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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과 목요일 동네 데이트

주 1회 특별 외출 프로젝트, 그 첫 번째 이야기

by 두유진

“데이트 신청한 두 아이와의 동네 데이트”

– 주 1회 특별 외출 프로젝트, 그 첫 번째 이야기


“얘들아, 6월 한달 동안 신청한 친구들은 우리 동네에서 선생님과 데이트할 거야.”
내 말에 아이들은 소리 없는 탄성을 질렀다.
이 프로젝트는 ‘주 1회 특별 외출’이라는 이름 아래, 미리 신청한 두 명의 학생과 담임 선생님이 함께 하는 동네 데이트다. 매주 목요일, 학교가 아닌 바깥에서 만난다는 이 아이디어는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데이트’라는 단어가 주는 달달함 때문일까, 아이들은 마치 예약 손님처럼 신중하게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첫 번째 주인공은 유쾌하고 생기 넘치는 두 명의 소녀. 우리가 만난 장소는 학교 근처의 조용하고 예쁜 카페였다.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창가 자리에 앉아, 아이패드를 켰다. 오늘의 콘텐츠는 책 소개 영상 촬영.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서로에게 추천하고, 퀴즈도 만들어보고, 짧은 영상으로 담아내는 활동이다.

ChatGPT Image 2025년 6월 18일 오전 08_36_52.png

하지만, 시작부터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선생님, 강아지가 너무 귀여워요! 같이 사진 찍어요!” 왈왈왈왈! (강아지가 아니라 애들이 내는 소리)
“우리 이따가 팥빙수도 먹어요!”
“이거 퀴즈 너무 어려워요. 그냥 선생님이 해주세요~”

나는 콘텐츠 창작 수업을 생각했지만, 아이들은 이미 소소한 바깥놀이의 낭만에 빠져 있었다. 카페에 있던 하얀 강아지는 순식간에 아이들의 스타가 되었고, 아이들의 관심은 영상보다는 셀카, 편집보다는 디저트에 쏠렸다.

그렇다고 해서 실망할 것도 없었다.
아이들이 가장 편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순간은, 어쩌면 이런 예측 불가능한 시간이 아닐까?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마음껏 웃고, 카페에서 마시는 음료 한 모금에 행복해하는 얼굴들. 그 순간을 담고 있는 사진 속 우리 셋은, 특별한 말이 없어도 충분히 통하고 있었다.


카페에서의 시간을 마친 뒤, 우리는 걸어서 동네 서점으로 향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학급문고 책 고르기’.
두 아이에게는 반 친구들과 함께 읽을 책을 직접 고를 수 있는 기회였다. 나는 조금의 진지함을 기대했지만…

“선생님! 슬라임 있어요! 이거 완전 귀여워요~!”
“이 장난감 코너 진짜 예뻐요. 하나만… 안 될까요?”

나는 웃음을 참고 말했다.
“우리는 책 고르러 왔다고 했잖아. 학급문고 말이야, 학급문고~”

하지만 아이들은 아직 ‘아이’였다. 진심으로 장난감 하나에도 마음을 빼앗기고, 슬라임 하나에 영혼이 담기는 시기. 그걸 다시금 실감하며, 나는 현실 감각을 되찾았다. 그리고 잠시 후, 책 한 권을 진지하게 골라오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그래도 결국엔 돌아오긴 하네’ 싶은 묘한 뿌듯함도 들었다.

서점에서 나오는 길, 나는 작은 실수를 했다.
지갑을 두고 나온 것이다.
당황한 나를 본 아이들이 깔깔대며 웃었다. 어른답게 굴고 싶었지만, 현실은 아이들 앞에서 허둥대는 선생님. 이 하루가 완벽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생생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았다.

돌아오는 길, 아이들은 “오늘 진짜 재밌었어요!”라는 말을 연달아 던졌다.


“뭐가 제일 재밌었어?” 묻자, “퀴즈영상컨텐츠만들기!”라는 명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카페에서 강아지와 함께 찍은 사진 속, 아이들의 눈은 정말 반짝이고 있었다.
팥빙수도, 장난감도, 퀴즈도 중요했지만 결국은 그 순간을 함께한 사람이 기억에 남는 것이다.

아마 아이들에게 이 프로젝트는 ‘책 소개 영상 만들기’가 아니라,
선생님과 함께한 특별한 바깥 나들이로 오래 기억될지 모른다.


나는 생각한다.
“그래, 이것이 우리가 바깥으로 나온 이유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삶과 연결되는 감각을 아이들과 함께 느끼기 위해.
실수해도 괜찮고,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괜찮은 하루.


그 하루의 모든 장면이 아이들의 자람 속에 한 겹으로 남기를 바란다.

다음 주에는 또 다른 두 아이와의 데이트가 기다리고 있다.
누구와 어떤 하루를 마주하게 될까.
벌써부터 마음이 분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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