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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언제 노는 걸까?

교실 안에서라도,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기를

by 두유진


요즘 아이들은 언제 노는 걸까?

정규수업, 방과후학교, 영어, 수학, 코딩, 미술…

하교 후에도 이어지는 학원 스케줄을 보면, 어느 순간부터 ‘놀이’는 특별한 시간이 되어버렸다. 한가하고 여유로워야만 가능한 어떤 일. 그래서일까.

나는 오히려 교실 안에서,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자연스럽게 놀 수 있도록 ‘작은 기획자’가 되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놀이시간은 학교 안에서 더 귀해졌다


1, 2학년 아이들에게는 ‘놀이체육’이라는 이름의 수업이 꽤 잘 정착되어 있다.

구르고, 던지고, 뛰고, 함께 웃고… 그 시간만큼은 ‘공부’라는 단어가 쉬어가는 시간이다.

3, 4학년이 되어도 다행히 체육수업이 뉴스포츠 위주의 놀이활동으로 채워지면서,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

5,6학년도 체육시간만큼은 아주 귀중한 시간으로 체육있는날은 아파도 결석하지 않는 아이들도 많다. 그리고 체육시간을 알차게 놀 수 있는 수업컨텐츠를 제공하는 선생님들이 인기가 많을 수 밖에 없다.

쉬는 시간에는 보드게임이 인기를 끈다.

종이 뒷면에 직접 그린 게임판, 딱지로 만든 코인, 주사위 하나만 있어도 교실 구석은 금세 ‘작은 세계’로 변한다. 선생님들은 학기 초부터 아이들이 좋아하는 보드게임을 검색하는 것이 학기초 업무 중 하나로 생각될 정도이다. 오래 오래 사랑받는 보드게임은 사실 쉽지 않지만, 우노게임이나 뱅뱅 같은 카드놀이를 좋아하는 편이고 축구게임이나 볼링도 꽤 좋아한다. 그때 그때 유행했다가 시들어지고 늘 반복이다.

점심시간엔 땀범벅이 된 얼굴로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교실 안에서는 서로의 어깨를 툭 치며 장난치는 웃음소리가 퍼진다.

그 모습만으로도 교실은 반짝반짝 빛난다.


하지만 그 찰나의 빛나는 순간이, 학교 밖에서는 더 이상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마음 한켠을 무겁게 만든다.


예전엔 학교 밖에서 아이들이 자랐다면, 지금은 교실이 더 중요한 ‘놀이터’다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초등학생들은 학교가 끝나면 골목골목, 운동장 곳곳에서 친구들과 모여 놀았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놀이를 만들고, 규칙을 정하고, 티격태격 싸우고 다시 화해하며 관계를 배워갔다.

그게 아이들이 자라는 자연스러운 방식이었다.

우리반 아이들이 옛날 국민학교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사진으로 검색하면서 지금과 너무 다른 모습에 낯설어하면서도 흥미로운 모습을 찾아 그림도 그려보고 이야기도 나누었다.

구슬치기, 공기놀이, 딱지치기 등 옛날 놀이들을 직접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옛날 그시절과 지금은 다르다.

방과 후에는 각자의 일정이 있고, 친구와 약속을 잡는 일조차 계획표 안에 넣어야 한다.

어쩌면 아이들이 서로 놀면서 관계 맺는 시간은, 학교 안에서만 가능한 일이 되어가고 있다. 선생님이랑 나가서 아이스크림 먹으며 책 고르는 목요 이벤트도 시간이 허락되지 않아 울상이 되버리는 아이들.


그래서 교실에서의 놀이는 그 자체로 교육이고, 아이들의 성장 그 자체가 된다.

나는 요즘 교실을 ‘작은 놀이터’처럼 설계한다.


모든 수업은 놀이가 될 수 있다


음악시간,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율동’을 만들어 발표해본다.

노래를 부르며 가위바위보로 꼬리잡기 게임을 하고, 좁은 교실 안을 쿵쿵 뛰어다니며 신나게 돌아다닌다.

그 와중에도 약속을 지켜야 하고, 친구의 실수에 웃음보를 터뜨리지 않는 연습을 하며, 아이들은 또 자란다.

쉬는 시간 틈만나면 몇 분이라도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삼삼오오 모여 카드게임을 만든다.

수학시간에는 ‘빙고판’을 만들고, 국어시간에는 역할놀이를 하고, 미술시간에는 나만의 보드게임을 그린다.


놀이와 학습은 결코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다.

놀이 속에는 관계가 있고, 감정이 있고, 규칙이 있고, 표현이 있고, 의지가 있다.

그 모든 것이 바로 교육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아이들의 본성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때

아이들은 움직이고, 뛰고, 만지고, 부딪히며 배운다.

그 자연스러움을 억지로 억누르지 않을 때, 아이들은 더 몰입하고 더 행복해한다.

가만히 앉아 글자를 베껴 쓰는 것보다, 다 함께 움직이며 배운 노래 하나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지금, 우리가 그 자연스러움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하고 싶은 마음’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놀이는 결코 비효율적인 일이 아니다


놀이 속에서 아이들은 진심을 낸다.

실수해도 괜찮다고 느끼고, 규칙을 어기면 불편해지는 걸 몸으로 배운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인내를 익히고, 지는 것에 익숙해지기도 한다.

이건 책 속에서 절대 배울 수 없는 감각들이다.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타인을 이해하고, 나를 조절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익힌다.


교실 안에서라도,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기를


요즘 아이들은 너무 바쁘다.

하지만 그 바쁨 속에서 진짜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공부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아이들은 ‘살아있는 존재’로서의 경험을 충분히 해야 한다.

마음껏 뛰어놀고, 실패해보고, 속상해도 친구와 다시 웃을 수 있는 시간.

그 시간이 쌓여야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동기도, 인간에 대한 신뢰도, 나에 대한 자신감도 자란다.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도록.

적어도 교실 안에서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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