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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유진 Dec 20. 2024

회색빛 꿈

하루의 이야기

 하루는 짧은 갈색 머리를 가지고 있으며, 항상 약간 헝클어진 모습입니다. 큰 눈은 맑지만, 그 안에는 어딘가 슬픔과 혼란스러움이 섞여 있습니다. 그는 종종 평범한 회색빛 티셔츠와 낡은 청바지를 입고 다니며, 옷의 색은 그의 마음 상태를 보여줍니다. 오늘도 하루는 그림을 그리다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의 표정은 무언가 할 말을 잃은 듯 고요하지만, 내면은 혼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하루는 요즘 반복되는 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꿈속의 세상은 온통 회색빛입니다. 그곳에서 그는 무엇을 만져도 색깔이 사라지고, 주변은 점점 더 어두워집니다. 꿈에서 깨어난 후에도 가슴 한쪽이 텅 빈 듯 답답한 기분이 계속됩니다. 하루는 이 감정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어 더 혼란스러워합니다. 학교에서도 그는 조용히 앉아있을 뿐 친구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합니다. 선생님이 칭찬을 해줘도, 친구가 다가와 말을 걸어도 그의 마음은 어디론가 멀리 떠나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어느 날, 학교가 끝나고 천천히 집으로 걸어가던 하루는 작은 골목길에서 낡은 미술관을 발견합니다. ‘마음의 화실’이라는 이름이 적힌 간판은 오래되고 빛이 바랬지만, 하루는 이상하게 그곳에 이끌립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다양한 색깔이 가득한 그림들이 벽을 채우고 있습니다. 그림 속 색들은 서로 다르지만 신비롭게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한편, 화실의 구석에는 자신과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붓을 들고 서 있습니다.


 그 여자아이는 자신을 미오라고 소개하며, 미술관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자신에게 큰 위안이 된다고 말합니다. 미오는 하루가 회색빛 꿈을 꾼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꿈이 아마도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는 내면의 목소리일 것이라고 말해줍니다. 그녀는 하루에게 작은 캔버스를 건네며 자신의 감정을 색으로 표현해 보라고 권유합니다. 처음엔 멍하니 캔버스를 바라보던 하루는 붓을 들고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하루가 그려낸 첫 번째 색은 흐릿한 회색빛이었습니다. 그는 붓을 들고도 망설였지만, 어느 순간 꿈속에서 느꼈던 답답함과 외로움이 자연스럽게 캔버스 위로 스며들었습니다. 미오는 하루가 그린 그림을 보며 따뜻하게 말했습니다.
“하루, 이 색도 너의 마음이야. 괜찮아. 이제부터 하나씩 다른 색도 찾아보자.”

 색깔이 캔버스에 쌓일수록 하루의 마음도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합니다.


그날 밤, 하루는 꿈속에서 또다시 회색빛 세상에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무언가 달랐습니다. 멀리서 작고 희미한 색깔의 불빛이 깜빡이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자연스럽게 그 불빛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뭘까?”
꿈에서 깨어난 하루는 자신도 모르게 기대감에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는 다음 날, 학교가 끝나자마자 마음의 화실로 달려갔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미오와 함께 새로운 색깔을 찾는 여정을 시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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