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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교실에선 왜 그렇게 조용했을까?

과거로 떠난 크롬북 타임머신 수업

by 두유진


“그 시절 교실에선 왜 그렇게 조용했을까?” – 과거로 떠난 크롬북 타임머신 수업

사진출처: https://m.blog.naver.com/cokehan/222734855143


“와… 이게 진짜 학교였어요?”


교실 화면에 비친 한 장의 사진. 작은 운동장에 발 디딜 틈 없이 꽉 들어찬 학생들, 모두 똑같은 교복에 단정한 머리, 그리고 일렬로 쭉 늘어선 줄의 각이 칼 같다.

아이들이 일제히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근데 왜 이렇게 다들 조용히 책을 읽어요?”

“떠들면… 맞았지.”

내가 말끝을 흐리자, 아이들 사이에서 갑자기 터져 나오는 웅성임.

“헐! 아동학대요!”

“이건 너무했어요! 진짜요?”

“그럼 이때는 선생님이 무서운 존재였어요?”

크롬북으로 열어본 ‘옛날 국민학교’ 사진 한 장에 아이들의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조용히 책 읽는 사진 하나로 아동학대 논쟁까지 이어지는, 이 뜻밖의 ‘역사 토론’은 시작에 불과했다.

아이들의 눈엔 전부가 새롭고 신기했다.

양은도시락은 마치 옛날 영화 소품 같다고 하고, 도시락 위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풍경은 ‘만화 같대요!’ 한다.

은색 도시락 뚜껑을 살짝 열어보며 김치냄새가 퍼지는 느낌까지 상상하던 아이는,

“이걸 데워주는 기계가 있었어요? 학교에요?”

“응, 난로 위에 도시락 얹었어.”

“헐… 그럼 도시락이 타요?”

“타지 않게 조심해야 했지. 김치국물 샐까봐 신문지로 돌돌 싸서 다녔고.”

“완전 추억템이네요, 선생님.”


아이들의 ‘신박한 문화체험’

내게도 생소하니 애들은 영화 속 장면들.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 단연, 학교 앞 ‘문방구’.

가방을 메고도 뛰어 들어가는 아이들, 딱지와 구슬이 오가는 손길, 그 앞에서 진지하게 쪼그려 앉아 고민하는 모습.

한 아이가 소리쳤다.

“선생님! 문방구 안에 카드도 있고 젤리도 있어요! 근데… 저건 뭐예요?”

화면을 확대해 보니, ‘동그라미 딱지’.

“이거 카드놀이예요?”

“아니, 이건 바닥에 던져서 뒤집는 놀이야. 딱지치기.”

“와… 이건 거의 스포츠네요.”


요즘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복잡한 룰의 보드게임보다 ‘딱’ 하고 던지는 단순한 딱지놀이가 더 재미있어 보였는지, 실제로 휴식시간에 A4용지로 딱지를 접고 바닥에 펼쳐지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구슬치기는요? 이건… 진짜로 놀았던 거예요?”

“응. 점심시간에 운동장 한 켠에서. 영희가 이기고, 철수가 졌지.”

“근데 왜 맨날 영희랑 철수예요? 이름 되게 많을 텐데.”

그 질문엔 나도 웃음이 났다. 교과서만 펼치면 등장하는 ‘영희와 철수’, 어느새 아이들 사이에선 일종의 밈이 돼 있었다.

“영희 또 나왔다!”

“철수는 무조건 운동 잘할 듯.”

“영희랑 철수는 아직도 사귀는 중일까?”


아이들은 이제 교과서 표지까지 재미삼아 비교하고 찾아보며 놀았다.

“이건 완전 그림책 느낌이고, 여긴 무서워요.”

“요건 귀엽다~”

“그림체가 진짜 옛날 느낌이에요. 색도 흐리다.”


우리는 그날, 국민학교의 하루를 따라가며 수업을 넘겼다.

나무책상과 의자, 책상 안에 손을 넣어 찾는 필통, 책을 칼각으로 세워 읽는 모습, 선생님이 들어오시면 모두 기립! 하고 인사하던 순간까지.

그리고 점심시간의 난로 앞. 양은도시락에서 밥을 퍼내던 은숟가락 소리와, 체육시간이면 교실에서 들려오던 ‘쿵쿵’ 발소리.

아이들은 이 모든 장면을 마치 짧은 여행이라도 다녀온 것처럼 들떠 있었다.


그리고 ‘말뚝박기’였다.

“우와! 말뚝박기 진짜 재밌어 보여요!”

“근데… 이거, 괴롭히는 거 아니에요?”

한 아이의 질문에 다른 아이들이 다시 웅성인다.

“이건 좀 위험할 듯.”

“진짜 이렇게 놀았어요?”

“넘어지면 머리 다칠 텐데…”


순식간에 웃음과 걱정이 뒤섞인 반응이 터져 나왔다.

그땐 몸으로 부딪치고 땀흘리는 게 놀이였지만, 지금의 아이들에겐 놀이라는 단어에 ‘안전’과 ‘존중’이 기본값으로 깔려 있었다.


그래서 더 의미 있었다.

과거의 장면을 단순히 ‘옛날’이라기보다, 그 안에서 시대와 가치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질문하고, 서로 다름을 받아들이는 태도.

“옛날엔 그랬지만, 지금은 이렇게 바뀌었어요.”

말 한 마디로 시대를 나누기보다, 아이들과 함께 그 다리를 건너보는 수업이었다.


“선생님, 다음엔 또 어떤 옛날 보여주실 거예요?”

“진짜 국민학교 체험학습 하면 안 돼요?”

“도시락 데워 먹는 날 만들어요!”


아이들은 그날, 크롬북이라는 창을 통해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의 학교로 잠시 다녀왔다.

그리고 그 여행 속에서 과거의 물건과 문화뿐 아니라, 말투와 감정, 규칙과 관계까지 질문하며 스스로 생각하고 웃고, 때로 놀라고 토론했다.


시간은 흘러도

놀이라는 감각과 질문하는 마음, 그리고 사람에 대한 호기심은

세대를 넘어서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 작은 수업 안에서 다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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