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도 열망한다. 살아있는 것들 처럼.
앞 선 2회의 기고는 HR Professional들이 집중하는 중요한 양대 주제 중 ‘조직’에 관한 사항을 주제로 작성되었다. ‘사람’과 ‘조직’이라는 두 가지 주제는 HR Professional들이 직무의 중심에 있으나, ‘사람’에 관한 관심과 주목은 상대적으로 풍부한 반면, ‘조직’에 관한 사항은 비교적 언급이 적고 그만큼 관심도 적은 것 같아 아쉬운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향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은 현대 조직 이론을 소개하고자 한다.
조직이 어떻게 행동하고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 에 관한 학습과 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재미있게도 조직과 인간의 구분선이 모호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환경의 변화에 대해 조직도 인간과 유사한 다양한 행동을 취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기업이 ‘열망’을 보유하고 있고, 이 ‘열망’의 수준에 따라 기업의 행동이 달라진다는 연구를 접하고 한 동안 멍했던 기억이 있다. 기업과 조직은 생명체가 아니며, 사유와 감정은 인간의 전유물일 수 있기 때문에, 조직이 ‘열망’을 품을 수 있다는 주장 자체가 무척 생소하게 여겨졌다. 이번 기고에서는 조직이 특정한 상황과 환경에 봉착하였을 때 이에 대한 대응 행동을 취하는 동인(動因)으로서의 조직의 ‘열망’ 수준과 관련한 내용을 함께 알아보고자 한다.
열망(Aspiration)의 뜻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열렬하게 바람’으로 정의되어 있다. 사전적 뜻을 통해 미루어 짐작해 보면, 기업이 간절히 바라는 그 무엇이 될 것 같다. 기업은 무엇을 간절히 원하는 것일까? 당연하게도 개별 기업은 목표가 상이하고, 이 목표를 추구하는 방식 역시 다를 수 있지만 목표가 있고 이를 추구한다는 것만은 공통적이다.
Schneider (1992)는 “열망 수준 (Aspiration level)은 기업(조직)의 의사결정진이 만족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결과물을 의미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Cybert와 March (1992)는 “기업(조직)은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열망 수준을 형성하고, 그 열망 수준을 달성하기 위한 일련의 행동들을 선택한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Simon (1955, 1964, 1997)은 기업의 목표와 열망 수준은 기업의 목표 달성을 위해 기업이 취해야 행동에 관한 방향성을 제시한다고 주장하였다. 쉽게 설명하자면, 기업이 목표를 달성하고자 노력할 때 그 목표 달성을 얼마나 절실히 원하는가? 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열망 수준’은 기업이 스스로 이루어 낸 성과를 비춰보고 해당 성과가 이 열망 수준을 상회하는지, 하회하는지에 따라 이어지는 후속 행동을 결정하는 준거(reference)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학생 때로 돌아가 보자. 학생 A와 학생 B가 있다고 할 때 이 둘의 학업적 목표는 상이할 것이다. 좋은 상급 학교로의 진학일 수도 있고, 반에서 혹은 학교에서 상위권에 드는 것이 목표일 수도 있다. 아울러, 각 자의 목표를 추구함에 있어서 ‘이 정도면 괜찮아……’라고 생각하는 최소한의 수준 (열망 수준)이 있을 것이고, 중간고사 성적을 받았을 때 그 성적이 나의 열망 수준 대비 높은가 혹은 낮은 가를 통해 목표 추구를 위해 필요한 다음의 행동을 결정하게 된다.
두 학생이 동일한 성적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각 자가 가지고 있는 열망 수준과 성적과의 차이에 따라 후속 행동이 달라질 것이다. 학생 A의 가상의 열망 수준을 90점이라고 하고, 학생 B의 가상의 열망 수준을 80점이라고 하고, 중간고사에서 두 학생이 동일하게 85점을 받았다고 하면 학생 A는 스스로의 열망 수준 대비 5점이 모자라고, 학생 B는 열망 수준 대비 5점이 초과한다.
열망 수준을 만족한 학생 B는 만족하고 여유롭게 쉴 수 있는 반면, 학생 A는 성적(성과)이 열망 수준을 하회하기 때문에 실망하고 열망 수준에 부합하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를 하게 될 것이다. 즉, 두 학생은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열망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후속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과 관련된 지표를 연구하다 보면 기업의 실적이 하락함에도 불구하고 R&D 비용이나 투자가 늘어나는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이상하지 않은가? 실적이 하락하는 환경이라면 비용을 아껴야 하는 것이 ‘상식적’인 행동일 것인데 말이다. 더불어, 실적이 하락하는 환경 하에서 제품의 혁신이 단행되거나, M&A 혹은 신사업 진출 등의 위험 감수 행동 (Risk taking behaviors)이 발생하는 사례도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선뜻 쉽게 되지 않는 이와 같은 행동들은 기업의 ‘열망 수준’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Performance feedback 이론에 따르면, 기업이 특정한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열망 수준 이상의 성과는 만족스럽게 여기는 반면, 열망 수준 이하의 성과는 문제적 상황으로 인식하여, 열망 수준에 부합하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행동의 강화를 촉발하게 된다. 반면, 열망 수준 이상의 성과는 기업이 목표 달성을 위해 수행하던 일련의 행동 정도의 감소를 촉발한다. 기업이 문제적 상황을 타개하려는 과정이 바로 문제 해결적 탐색 행동으로 이러한 탐색은 성과가 목표를 하회하는 동안 지속된다 (Greve 2003c; Posen et al., 2018; Shinkle, 2012)
학계의 연구를 통해 밝혀진 열망 수준을 하회할 경우 기업이 취하는 행동은 크게 5가지로 다음과 같다.
투자 (Investment): 장비 및 설비 투자 등을 포함한 다양한 투자 활동
전략적 변화 (Strategic change): 기존에 수행하던 전략을 수정
연구개발 (R&D): 연구개발 비용 확대
위험 감수 (Risk Taking): 새로운 제품을 선도적으로 출시하거나, M&A 및 전략적 제휴 같은 위험을 감수
제품 혁신 (Product Innovation)
앞서 언급한 학생들의 예로 다시 돌아가 보자. 중간고사 성적이 스스로의 열망 수준을 만족시킨 학생 A의 행동은 ‘만족하고 여유롭게 쉰다’ 였던 반면, 열망 수준을 하회한 학생 B는 열망 수준에 부합하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하는 행동을 취하게 되는데, 기존 대비 더 많은 공부를 하는 것은 학습량을 증가시키거나, 좋은 교재를 구입하거나, 인터넷 강의 수강권을 구매하거나, 유명 강사의 수업을 수강하거나 하는 다양한 형태의 행동으로 발현될 것이다.
이상과 같이 기업의 열망 수준의 존재와 열망 수준이 기업의 행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사항을 간략하게 설명하였다. 그렇다면, 기업의 열망 수준은 어떻게 생겨나는가? ‘역사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의 두 가지 큰 분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역사적 요인은 기업 스스로의 과거 성과나 과거의 열망 수준을 의미하며, 사회적 요인은 다른 기업들의 성과를 의미한다.
역사적 열망 수준은, 기업의 지난 성과와 시장 내에서의 지위 등 스스로의 과거 실적이 현재의 열망 수준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역사적 열망 수준은 다른 기업(조직)과의 비교가 아닌 스스로의 과거와 비교해 이를 상회하는가 하회하는가에 따라 후속 행동들이 정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전년 대비, 과거 3개년 대비 성장 등과 같은 조직의 목표들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열망 수준은, 동일 산업 군 내의 다른 조직과 비교를 통해 형성되는 것으로 다른 조직의 성과와 나(조직)를 비교하고, 비교 우위 여부에 따라 후속 행동들이 정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비교의 대상이 누구인가? 와 관련해서 다음의 3가지 정도의 집단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시장 내 Top player (기업)
나(조직)와 유사한 player (기업)
해당 산업 내 기업들의 평균적인 성과
사회적 열망 수준이 기업의 변화의 동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회적 비교 이론 (Social Comparison Theory)에 기반하여 설명될 수 있는데, 사회적 비교 이론은 열망 수준이 유사한 타자(Similar others)의 성과에 의해 형성된다고 제시하고 있다 (Festinger, 1954; Cyert and March, 1963). 개인이 유사한 타인을 준거로 삼아 스스로를 평가하고 개선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의 열망 수준의 경우도 타 조직의 성과와의 비교에 의해 형성되는 것을 의미한다 (Cybert and March,1963).
자꾸 소환되는 예시의 ‘학생들’ 에게 미안하지만 다시 한번 쉬운 예를 들기 위해 아까의 그 ‘학생들’을 소환해보자.
만약, 두 학생들이 자신의 금 번 시험 성적과 자신의 과거 성적을 비교하여 만족하거나 불만족함이 결정된다면 이들은 역사적 열망 수준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만약, 두 학생들이 학급이나 학교 석차 1등인 친구의 성적과 본인의 성적을 비교하거나 (시장 내 Top player), 나와 유사한 석차를 지닌 친구들의 성적과 비교하거나 (유사한 Player), 반 평균 성적 혹은 학교 평균 성적과 비교 (해당 산업 내 기업들의 평균적인 성과) 한다면 이는 사회적 열망 수준의 영향력 하에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학생 때를 돌아보면 과거의 내 석차도, 우리 반 1등의 성적도, 내 친구들의 성적도 내 학습 결과로써의 성적을 받았을 때 만족할 것인가에 관한 복합적인 준거로 작동하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기업의 열망 수준은 과거 자신의 성과와 해당 조직의 의사결정진이 주목하는 사회적 상대의 성과의 두 영향력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결정된다.
통상적으로 기업의 열망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서 기업의 재무성과와 관련한 주요 비율들을 활용한다. ROA, ROE, Profit Margin과 같은 수익성 지표가 많이 활용되며, 성장과 관련한 지표들도 다양하게 활용된다. 우리 회사와 경쟁사를 포함한 동종 산업군 내 기업들의 연 단위 재무성과를 지속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면 우리 회사를 포함한 타사의 열망 수준과 이에 대응한 전략적 행동들을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R&D 비용과 같은 정보들과 같이 보안성 지표들의 경우 실질적으로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제약점이 될 수 있다.
기업이 열망 수준을 보유하고, 이 수준과 성과를 비교하는 것은 기업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고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조직학습이론에서는 조직이 문제에 봉착하여 문제 해결을 위한 대응 행동을 적극적으로 취하는 조직이 그렇지 않은 조직보다 성과가 높고 더 오랫동안 생존함을 주장하고 있다.
HR 전략 역시 거시적인 지표들을 함께 감안하여 사업의 방향성에 부합하게 수립되고 추진되어야 한다. 조직의 성과가 좋지 않을 때, 인적 자본과 관련해 어떠한 투자를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보자. 많은 경우 안타깝게도 조직의 성과가 좋지 않을 때 가장 먼저 삭감되는 것은 구성원 교육 예산이었고 채용 규모의 동결이었다. 과연 이런 방식이 적절한지에 대하여 소속 회사의 열망 수준과 산업군의 열망 수준 및 대응 행동에 관한 분석과 함께 판단해 보면 어떨까 한다.
- Note -
Wanted에서 운영하는 HR Community '인 살롱'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http://hr.wanted.co.kr/insights/조직의-열망aspi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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