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심리검사 보고서를 통해 나를 읽었다

숫자와 문장 사이에서 드러난 나

by 김마음


진료실에서 "모르겠어요"라고 답하는 질문들이 점점 많아지자, 선생님께서 종합심리검사(풀 배터리)를 권하셨다. 말로 표현할 수 없으면서도 나의 행동에 계속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내 마음의 일부분, 즉 무의식을 좀 더 알아보자고 하셨다. 검사 예약을 한참 전에 해두었는데, 검사일이 하필 첫 번째 자살 시도 직후였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이미 잡힌 일정을 변경할 수 없어 그대로 검사를 받았다.


임상심리상담사님과 약 2시간 30분에 걸쳐 검사 및 인터뷰를 진행했고, 일주일 정도 후에 결과 보고서를 받아볼 수 있었다. 보고서에는 다양한 검사에 대한 결과 요약이 담겨 있었다.



[ 심리평가 보고서 Psychological Assessment Report (성인 종합심리평가 결과 보고서) ]


성인 종합심리평가: BGT, K-WAIS-IV, RORSCHACH, TAT, HTP, KFD, MMPI-II, SCT, 그림 좌절검사, FNE, LSAS, 한국판 아이쟁크 성격검사, 이화방어기제검사, 자서전적 기억 평가 면접


Ⅰ. 배경 정보 및 의뢰사유

오래전부터 회사 관련 스트레스를 받으며 우울감 경험해 왔으나 일상생활은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지내왔다고 한다. 2023년 초, 노래할 때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증상 있어 내원한 병원에서 후두 문제 진단받았다고 하며, 이 무렵부터 우울감, 무망감과 더불어 간혈적으로 숨쉬기가 어려운 느낌, 심계항진 등의 신체 증상 경험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2023년 11월부터는 상기 증상이 나타나는 빈도가 잦아졌고, 이에 2024년 초에 본원 내원하여 약물치료 시작하였다고 한다. 2024년 5월부터 휴직하여 현재 업무 관련 스트레스 줄어든 상태이나, 우울감, 자살사고, 자살충동은 지속된다고 하며, 약 3일 전, 약물 과량 복용하는 자살시도 했다고 한다. 현재 전반적인 심리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종합적인 심리 평가가 의뢰되었다.


주로 병원에서 진료 초기에 이야기했던 내용들인데, 상담사님께서 현재 상태와 배경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을 많이 하셔서 다시 한번 짚어보게 되었다.


Ⅱ. 검사 태도 및 행동관찰

깔끔한 차림의 여성으로 혼자 내원하였다. 전반적인 위생 상태는 양호한 편이었고, 검사자와 눈 맞춤도 적절하게 이루어졌다. 과제 시에는 대체로 미소 지으며 검사에 임하였는데, 면담 시에는 표정이 굳어지는 모습이었다. 발화 속도는 느린 편이었고, 목소리 크기도 그리 크지 않아 다소 무기력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검사 초반에는 긴장하여 경미하게 손이 떨리는 듯한 모습, 면담 시는 손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HTP 검사에서 전반적인 필압이 약한 편이었고, 연필 여러 차례 덧대어 그려내었으며, 사람 그림에서는 이목구비를 생략한 채 묘사하였다. 검사 전반에 걸쳐 주의집중 및 지시 이해에 어려움은 없었다.


이 부분에서 나는 나의 옷차림, 표정, 몸짓까지 모두 관찰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꽤나 놀랐다. '발화 속도는 느린 편이었고, 목소리 크기도 그리 크지 않아 다소 무기력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이건 워낙 시기적으로 좋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고, 'HTP 검사에서 전반적인 필압이 약한 편이었고' 이 부분에서 필압도 아마 기운이 없어서 그랬을 것이다. '연필 여러 차례 덧대어 그려내었으며' 여기에선 늘 확신없이 주저하는 나의 성향이 살짝 엿보였던 것 같다.



Ⅲ. 심리평가 결과

1. 인지기능 및 사고 특성


■ 일반지능

K-WAS-IV로 평가한 결과, 전제 지능이 우수 수준에 속하며(FSIQ=120, 91%ile) 이는 규준 집단의 100명 중 9번째 순위에 해당하는 수행으로 신뢰구간 95%에서 오차를 감안할 때 114-125에 속한다. 전반적으로 평균 혹은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의 인지능력을 갖추고 있어 일상에서의 인지기능 발휘가 매우 원활하겠다.

언어로 고차원적 개념을 추론하는 능력과 기본적인 언어적 표현 능력은 모두 적절하게 갖추고 있어 깊이 있는 사고가 잘 이루어지겠고, 자기 생각과 느낌을 잘 표현할 수 있겠다(공통성 63%ile. 어휘 63%ile). 일상에서 학습과 경험을 통해 습득한 지식수준이 양호하고, 사회적 관습과 규범에 대한 이해력도 적절한 편이다(상식 75%ile, 이해 63%ile).

비언어적 정보처리의 경우 '우수' 수준에 해당한다. 시공간 자극을 분석하고 직접 자극을 조작하여 재구성하는 능력이 매우 우수하고(토막짜기 98%ile), 머릿속으로만 떠올려 재구성하는 능력도 양호하게 갖추고 있다(퍼즐 84%ile). 일련의 시각적 자극 간의 규칙성을 추론하는 능력도 양호하게 나타난다(행렬추론 75%ile). 기본적인 시지각적 추론 능력을 우수하게 갖추고 있어 일상의 문제 상황에서 해결 전략을 찾아내는 것이 가능하겠다. 일상적 자극의 핵심과 비핵심을 변별하고 찾아내는 능력도 평이한 수준으로 나타난바(빠진곳찾기 63%ile), 사회적 상황에서 미묘한 뉘앙스나 분위기를 민감하게 파악할 수 있겠다.

청각적 자극을 단기적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이 매우 우수하고, 지속적 주의를 기울여 수의 배열을 조작하는 능력도 '평균~매우 우수' 수준으로 나타난다(숫자 91%ile [DSF 환산점수=17점, DSB 환산점수=16점, DSS 환산점수=10점]). 작업기억력을 발휘하여 사칙연산을 해결하는 과제의 수행도 우수하게 나타나는바(산수 95%ile) 일상에서 주의 자원을 통제하고 발휘하는 데 어려움이 없겠다.

제시되는 여러 시각적 자극 속에서 빠르게 목표 자극을 변별하는 능력과 단순한 자극을 반복 모사하는 능력을 모두 잘 갖추고 있다(동형찾기 50%ile, 기호쓰기 75%ile). 일상에서 단순한 과제를 기민하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를 펼치자마자 '120'이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전체 지능 지수 120은 상위 9% 정도의 수준이었다. 평균 이상이라는 생각에 잠시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언어이해와 처리속도 점수가 높지 못한 걸 보니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평소보다 많이 지친 상태였고, 자살 시도 이후 회복되지 않은 몸과 마음으로 임한 검사였기에 아마도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솔직히 이 숫자들에 집착하는 게 무슨 큰 의미가 있겠냐마는, 그럼에도 '컨디션이 좋았을 때 했더라면 조금 더 점수가 좋게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자꾸 밀려왔다. 다행히 지각추론(토막짜기, 행렬추론, 퍼즐, 빠진곳찾기)과 작업기억(숫자, 산수)은 상위 5% 정도의 점수로 비교적 잘 나온 편이었다.


■ 사고 특성

모호하고 불확실한 자극이 제시되었을 때 떠올리는 연상의 수는 비교적 적절한 편으로 내적 사고의 생산성은 잘 유지되고 있는 상태 보인다(response=14). 다만, 자극의 특성에 따라 반응 양상에 차이를 보이는데, 비교적 형태가 명확한 자극에 대해서는 여러 연상을 떠올리는 모습이나, 자극 구성이 복잡해져 인지적 부담이 커지면 적절한 반응을 떠올리지 못하거나 (Rorschach Ⅷ: 모르겠어요), 구체적 형태 변별 어려움이 커지고 색채에 압도되는 모습이다 (Rorschach Ⅸ: 불꽃). 이는 우수한 인지적 자원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서적/인지적 부담감을 다룰 만한 심리적 자원이 충분하지 않은 면을 반영한다(coping deficit index=positive). 특히 첫 반응부터 부정적인 속성을 부여하는 모습이며(Rorschach Ⅰ: 악마), 음영 특징에 반응성이 크고 부정적 자기상과 관련한 지표들이 나타나는데(FD=2), 이는 내면에 심리적 고통감이 상당하여 일상에서 우울과 관련한 부정적인 인지 편향을 보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사고 특성 파트는 로르샤흐 검사 결과를 중심으로 설명되어 있었다. '우수한 인지적 자원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서적/인지적 부담감을 다룰 만한 심리적 자원이 충분하지 않은 면을 반영한다'라는 부분이 검사 시점 나의 상태를 대변해 주는 것 같았다. 불명확한 그림을 보고 의미를 떠올리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고 부담스러웠다.



2. 정서 및 성격 특성

자기보고식 검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우울감과 불안감이 매우 높은 수준으로 보고되고 있다(MMPI: D=93T, Pt=91T). 또한,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불안-각성 반응을 포함하는 여러 신체 증상이 보고되고 있다(MMPI: Hy=78T, Hs=80T, EDMT: somatization=8). 이전부터 회사와 관련한 스트레스가 보고되며, 작년부터 발성 기관 이상으로 인해 자아를 지탱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던 음악 활동 참여가 제한되는 등(MMPI: work interference=74T, somatic complaints=86T, health concerns=76T), 여러 스트레스가 겹치면서 점차 자아가 취약해져 온 듯하다.


이 부분에는 주로 MMPI와 SCT, EPS, EDMT 검사 결과에 대한 해석이 실려있었다. MMPI 검사에서 D는 우울에 대한 척도이고, Pt는 불안에 대한 척도인데, MMPI: D=93T, Pt=91T로 생각보다 훨씬 더 높은 수치가 나와서 결과를 보고 놀랐다. MMPI 검사는 임상심리상담사님과의 인터뷰 전 미리 진행했기 때문에 시기로는 6월 중순쯤이었는데, '아 그때 내가 이 정도였구나, 그래서 그런 시도를 하게 됐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현재는 경험하는 어려움을 타개할만한 뾰족한 수가 없다고 지각하면서 좌절감과 무망감을 핵심 감정으로 경험하고 있는데(SCT: 무슨 일을 해서라도 잊고 싶은 것은-노래하면서 즐거웠던 기억들이다, 내가 믿고 있는 내 능력은-없다 잃어버린 같다), 의욕이 없고 무기력한 자신의 모습에 대한 자책까지 더해져 정서적 고통감이 악화되는 면도 엿보인다(SCT: 나의 가장 큰 결점은-하기 싫은 것을 참고 해내지 못하는 것이다. MMPI: demoralization=75T, self depreciation=74T). 긍정적인 정서에 대한 반응성이 감소한 상태라 정서적인 환기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으로 여겨지고(MMPI: low positive emotions=89T), 주변으로부터도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끼면서 소외감과 혼란감을 느끼고 있다(MMPI: Sc=78T).


나에게 인상적이었던 건 '의욕이 없고 무기력한 자신의 모습에 대한 자책까지 더해져 정서적 고통감이 악화되는 면도 엿보인다.' 이 부분이었다. 나의 자책 때문에 내가 더 힘들어지고 있구나를 느끼게 됐다.


자기와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지각이 두드러져 현실적인 판단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자살사고가 보고되는바(SCT: 나의 장래는-어둡다, 내가 보는 나의 앞날은-안개 낀 것처럼 뿌옇고 답답하다, 내가 정말 행복할 수 있으려면-사라져야 한다, 내가 저지른 가장 큰 잘못은-모두에게 상처 줄 일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나는-죽을 것이다, MMPI: suicidal idea=83T). 주변의 적극적인 보호와 지지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문장완성검사(SCT)에서 특히 부정적인 답변을 많이 했던 걸로 기억난다. 'ooo 하면 _____.'와 같은 형태의 질문들이었는데, '언젠가 나는-죽을 것이다, 나의 장래는-어둡다, 내가 정말 행복할 수 있으려면-사라져야 한다, 내가 믿고 있는 내 능력은-없다, 내가 늙으면-세상에 없고 싶다'와 같은 답변들을 썼었다. 검사지 제일 상단 안내에 '각 문장을 읽으면서 맨 먼저 떠오르는 생각을 뒷부분에 기록하여 문장이 완성되도록 해주십시오.'라고 안내되어 있었는데, 당시 나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들은 그저 부정적인 것들 뿐이었다.


정서적으로 섬세하며 다른 사람의 정서에 공감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있어, 이를 바탕으로 주변에 원만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겠다(EPS: empathy=65T). 다만, 이와 더불어 관계 내에서 수동적이고 순응적인 특성이 있어, 때로는 자신의 솔직한 마음이나 정서를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숨기거나 참는 경향성을 보일 수 있겠다(MMPI: Mf=30T). 대체로는 타인을 위하고 갈등을 피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다 보니 큰 어려움은 없을 듯하다. 다만 억울하거나 좌절스러운 일을 경험하여 자신을 보호해야 할 때조차 적절한 정서 인식 및 표현이 어려워 정서적 불편감에 사로잡히기가 쉽겠다. 이처럼 정서적으로 압도될 때면 주변 시야가 좁아지고 가지고 있는 심리적/인지적 자원의 활용이 저해되어 적절한 대처가 어려워지는 모습이다.


'다만 억울하거나 좌절스러운 일을 경험하여 자신을 보호해야 할 때조차 적절한 정서 인식 및 표현이 어려워 정서적 불편감에 사로잡히기가 쉽겠다. 이처럼 정서적으로 압도될 때면 주변 시야가 좁아지고 가지고 있는 심리적/인지적 자원의 활용이 저해되어 적절한 대처가 어려워지는 모습이다.' 나를 잘 표현하는 문장들이라고 생각했다. 참는 경향이 강하고, 참다 보니 마음이 불편해지고, 마음이 불편해지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하게 되는 평소의 내 모습들이 떠올랐다.


본래 성향상, 매사에 신중하고 조심스러워 발생 가능한 문제를 미리 가늠해보고 대처하고자 하는 편인데(EDMT: anticipation=8, EPS: impulsivity=43T, venturesomeness=37T), 우수한 인지적 자원과 사회적 책임감도 갖추고 있어 그간 주어지는 과업들에 성실하게 임해온 듯하다(MMPI: social responsibility=71T). 다만, 자의식이 높아 평소 자신이 타인에게 어떻게 평가될지 노심초사하는 경향성이 있어 보이고(MMPI: self-consciousness=71T), 타인의 평가에 의해 자아상이 불안정해지는 면도 있겠다(LSAS[+.+], FNE[+]). 내면에는 성취 및 인정과 관련해서 미해결된 갈등이 있어(SCT: 내 생각에 가끔 아버지는-나에게 미안해야 한다), 타의에 의해서 목표나 의욕이 꺾이는 좌절감에 특히 취약할 수 있겠다. 현재는 좌절감과 무망감이 핵심 감정으로 여겨지는바, 따뜻하고 치료적인 관계 내에서 내면의 감정을 찬찬히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겠다. 또한, 가용한 주변의 정서적/사회적 지지 자원을 파악해보고, 스트레스 대처 전략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다만, 자의식이 높아 평소 자신이 타인에게 어떻게 평가될지 노심초사하는 경향성이 있어 보이고, 타인의 평가에 의해 자아상이 불안정해지는 면도 있겠다.' 타인에게 어떻게 평가될지 노심초사한다는 것이 정확히 나의 모습이었고, 그동안 내가 왜 그렇게 그들의 평가에 지나치게 귀 기울이며 흔들렸는지, 이제야 이해가 됐다.



Ⅳ. 요약 및 제언


마지막 페이지에는 이렇게 전체 내용의 요약이 적혀 있었다. 보고서에는 인상적인 내용이 많았다. 보고서는 내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나를 정확한 숫자와 문장으로 설명해 주었다. 읽으면서 그동안 몰랐던 나의 무의식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고, 나를 한층 더 깊이 있게 파악하게 되었다.


결과 보고서를 처음 같이 보던 날, 선생님은 나에게 검사가 어땠는지 물으셨다. 사실, MMPI-2의 경우 회사 상담센터에서 한 번 해봤기 때문에 결과가 조금 예상되는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다른 검사들은 완전히 처음 경험해 본 것들이라 굉장히 신기하고 재밌었다고 말했다. 다만, 개인적으로 지능 검사(K-WAS-IV)가 너무 어려웠고, 보고서를 보니 역시나 지능 검사 결과가 맘에 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선생님은 어떤 부분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 물으셨고, '내 IQ가 그리 높지 않구나. 언어와 작업속도는 겨우 평균이야?' 이런 생각을 했다고 얘기했다.


선생님은 왜 잘한 부분은 봐주지 않는지 물으셨다. 토막짜기, 숫자, 산수에서는 매우 우수, 우수 수준의 결과가 나왔는데, 심지어 토막짜기의 경우 상위 2%의 점수를 받았는데, 왜 이 부분은 언급하지 않느냐고 물으셨다. 그건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고서를 받아 읽는 와중에도 나는 나에게 부족한 부분부터 먼저 찾아 읽고 있었다.


나의 부족한 면과 잘못된 점을 찾는 데에 특화되어 있는 나 자신이었다. 내가 잘한 것은 봐주지 않았다.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아빠가 나를 칭찬해주지 않은 것에 그렇게 서운해 했으면서, 정작 나 자신도 이렇게 나를 칭찬하지 않으며 살고 있었다. 남에게는 잘도 하는 칭찬을 스스로 하는 데는 참 인색했다.


선생님은 내가 잘한 것도 같이 봐주라고 하셨다. 잘하는 걸 먼저 보고 칭찬해주라고 하셨다. 지금의 내가 힘들어진 데에는, 못 하는 것과 잃은 것에만 집착하고 가진 것과 여전히 잘하는 것들에는 관심을 주지 않는 내 습관이 많은 영향을 끼쳤을 수 있겠다고 하셨다.




보고서에 적힌 숫자와 문장은 내가 감추고 있던 나를 정확히 드러냈다. 나는 더는 외면하지 않고, 더는 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는 내 약함과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는 중이다.