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의 나, 그리고 이번 생의 나”

“그래도 꽤 괜찮은 삶이었다고.”

by 두유진

“1930년의 나, 그리고 이번 생의 나”


가끔 상상해본다.

만약 내가 1930년에 태어났다면, 그 어두운 역사 속에서 나는 어떤 얼굴로 살아갔을까.

전쟁과 가난, 상실과 고난, 끝없는 무력감 속에서 나는 나를 어떻게 지켜냈을까.

그 생각을 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천천히 내쉰다.

그리고 다시, 지금의 나를 돌아본다.


나는 이 시대에 태어났다.

전쟁은 끝났고, 하늘은 비교적 푸르며, 나는 사랑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살아간다는 건 결국, 내가 놓인 자리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뿌리를 내리는 일.

나는 대단한 업적을 남기지도 않았고, 세상을 뒤흔드는 아웃풋을 내놓지도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자리에서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건 어쩌면 텃밭을 가꾸는 일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흙을 고르고, 씨를 뿌리고, 잡초를 뽑고, 물을 주고, 햇빛 아래서 하루를 견디는 일.

그렇게 하루하루를 쌓아가다 보면, 언젠가 작은 꽃 한 송이가 피겠지.

그게 나만의 삶이고, 나만의 의미다.


나는 이번 생을 쉬어가는 생이라고 생각한다.

숨을 고르고, 가볍게 웃으며, 사랑을 배워가는 시간.

하지만 이 생이 끝나면, 나는 또 다른 곳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겠지.

시간의 흐름 어딘가에서, 또 다른 이름을 가진 내가, 또 다른 삶을 살아갈 것이다.


만약 다음 생에 내가 다시 1930년으로 떨어진다면?

그곳에서도 나는 사랑을 하고, 길을 걸으며 바람을 맞고, 별을 바라볼까.

혹은 눈앞에서 모든 것을 잃고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할까.

알 수 없다.

인생은 결국, 개인마다 다르고, 상황마다 다르고, 운마다 다르니까.

캐바캐니까.


다만 지금은, 이 생을 다하고 있는 나를 사랑하려고 한다.

가진 것에 만족하고, 잃은 것은 붙잡지 않으며, 이곳에서만 피울 수 있는 꽃을 피우고 싶다.

그러면 언젠가, 다음 생의 내가 내게 속삭이겠지.


“그래도 꽤 괜찮은 삶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