 매일 어깨를 펴지 않았다간 짓눌릴 것 같아요. 세상이 얼마나 빠른지, 따라가려야 갈 수 있나요.


이런 불안에 소식통이 생겨났다고 하죠. 저널리즘에 관한 벽돌책을 읽은 적이 있어요. 실은 읽기만 한 게 아니라 논문을 쓰다시피 요약했더랬어요. 나만 모를까, 두려운 마음. 미래를 대비하고 싶은 불안이 지금에 쏟아지는 정보와 소식을 만들어 낸 거라죠.


인간이 머리를 맞대고 수군거리든 말든, 세상은 무심하고 힘차게 변해 가요. 자연은 종작없이 나아가지요. 지식과 정보가 높다랗게 쌓여가는데도 우리 뇌는 2만 년 전과 다르지 않다고 해요. 수많은 정보가 삶의 고통과 문제를 지워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제 오래 알고 지내던 분을 뵈었어요. 한사코 사양해도 식사를 대접한다고 하셔서요. 이모저모 물으셨을 때 대답했을 뿐이에요. 제 덕에 얼마간 돈을 버신 모양입니다. 몇 달 전부터 이따금 전화가 왔어요.


얼굴이 좋아 보이셨어요. 살점이 없는 얼굴이세요. 조금은 냉소적인 표정으로 아픔을 감추는 분이고요. 저라도 다르지 않을 거예요. 혼자가 되신 지 제법 오래되셨어요. 위아래로든, 옆에도 없는 셈이죠. 대한민국엔 수많은 노인이 혼자라는 것 아시나요? 이유는 제가끔이지만 사연을 들어 보면 가슴이 아려요. 시작과 끝엔 언제나 '자식 이야기'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습니다.


버림받고, 버리는 가운데 자식이라고 편안할까요. 마치 바다 건너 벌어지는 전쟁과 같아요. 승자가 된들 무엇을 얻는지 모르겠어서요. 이미 서로 피해를 주고받을 뿐이죠. 허상 같은 승리의 몫은 인간이 쌓아 올리는 지식과 정보처럼 무의미한 지도요.


아이들 다툼이 전쟁 같을 때도 있지요. '옳다, 그르다'에 갇히는 건 어른이나 애나 한결같아요. 유치원 아이 둘이 동전 장난감을 서로 더 많이 통에 넣겠다고 다툴 때였어요. 열한 살 서연이는 그 모습이 귀엽습니다. "얘들아, 그건 싸울 일이 아닌데."


어미가 보기엔 서연이와 윤우가 다툴 때도 그래요. 나름엔 목숨 걸듯 자존심을 내세워서요. 우리라고 다를까요. 마치 뜻을 꺾으면 큰 일이라도 날 것처럼 구는지 몰라요. 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라면 한없이 자기 스스로를 괴롭힙니다. 편을 가르고, 상대를 깎아내리기 여념 없어요. 그런 때면 삶을 향해 적개심이 불타오르지요.


이전에 제가 쓰고는 괜히 좋아하는 글귀인데요.


 '견해보다는 태도입니다.'


우리, 생각에 끌려가지 않도록 허리를 곧게 세워요. 그대의 머리가 아닌, 걸음걸이가 모든 걸 결정할 겁니다. 다정한 목요일 되시길.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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