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나도 크리에이터!
여름의 한가운데, 우리는 조금 특별한 수업을 기획해 보았다.
이름하여 ‘나도 나도 크리에이터’ 프로젝트. 평소에는 교실에서 책을 읽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던 아이들이었지만, 이 날 만큼은 학교 근처의 조용한 카페 한편에서 팥빙수와 수박주스를 마시며 마이크를 들고 진짜 콘텐츠 제작자처럼 책을 소개하고, 친구에게 인터뷰를 진행하며, 영상 촬영과 편집까지 직접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와 함께여서일까, 평소보다 더 밝은 표정과 적극적인 태도로 수업에 몰입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단지 장소를 교실에서 카페로 바꾸었을 뿐인데, 아이들이 다르게 보였다. 의젓해 보이기도 하고, 새로운 환경에 설레며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모습에서 무언가 소중한 것을 맡은 듯한 책임감도 느껴졌다. 늘 보는 친구이지만, 이 프로젝트를 통해 처음 알게 된 면들도 많았다. 누구는 의외로 발표를 잘하고, 누구는 예쁜 말로 친구를 인터뷰하며 따뜻한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평소 말이 없던 아이가 마이크를 들자 오히려 능숙하게 질문을 이어가기도 했고, 글을 쓰는 걸 힘들어했던 아이가 열심히 스크립트를 정리해 와서 스스로도 놀라고 있었다. 아이들은 확실히 egile 하다. 바로바로 이해하고 민첩하게 상황파악을 한다. 그 자연스러움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이 모든 변화가 익숙한 교실이 아닌 새로운 공간, 그리고 조금은 비일상적인 활동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도 감동스러웠다.
아이들에게 ‘재미’는 곧 ‘몰입’이고, ‘새로움’은 곧 ‘성장’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책을 추천하고, 퀴즈를 내고, 친구에 대해 궁금한 점을 직접 묻고 듣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단순히 책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법, 말을 조리 있게 전하는 법, 친구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존중하는 태도까지 배우고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팥빙수를 나눠 먹으며 서로의 추천 책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던 순간이다. “이 책 진짜 웃겨요! 밤에 읽다가 엄마한테 혼났어요!”라며 순수한 웃음을 터뜨리던 아이, “이 책 읽고 친구랑 더 친해졌어요”라고 말하던 아이. 그 한마디 한마디에 진심이 담겨 있었고, 그 진심은 듣는 이의 마음도 따뜻하게 만들었다.
편집을 마친 영상을 함께 감상하는 시간은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였다. 자기 얼굴이 화면에 나올 때마다 웃음이 터지고, 친구가 예쁘게 나온 장면에서는 “와 너 진짜 잘했다!”며 아낌없는 칭찬이 쏟아졌다. 그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친구를 보는 눈빛이 부드러워지는 걸 느꼈다. 어쩌면 이 프로젝트의 진짜 목적은 책을 소개하는 것도, 영상을 만드는 것도 아닌, 서로의 마음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카페의 한 구석에서, 팥빙수 한 그릇과 수박주스 한 잔이 아이들의 말문을 트이게 했고, 그 속에서 자란 것은 단지 콘텐츠 제작 능력이 아니라 자신감과 공감력, 그리고 관계의 온도였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공간, 조금 특별한 음식, 조금 낯선 도전. 하지만 그 안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있었다.
교사로서 나는 그저 공간을 마련하고 기회를 열어준 것뿐인데, 아이들은 그 공간을 빛나는 배움의 장으로 채워 넣었다.
언제나 그랬듯, 아이들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크고 멋진 존재들이었다. 여름의 더위도 잊게 만든 그 하루, 나는 오늘도 교사이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